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싸움' 깐 강경화에 김현종 "제 덕이 부족" 사과로 응답
"청와대-외교부간 갈등이 바탕" 분석도..갈등 재연 가능성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조소영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영어 싸움'이 국회 상임위에서 공식 언급되며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8일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차장은 이날 트위터에 "외교안보라인 간의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적었다.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통령 순방 당시 김 차장과 영어까지 쓰면서 싸우지 않았느냐'고 묻자 강 장관이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설을 공식화한 데 대한 김 차장의 응답이다.
정진석 의원의 질문으로 공식화한 문제의 말다툼은 이미 외교가와 청와대 안팎에서는 꽤 퍼져 있던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4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외교부 직원의 일처리를 나무라던 김 차장에게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왜 그러느냐'고 항의하면서 둘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는데, 격해진 두 사람이 한국어만큼이나 익숙한 영어를 써가며 싸웠다는 내용이다.
김 차장은 "소용돌이 치는 국제정세에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의욕이 앞서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라며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며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공개 사과'를 통해 사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자존심이 강하고 독립적 성격인 김 차장으로선 이례적인 '반성문'이기도 하다.
강 장관의 국회 답변 이후 외교안보 현안을 함께 다루는 외교부와 국가안보실 수뇌부 간의 갈등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전면에 부각된 데 따른 부담감과 민망함에 김 차장이 먼저 수습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후 김 차장이 언쟁 당시 영어 욕설을 뜻하는 이른바 'F 워드'까지 사용했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돌았던 터다.
다만 강 장관의 '영어 싸움' 간접 공개 이후 김 차장이 먼저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강 장관이 무안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직선적인 성격 탓에 때로는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김 차장이지만 둘 사이의 갈등에 어느 한 쪽만 전적으로 잘못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차장이 자세를 낮춰 진화에 나서면서 둘 사이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수습 국면에 들어서겠지만, 뒷맛이 개운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일각의 분석처럼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의 판이함에서 나오는 개인적인 충돌이라면 그나마 덜 심각하지만, 종종 거론되어 온 청와대와 외교부의 갈등 구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면 문제가 복잡하다.
앞서 외교부의 각종 의전 사고나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유출 사태 등의 기강해이가 반복되면서 청와대에서는 외교부를 향한 불만과 질타가 많아졌고, 반면 외교부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외교 현안을 주도하면서 전문가인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쌓여 왔다.
최근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와 외교부 사이에 비슷한 갈등이 빚어졌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일부에서는 5개월 전 다툼을 이제서야 강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시인하며 현실로 끌어낸 것을 두고, 개인적인 앙금을 넘어 두 조직간 깊은 감정의 골이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경우라면 이번에 공식 확인된 둘 사이의 갈등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다른 방식을 통해 다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일단 청와대는 "사안이 확대 해석되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일을 하다보면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서로 의견이 달라서 같이 일할 수가 없고 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지금도 외교부와 안보실 사이에는 협의와 논의들이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안보실은 외교부 없이, 외교부는 안보실 없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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