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 문찐을 위한 개이득 특강 '2019 신조어 아카이브'
단어만 보곤 좀체 뜻을 알 수 없는 신조어에 당황해 본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비단 5060세대 문제만은 아니다. 20대 조차도 10명 중 9명 이상이 ‘신조어 뜻을 이해하지 못해 검색해봤다’(잡코리아ㆍ알바몬 2017년 설문조사)고 대답할 정도니까. 트위터, 페이스북에 이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 되면서 신조어의 출현과 변화 흐름이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조어는 유행과 문화의 변화, 그리고 각 세대의 사회를 향한 인식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조어를 모르면 대화할 때 불편한 것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까지 놓칠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일명 ‘2019 신조어 아카이브’를. 최근 탄생했거나 올 들어 자주 쓰이기 시작한 신조어부터 유행은 좀 지났지만 일상어로 거의 자리 잡은 옛 신조어까지 다양하게 모았다.
◇따끈따끈 신조어
▦고답이: 고구마 답답이를 줄여 이르는 말. 고구마를 먹었을 때 목이 답답해 오는 것처럼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일컫는다.
-사용 예: 퇴근 시간이 2시간이나 초과됐는데 팀장이 가란 소리 안 해서 아직 남아있다고? 아이고 이 고답아!
▦꾸안꾸: 꾸민 듯 안 꾸민 느낌의 줄임말. 한 눈에 봐도 꾸민 것이 표시가 날 정도로 화려한 스타일 보다는 꾸민 듯 안 꾸민 세련된 스타일이 각광 받으며 생겨난 말이다.
-사용 예: 오늘 내 꾸안꾸룩 어때?
▦댓망진창: 댓글이 엉망진창이라는 뜻의 말. 악플이 가득하거나 댓글에 논리가 없을 때 주로 쓴다.
-사용 예: 본인들이 합의 하에 이혼한다는데 왜 이렇게 댓망진창 인가요?
▦만반잘부: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의 줄임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주로 쓰인다.
-사용 예: 트위터를 시작했다고? 만반잘부!
▦메불메: 호불호를 뜻하는 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7월 열린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호날두의 ‘호’자도 쓰지 말자는 공감대에서 생겨났다. ‘호’가 쓰이는 단어에 차라리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의 ‘메’를 쓰자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사용 예: 부장은 메불메가 너무 강하셔요. △관련어: 메두과자(호두과자), 메떡(호떡), 메텔 델루나(드라마 호텔 델루나) 등
▦문찐: 현대 문화에 덜 떨어진 사람을 일컫는 말. 유행에 뒤떨어져 남들이 다 아는 것을 모르는 이를 뜻한다.
-사용 예: 문찐을 모른다고? 너 진짜 문찐 아니니?
▦반모: 반말모드의 줄임말. 온라인에서 관계 맺음이 빈번한 10대가 서로 반말로 대화하자고 제안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사용 예: 존댓말 불편한데 이제 반모 하시죠. △관련어: 존모(존댓말모드)
▦삼귀다: 아직 사귀지는 않지만 서로 가까이 지내는 사이. 사귀다의 ‘사(4)’보다 조금 덜 하다는 의미로 ‘삼(3)’을 붙인 형태다.
-사용 예: 우리… 삼귀는 사이 맞아? △관련어: 썸타다
▦스라밸: 스터디 앤 라이프 밸런스(Study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 공부와 삶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다. 성인의 ‘워라밸’을 학생 실정에 맞게 변형했다.
-사용 예: 엄마, 나 스라밸 좀 지키게 학원 하나만 그만 다니면 안 될까?
▦심남: 관심 있는 남자의 줄임말. 관심을 서로 주고 받는 ‘썸남’의 전 단계로 통용된다.
-사용 예: 엄마, 나 오늘 회사에서 우산 씌워주는 심남 때문에 설렜어. △관련어: 심녀(관심 있는 여자), 짝남(짝사랑하는 남자)
▦오놀아놈: 오! 놀 줄 아는 놈인가(군)의 줄임말. 유행을 잘 모를 줄 알았던 사람이 의외로 시대를 앞서가는 상황 등에 쓰인다.
-사용 예: 죠리퐁라떼를 달라고? 오놀아놈이구만.
▦오피스빌런: ‘Office(사무실)’과 ‘Villain(악역)’의 합성어. 사내에서 민폐를 끼치는 직원이나 직원들에게 나쁜 말만 해대는 상사를 뜻한다.
-사용 예: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책임회피에 고집쟁이에, 김 과장 진짜 오피스빌런 아니냐.
▦월루: 월급 루팡의 줄임말. 일을 하지 않고 월급만 타 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용 예: 나 오늘 1시간 밖에 일 안 했네? 완전 월루다.
▦자낳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줄임말. 개인의 정체성과 신념을 돈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이들을 뜻한다.
-사용 예: 식당 음식이 맛이 있든 없든, 5만원만 주면 좋은 후기를 남겨준다고요? 당신 정말 자낳괴군요.
▦좋페: 페이스북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면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뜻. 요새 10대는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메시지를 주고 받기 시작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사용 예: 관심 가는 친구가 생겼는데 좋페 해도 되려나.
▦항마력: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상, 사진, 글 등을 보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그 능력치를 나타내는 말. 불교 용어인 ‘항마( 魔ㆍ악마를 항복시킴)’에서 유래했다.
-사용 예: 네가 싸이월드에 10년 전 쓴 글, 항마력이 달려서 못 보겠어.
▦혈중 마라 농도: 마라탕, 마라샹궈 등이 유행하면서 생긴 용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변형해, 마라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혹은 못 먹었는지를 표현할 때 쓴다.
-사용 예: 혈중 마라 농도를 일정하게 지키기 위해서, 난 오늘도 마라샹궈를 먹겠어.
▦혼코노: 혼자서 코인 노래방을 가다의 줄임말. 카운터에서 비용을 내고 시간을 부여 받아 노래를 부르던 기존 노래방과 달리, 먼저 부스에 들어가 부르고 싶은 노래 곡 수만큼 동전(코인)을 넣는 코인 노래방이 인기를 끌며 탄생했다. 노래방 가는 것이 주요 놀이 수단인 10~20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사용 예: 나 이번 방학 때 담임 선생님이 혼코노 하시는 거 봤잖아.
◆일상적으로 쓰이는 신조어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의 줄임말. 썰렁한 농담을 던지거나 혹은 좋은 분위기에 무거운 이야기를 해 분위기를 망치는 이들의 행태를 뜻한다.
-사용 예: 사장님 오기 전까진 분위기 진짜 좋았는데. 오자마자 ‘나 때는 말이야’ 꺼내서 진짜 갑분싸. △관련어: 썸무콜(Suddenly Mood Cold의 줄임말ㆍ갑자기 분위기가 얼어 붙는다는 뜻), 갑분망(갑자기 분위기 망함의 줄임말)
▦닉값: 닉네임 값의 줄임 말로, ‘이름 값을 한다’는 표현의 온라인 변형어다. 어떤 이의 온라인 행보가 닉네임에 부합하면 ‘닉값 한다’, 안 하면 ‘닉값 못한다’로 활용된다.
-사용 예: 방귀대장뿡뿡이님, 직업이 조향사라고요? 닉값 못하시네요.
▦댕댕이: 멍멍이, 즉 강아지나 개를 뜻하는 말. 댕댕이라는 글자 모양새가 멍멍이와 비슷해 대체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용 예: 오늘 댕댕이가 아니었으면 지각할 뻔 했어.
▦#G: 시아버지를 줄여 샵지, 이것을 다시 기호화 한 것이 #G다. 며느리들 사이에서 주로 쓰인다. –사용 예: 우리 #G가 이번에 용돈 100만원을 챙겨주셨네요. 경사 났어요.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의 줄임말.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아닌,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뜻이다.
-사용 예: 다들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신다고? 난 얼죽아야.
▦윰차: 1) 유모차의 줄임말. 주로 아이 엄마아빠들이 자주 사용한다. –
-사용 예: 둘째가 쓰던 윰차 무료로 나눔합니다. 가져가실 동네 분들 계세요?
2) 유무차별의 줄임말. 유명한 사람과 무명인 사람을 차별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사용 예: 요새 유튜브 윰차 너무 심해.
▦인싸: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 무리에 잘 섞이고 금방 적응하는 이들을 뜻한다. 최근엔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를 일컫기도 한다.
-사용 예: 동묘시장에서 산 1,000원짜리 구제 옷으로 그런 멋을 내다니, 너 진짜 인싸구나? △관련어: 아싸(Outsider의 줄임말ㆍ인싸의 반대말)
▦ㅇㅈ: 인정의 초성을 딴 말. 다른 사람의 말이나 주장을 인정한다고 반응해줄 때 쓰는 말이다.
–사용 예: 솔직히 이번 추석 연휴 너무 짧았다, ㅇㅈ? 어 ㅇㅈ.
▦자만추: 자연스런 만남 추구의 줄임말. 소개팅이나 미팅처럼 의도가 있는 이벤트를 통해 맺어진 인연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뤄지는 사랑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사용 예: 이번 소개팅 또 망했어. 나 진짜 자만추 할래.
▦짬바: 짬(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줄임말. 경력이나 경험이 오래된 사람에게서 풍기는 무르익은 분위기를 뜻한다.
-사용 예: 랩퍼 MC스나이퍼, 진짜 짬바 최고지 않니.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 상대방 혹은 상대팀에 패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이 좋았다는 평가를 뜻한다.
-사용 예: 올해 U20 월드컵 한국팀, 정말 졌잘싸였죠.
▦제곧내: 제목이 곧 내용의 줄임말. 온라인에서 굳이 제목을 클릭 해 내용을 보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제목 자체에 내용을 써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문화가 퍼지며 나왔다.
-사용 예: (제곧내) 오늘 회사 구내식당 대표메뉴 뭔지 아시는 분?
▦최애: 가장 좋아하는, 사랑하는 대상을 일컫는 말. 주로 연예인이나 캐릭터 중 가장 아끼는 대상을 이야기할 때 쓰인다.
-사용 예: 내 최애는 방탄소년단(BTS)이야. △관련어: 최애캐(가장 아끼는 캐릭터), 차애(두 번째로 좋아하는 대상)
▦~피셜: 오피셜(Official)의 변형어로, 누군가의 의견을 공식적인 것으로 나타내거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강조할 때 쓰는 말.
-사용 예: 회장님피셜, 올해 말 상여금 500만원씩 나온대.
▦핑프: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 혹은 프린스(Prince)의 줄임말. 자신이 직접 포털 등에 검색해보면 금세 알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왕자나 공주처럼 남에게 물어보는 이들을 뜻함.
-사용 예: 회사 주변 맛집은 자기가 좀 알아보면 안 되나? 대리님 진짜 핑프야.
▦TMI: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나 설명을 줄줄이 해대는 상황을 뜻한다.
-사용 예: 저기요, TMI 좀 그만 해주실래요.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정해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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