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절대복종 아니면 죽음? 모욕감 느껴"..서지현 검사 저격한 평검사

김지혜 2019. 9. 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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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지난 22일 올라온 "서지현 검사님의 글에 분노와 모욕감을 느낍니다"라는 제목의 글. [스누라이프·뉴스1]
서울대 출신 현직 검사가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를 겨냥하는 글을 올렸다. 서 검사가 쓴 "검찰의 배당‧인사‧징계 등 모든 시스템은 절대복종이 아니면 죽음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글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지난 22일 "서지현 검사의 글에 분노와 모욕감을 느낀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방 소재 검찰청 형사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검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 이후에 전개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검찰 구성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경솔히 나설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저 침묵해 왔다"며 "그런데 서 검사님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보고 도저히 모욕감을 견딜 수 없어서, 그리고 지금 침묵하는 건 서 검사의 말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될까봐 글을 남긴다"고 운을 뗐다.

서 검사는 앞서 지난 21일 "사람들은 말한다. '검찰의 도가 지나쳐도 왜 평검사들은 가만히 있느냐'고. (이는 검찰 내부의 위계적 구조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며 "(복종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죽을 뿐 아니라 나와도 변호사는 물론 정상생활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서 검사의 이런 글은) 대다수 평검사들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배당·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또는 징계를 받을까봐 침묵한다는 취지인데 말도 안되는 현실왜곡이자 동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제 주변의 수많은 동료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저런 비굴한 마음 때문이 아니다"라며 "평검사들이 지금 단체로 목소리를 낼 경우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조직적 검란으로 해석되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발악으로 비춰져 오히려 정상적인 수사에 부담을 줄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 사실 검찰이 정치적인 고려로 수사를 망설일까봐 오히려 걱정했다"면서 "입시비리야 그렇다 쳐도 사모펀드·웅동학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라면 누구나 심상치 않은 사건이라는 점을 직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 수장이 될 사람에 대한 수사다 보니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썼다.

이어 "그래서 전격적인 압수수색 기사를 봤을 때 매우 놀랐고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닐지 의심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국민들과 같은 마음으로 검찰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국가적 혼란이 순리에 따라 풀리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또 '평검사들이 배당‧인사·징계 부담 때문에 침묵한다'는 서 검사 주장을 반박하며 그 이유로 '내부 제도와 분위기'를 들었다.

그는 "검사는 단독 관청이고 법상 지위가 보장된다"며 "사건에 대한 결재 과정이 있지만 결재자가 근거 없이 부당하게 주임검사의 수사에 개입하거나 의견을 묵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다면평가 제도가 도입돼 부장들이 평검사들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실정이다 보니 배당이나 결재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인사·징계에서도 검사는 적격심사에서 심각한 하자가 없으면 해임되지 않는다"며 "저는 지휘부의 부당한 압력 때문에 양심에 반하는 결정을 한 적이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 대한 국민적 비호나 응원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은 역사적으로 많은 과오를 저질렀고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근거 없는 음모론이 검찰 내부의 일반적 여론인 것처럼 잘못 확산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지금 조 장관 수사팀에 속한 검사들은 자의든 타이든 간에 생업을 걸고 또는 인사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맡겨진 소임을 감당하고 있다"며 "제가 침묵하는 이유는 법무부에 찍힐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런 무거운 부담을 안고 있는 동료 검사들에게 혹여라도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소모적인 정파적 논쟁보다는 사건이 순리대로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는 걸 꼭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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