[리뷰] '가장 보통의 연애' 로맨스 코미디의 바이블 탄생..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2019. 9. 2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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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나는 사랑에 환상이 없어요.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더 기대할 필요도 없고 슬퍼할 필요도 없어요.”

영화 속 선영(공효진)의 대사처럼 몇 번쯤 이별을 경험한 남녀에게 사랑이나 연애는 더 이상 환상동화가 아니다. 마냥 설렐 일도 아파할 이유도 없다. 결국 모든 건 다 지나가고 무뎌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나간 사랑이 남긴 흔적들 때문에 우리는 새 사랑 앞에서 망설이기도 하고 그를 더 세게 붙잡기도 한다. 이 미묘한 일상의 감각과 정서로 현실 연애의 풍경을 그려낸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다.

영화는 전 여자친구가 남긴 상처로 괴로워하는 재훈(김래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최근 파혼한 재훈의 일상은 엉망이다. 겉으론 괜찮은 척하지만 매일같이 술로 아픔을 달래는 재훈. 여느 때처럼 숙취로 맞은 아침, 술김에 보낸 ‘뭐해?’, ‘자니?’ 같은 메시지들 때문에 또 한 번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 와중에 모르는 번호의 누군가와 2시간이나 통화한 기록을 발견하는데 심지어 그 상대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 선영이다. 징글징글한 연애사라면 선영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 첫날인데 밑바닥까지 보이며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순간 재훈과 마주치고 만다. 친해지기도 전에 서로의 연애사부터 알게 된 두 남녀에게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장 보통의 연애’는 오프닝부터 환상이 걷힌 연애담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강력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수차례 이별 끝에 만난 한 사람과 또 사랑하기까지 누구나 겪는 불안과 갈등을 선입견 없이 치밀하게 그려낸다. 관객들은 때론 재훈이 되고, 때론 선영이 돼 이들의 선택을 지켜본다. 속 시원하게 웃다 왠지 찡해진다. 가벼운 트렌디물을 넘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심리드라마로 나아가게 만드는 지점이다.

무턱대고 쿨한 연애도 그리지 않는다. 아슬아슬했지만 돌아보면 밋밋하고 또 지질했던 소소한 사연이 이어진다. ‘남녀의 연애가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라는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아이러니함을 ‘너도 그렇지?’라고 토닥거리듯 보여준다.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장면들도 여럿 눈에 띈다. 모든 대사들이 자유분방하고 솔직하지만 판타지는 없다. 현실과 딱 붙은 이야기가 경쾌하게 흐른다. 지금껏 적당히 모른 척했던 남녀의 속내와 현실을 코앞에 들이미는데 세련된 코미디와 밝은 전개 덕분에 곳곳에서 산뜻한 웃음이 터진다.

그렇다고 현실적인 스토리에만 전적으로 기댄 영화도 아니다. 쟁쟁한 주조연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호흡이야말로 ‘가장 보통의 연애’의 매력이다. 특히 배우 김래원과 공효진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연기로 모든 장면마다 파워풀한 시너지를 냈다. 연기 같지 않은 연기, 현실 속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한껏 친근하게 다가서는 데 100% 성공했다. 로맨스물에서 유독 돋보이는 공효진은 천연덕스럽고 사랑스러운 선영으로 또 한 번 빛났고 김래원 역시 푼수 같지만 속 깊은 매력으로 끝까지 미워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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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과 선영이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은 또 다시 시작된다. 조금 갈리고 깎이더라도 꼭 맞는 반쪽을 찾을 수 있다면야 누구인들 그 희생을 마다할까.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은 인상적이다.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을 적절히 조율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모범을 보여준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우리 모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는 영화다. 지나간 사랑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질 거라 말한다. 그 사랑이 진짜인지, 마지막까지 남을 내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누구나 서로에게 진짜 사랑으로 기억되길 원하지만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러면서도 돌아보면 행복했던 시절이었고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오는 10월 2일 개봉.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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