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재일교포 3세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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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 받고, 일본 학교를 다녀 한국어를 할 줄 모릅니다. 따라서 '(저에게)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갈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나가', '돌아가'라고 이야기해도 저는 1밀리미터도 상처받지 않습니다. (저를) 괴롭히기 위한 말에 이미 익숙해 있으니까요."
그는 "일본인은 역사문제나 한국문제에 대해 도망가지 않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해 관중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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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 받고, 일본 학교를 다녀 한국어를 할 줄 모릅니다. 따라서 ‘(저에게)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갈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나가’, ‘돌아가’라고 이야기해도 저는 1밀리미터도 상처받지 않습니다. (저를) 괴롭히기 위한 말에 이미 익숙해 있으니까요.”
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 시부야구 하치코공원 앞. 재일교포 3세 여성(37)이 떨리지만 또박또박하게 말을 이어갔다. ‘일한연대액션 0907’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그는 일본 시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인인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살고 있을 뿐”이라며 “(일본을 떠나는 것이)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평소처럼 여기서 살 것이며,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입니다”라고도 했다.
이 여성은 개인 정보가 쉽게 유출되는 시대에 자신의 이날 발언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면서도 “나는 죽어도 괜찮지만 나보다 어린 세대, 미성년, 앞으로 태어날 어린이가 이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일한연대액션 0907은 오키나와 후텐마 공군기지의 헤노코 이전 당위성을 둘러싼 찬반투표를 주장하는 대학원생 모토야마 진시로(元山仁士郎ㆍ27)가 주도하는 단체. 모토야마는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일본 사회의 흐름을 막고 차별반대와 공생을 부르짖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최근 ‘한국인은 필요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우익성향 주간지와 “일본 남자도 한국여성을 폭행해도 된다”는 우익 인사의 발언 등 잇따른 일본 내 반한 감정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던 까닭이다.
모토야마는 “그녀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여 조금이라도 (반한 감정 해소를 위한 운동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토야마는 이번 집회 기획 계기에 대해 “미디어뿐 아니라, SNS, 선술집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차별의식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불안에 휩싸인 채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관계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일교포를 차별해도 된다는 주장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참가자들이 릴레이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주장을 요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신을 도쿄에 거주하는 고교 3년생이라고 소개한 한 남학생은 “초중고교 교과서를 통해 일본의 한국 침략을 옳은 행위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며 “하지만 더 많은 공부를 통해 일본이 한국과 아시아에 너무 심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일본인으로서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은 역사문제나 한국문제에 대해 도망가지 않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해 관중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이날 침가자들은 “차별은 마음에 상처가 된다”, “혐한을 그만 부추겨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한일 우호’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오후 오사카의 번화가 난바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집회가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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