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성서 태어나 결혼, 동네 구석구석 모르는 곳 없어"

화성/조철오 기자 2019. 9. 2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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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
- 가족·이웃이 말하는 이춘재
모방범죄 뺀 9건 중 6건, 李가 살던 집에서 반경 3km 안에서 발생
청주 주민 "술 먹고 자주 때려 아내 가출.. 몽타주와 외모 비슷"
老母, 아들이 용의자로 확인된 사실 몰라 "지금도 죽지못해 산다"

"이춘재는 이곳 지리에 밝았다.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었다." 19일 경기 화성시 진안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확인된 이춘재(56)에 대해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결혼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였던 이 마을은 택지 개발로 인해 화성 사건 당시인 1980년대 후반의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이춘재를 알고 지낸 이웃 주민 일부가 여전히 거주하고 있었다. 진안동은 이춘재의 고향이고, 화성 사건의 범행 현장이기도 하다.

본지가 이춘재가 살았던 고향 마을과 사건 발생 장소를 둘러본 결과, 그가 부모와 살던 집터도 현재는 도로와 상가·빌라 등이 들어서 있었다. 이춘재의 옛 집터와 사건 발생 장소의 거리를 확인해보니 10건 가운데 모방 범죄로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 중 6건은 모두 태안읍 관내로 그의 집에서 3㎞도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2차, 6차는 이씨가 살던 진안리의 농수로와 야산에서 피해자가 발견됐다. 이 두 사건의 증거물에서는 아직 이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춘재의 어머니 김모(75)씨는 아들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확인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김씨는 19일 화성에서 본지와 만나 "걔가 워낙 착했던 애라 용돈 달라는 말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교도소에 있는 아들을 일 년에 두 번 면회 간다"며 "(아들이 교도소에 있어서) 지금도 죽지 못해 산다"고 말했다.

이 마을 원주민들에 따르면 이춘재는 1963년에 화성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논농사를 지었고 이춘재도 거들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형제로는 동생이 있었다. 그는 인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전기 부품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화성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86년쯤에는 B씨와 결혼해 아들도 낳았다고 한다. 경찰이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를 확인한 5·7·9차 사건은 이즈음인 1987~1988년 사이에 발생했다. 이 사건들은 범행 수법이나 발생 장소, 시신 처리 등이 비슷한 판박이 범행이어서 동일인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폭행을 저지르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피해자의 속옷을 사용해 손과 발을 결박했고, 농로나 야산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 등이 유사하다.

이춘재는 1993년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살인 사건을 저질러 덜미가 잡혔다. 이듬해인 1994년 1월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복대동 자신의 집에 찾아온 처제를 성폭행했다. 앞서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음료수에 타서 처제에게 먹였다. 성폭행 후 처제를 둔기로 때려 실신시킨 뒤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집에서 880m가량 떨어진 곳에 시신을 버렸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시신이 검은 비닐봉지와 청바지 등으로 싸여 철물점에 버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처제의 시신은 집 근처 철물점 건물 뒤편 건축 자재 창고에 있었다고 한다. 시신을 발견한 당시 철물점 주인은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발견 당일 아침) 눈이 조금 내려 아내가 눈을 쓸러 나갔다가 천막 아래에서 시신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저를 불렀다"고 말했다. 공사에 쓰일 파이프 등을 쌓아 놓고 천막으로 덮어 놨는데 천막 아래에서 시신이 나온 것이다. 그는 "봄에 쓰일 자재라 천막을 덮어 놓았는데 평소 청소를 잘 안 하던 곳에서 우연히 시신을 발견한 것"이라며 "사건 발생 후 며칠 지났을 때였는데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집 욕실에 대해 정밀 감식을 벌여 세탁기 받침대에서 피해자 D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춘재가 범행 후 피해자의 혈흔을 씻는 과정에서 미량의 혈액이 남은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춘재 아내(당시 24세)의 부모 등이 살았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주민들은 19일 "연쇄살인범 뉴스가 나온 뒤 마을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사위(이춘재) 키가 그렇게 크진 않고, 뚱뚱하지 않고 호리호리한 편이었다"고 했다.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몽타주를 보고는 "제 기억으로는 거의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이모(83)씨는 "이춘재에게 처제인 딸이 살해당한 뒤 그 집의 분위기가 아주 뒤숭숭했다"며 "현재 부모는 다 돌아가신 상태"라고 했다. 다른 주민은 "결혼한 후 사위(이춘재)가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딸이 직장을 다니며 생활비를 댄 것으로 안다. 또 술을 자주 먹고, 자주 다투고 딸을 때려 (딸이) 집을 나갔다는 말도 전해 들은 기억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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