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자담배 OUT"

정원식 기자 입력 2019. 9. 22. 22:16 수정 2019. 9. 2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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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안전성 논란에 월마트도 “재고 소진 후 판매 중단”
ㆍ미 전역 ‘판매 금지’ 확산
ㆍ중증 폐질환 발병 사례 급증
ㆍ10대 유혹하는 가향 담배 두고…미 복지부 “시장서 퇴출돼야”

전자담배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반 담배에 비해 비교적 덜 해로운 것으로 인식돼 한때 금연보조제처럼 활용됐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 전자담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증 폐질환 환자들의 사례가 급증했다. 급기야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20일(현지시간)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청소년 유해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전방위적 전자담배 퇴출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월마트는 성명을 통해 남은 재고를 소진하면 미국 내 월마트 매장과 자회사인 창고형 할인매장 샘스클럽에서 전자담배 및 관련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면서 “전자담배와 관련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각 자치단체의 복잡한 규제와 불확실성이 커져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라이트 에이드, 달러 제너럴, 코스트코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의 행보는 일종의 업계 표준이 된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앞서 미시간주와 뉴욕주는 지난 4일과 15일 전자담배에 달콤한 향을 첨가한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CNN, CBS, 비아콤 등 대형 미디어 업체들은 전자담배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몇몇 정치인들도 미국 최대 전자담배 업체 줄스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돌려주는 등 전자담배 업계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사방에서 전자담배 퇴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올해 들어 전자담배와 연관된 중증 폐질환 발병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9일 미국 내 38개주와 1개 미국령에서 전자담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530건의 중증 폐질환 환자들이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7개주에서 8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환자들은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했고 일부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피로감, 발열, 체중 감소 증상을 보였다. CDC는 “모든 환자가 전자담배를 사용한 전력이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전자담배가 10대들의 흡연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향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역한 맛이 적어 10대들이 시도하기 쉽고 냄새가 거의 없다. 모양도 USB 드라이브와 비슷해 부모에게 발각될 위험도 낮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8년 미국 고등학생 5명 중 1명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에 비해 78% 증가한 수치다. CDC 발표에 따르면 530건의 중증 폐질환 환자의 67%가 18~34세였고, 절반 이상은 25세 이하였다. 하지만 담배 니코틴은 청소년들의 기억력과 주의력 등 두뇌 기능을 손상시킨다. 네드 샤플리스 미국 식품의약청(FDA) 청장대행은 “공중보건의 위기”라고까지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자담배 퇴출을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전자담배 업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엄청난 부자 회사들이 됐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아프게, 청년들이 병들게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다.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도 “담배 맛이 아닌 모든 가향 전자담배는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한다”며 수주 안에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자담배 규제는 다른 국가들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증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같은 호흡기계 이상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의원을 방문하도록 권고했다.

인도는 지난 18일 청소년과 어린이에 대한 악영향을 이유로 전자담배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홍콩도 지난 2월 같은 이유로 전자담배 수입·생산·판매·유통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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