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마이너리그.."생각보다 좋던데요?"[진우영 인터뷰②]

신원철 기자 입력 2019. 9. 23. 15:00 수정 2019. 9. 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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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자스시티 로열스 루키팀에서 첫 시즌을 마친 진우영.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흔히 마이너리거의 삶을 '눈물 젖은 빵'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진우영은 주변의 우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지냈다고 돌아봤다.

진우영은 "시즌이 길지는 않았다. 그래도 프로야구니까 체계적인 일정대로, 좋은 동료와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대 이상의 좋은 경험을 했다. 일본, 대만 선수가 한 명씩 있다. 리그 중에는 소속 레벨이 다 다른데 캠프 때는 이 선수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 루키팀에는 3명의 동양인 선수가 있다. 한국에서 온 진우영, 대만 출신 왕쯔팅, 16살에 캔자스시티와 계약한 일본 출신 유키 가이토다. 세 선수 가운데 통역 없이 혼자 의사소통하는 선수는 진우영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는 "가기 전에는 주변에서 많이 힘들 거라고 했고, 또 한국에서 하지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말도 하셨다. 걱정을 한 건 사실인데 막상 가 보니 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동양인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더 챙겨줬다. 들었던 것과 달리 굉장히 편하게 했다"고 밝혔다.

▲ 캔자스시티 산하 루키팀에서 첫 시즌을 마친 진우영. ⓒ 진우영 선수 가족 제공

이제 허기만 채우는 식단은 옛날 얘기다. 진우영은 "음식은 조금 입맛에 안 맞기는 했는데 구단에서 나오는 것들은 다 좋은 것들이었다. 영양사가 식당에서 둘러보면서 선수마다 체질에 맞게 부족하거나 넘치는 영양소 없도록 알려주신다. 적으면 더 가져오라고 하고, 너무 많으면 덜어내라고도 한다"고 알려줬다.

글로벌선진학교 최향남 감독 아래서 야구했던 건 천운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최향남 감독은 진우영에게 피와 살이 될 조언을 듬뿍 전했다.

진우영은 "훈련시간은 짧고 개인 시간이 길다고 하더라. 정말 훈련이 오전에 다 끝나고 오후는 개인 시간이다. 미리 듣고 와서 그 시간을 잘 보낸 것 같다. 오전에는 새벽 6시에 운동을 시작하는데 나가서 계속 뭘 하는 건 아니다. 보강훈련하고, 9시부터 12시까지 워밍업부터 투구까지 훈련을 다 마친다"고 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장점이었다. "혼자서 하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본다. 이렇게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어떤지 자주 물어보는 편이다. 동양인이 영어로 다가오는 걸 기특하게 보셨는지 이제는 더 알려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제는 말이 통해서 큰 문제는 없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듣던 영어보다 빠르고 표현이 달라서 이해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저 밖에 없다 보니 영어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말하고 듣는 건 좋아졌다."

▲ 진우영 선수 가족 제공

진우영은 루키리그 14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는 아니지만 로테이션이 정해진 것처럼 등판 간격을 철저히 지켜가며 리그를 마쳤다. 그는 "캔자스시티 루키팀은 1경기에 선발투수 2명이 던진다"고 설명했다. 어린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공을 던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선발투수가 정해진 투구 수를 다 채우면 두 번째 투수가 다시 계획대로 던진다. 두 명이 경기를 못 끝내면 불펜 투수가 나온다. 선발은 아니었지만 등판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다른 팀은 잘 모르겠다. 선발이 6~7이닝 던지는 팀도 있기는 하다. 우리 팀은 정해진 만큼만 던진다. 부상 방지 차원인 것 같다."

"아침마다 선수별로 보강 훈련 루틴이 정해져 있다. 서양 선수들과 몸이 다르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졌다. 부상 방지를 위해 오후에도 보강 운동을 많이 한다. 우리 팀에는 무리해서 다치는 선수는 없었던 것 같다. 투구 수를 정해놓고 출전하기 때문에 무리하다 부상하는 경우는 없다. 루키에서는 성적보다 성장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 진우영 선수 가족 제공

두 달 남짓 미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진우영은 "내년에는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속도 늘리고 변화구도 더 완성도 있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던지는데 더 완벽하게 던지려고 노력하겠다. 구속이 외국 선수들에 비하면 덜 나오는 편이다. 그것도 올려야 한다"고 했다.

좋은 성적은 더 큰 꿈을 갖게 했다. 그는 "바람이 있다면 루키리그도 여러 레벨이 있는데, 조심스럽지만 내년까지 싱글A에 갔으면 좋겠다. 구속은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제구는 잘 됐다. 다음 레벨에서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진우영은 20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가면 한 달 정도 있다 돌아온다. 이번에는 경기에는 나가지 않고 몸 만드는 캠프로 간다. 선수마다 다 다른데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저는 아직 어려서 이제는 더 던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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