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6만명에 새 삶.. "회사 이름에 '불굴의 의지' 담겼죠" [나의 삶 나의 길]
우리나라 장애인은 약 400만명이다. 이 중 25만명이 절단장애인으로 추정된다. 뜻하지 않은 각종 사고나 질환으로 손과 발 등 신체의 일부를 잃게 된 이들이다. 지난 30여년간 이들에게 새손(의수)과 새발(의족)을 맞춰주고 새 삶을 살게 한 이가 국내 대표적 보장구업체 (주)서울의지 선동윤(61) 대표다. 장애인 보장구 분야 달인으로 불리는 그가 의수·의족을 해준 이도 줄잡아 6만명이다. 절단장애인들 사이에선 그는 유명인이다. 2005년부터는 장애인 보장구업체 CEO에 만족하지 않고 장애인을 지원하는 복지재단을 설립해 각종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탈북장애인 의족지원사업, 절단장애인 히말라야 백두산 원정지원, 동남아 절단장애인 지원 등 그간 해온 봉사활동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선 대표는 “실의에 빠져 있던 절단장애인이 ‘잘 맞는’ 의수·의족을 한 뒤 웃음을 다시 찾아 사회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언제나 짜릿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용산역 인근에 있는 서울의지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절단장애인들이 직원과 상담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에서는 장애인 직원이 의족을 착용한 채 계단을 오르내리며 의족을 점검하는 등 분주하다. 인상 좋은 아저씨 같은 웃음을 띤 선 대표가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절단장애인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의 인생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들려줬다.
―‘서울의지’란 이름으로 장애인 보장구 업체인지 알 수가 없다. 이유가 있나.
“의지는 인공으로 만든 팔다리란 뜻이지만 불굴의 의지, 삶의 의지 같은 것을 연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수 의족 만드는 곳인지 알 수 없게 했다. 장애인들은 구체적 장애 내용이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 회사는 30여년 동안 한 번도 이사를 안 했다. 용산역 근처 이 자리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장애인들이 쉽게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다. (오면서 보셨겠지만) 대로변에 있으면 사람들 눈에 잘 띄어 장애인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작업실과 사무실도 골목 안쪽에 있다. 비장애인이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런 작은 것들도 늘 생각하며 살피고 있다.”
―자수성가한 인물로 꼽힌다. 장애인 보장구와의 인연은.

“서울의지는 1947년 철도청 부설 의수족 공장으로 문을 연 국내 대표적인 보장구업체다. 제가 상경해 몇 곳을 전전하다 자리를 잡은 곳이다. 지금은 작고하신 윤금조 사장님은 오른쪽 다리와 왼쪽 발목이 없는 장애인이었다. 사장님께선 제가 장애인 고객과 상담을 하거나 의수·의족을 잴 때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며 작업을 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성실하다며 좋게 봐주셨다. 어느 날 사장님이 자신의 의족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며칠간 밤잠을 자지 않고 완성했더니 딱 맞는다며 흡족해했다. 그 일로 이후 나에게 이 공장을 물려주셨다. 지금 생각하니 나를 테스트하신 것이다. 당신의 아들과 조카도 있었는데 저한테 물려 주신 것이다. 공장은 1억원 정도 가치가 있었으나 2000만원만 받으셨다. 감사와 존경 표시로 돌아가실 때까지 30년간 매달 100만원을 용돈으로 드렸다. 장애인 사장님 덕에 촌놈이 사장이 됐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다.”
―각종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을 텐데.
“2007년에 북에서 온 여자 마라톤 선수를 지원한 일이 있다. 탈북 과정에서 양쪽 발이 동상에 걸려 다리를 절단했다.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듣고 딱 맞는 의족을 해줬다. 지금은 밝게 살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캄보디아 절단장애인들에게도 의족지원 사업을 했었다. 우리가 의족을 해 준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베이징 패럴림픽에 캄보디아 대표로 출전해 “다리를 해준 대한민국에 고맙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혀 회사가 주목을 받았다. 2008년에는 절단장애인의 히말라야 칸진리봉 등반도 후원했다. 실내에만 머무르는 장애인들에게 더 큰 세계를 보고 꿈을 키우라는 취지였다. 이 사업도 언론에 ‘칸진리봉의 기적’으로 대서특필됐다. 좋은 일을 하는 훌륭한 분들이 저 말고도 많을 텐데 제가 장애인 돕는 일을 하다 보니 유독 좋게 평가되고 부각되는 것 같다. 2013년에는 장애인 고용과 복지향상에 앞섰다고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가 말한 칸진리봉 기적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은 이 회사 직원 정상민(45)씨다.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다리를 잃은 뒤 서울의지 고객(?)이 돼 선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의기소침한 그에게 선 대표는 늘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네 인생을 책임질 테니 우리 회사에서 일하자”고 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사장님 덕에 직장도 얻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얻었다“며 “제게는 아버지와 같은 분”이라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대우 등 배려가 남다르다고 들었다.

“과거 신체 외형만 흉내를 냈던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놀라울 정도다. 상지 절단장애인의 경우에는 예전에는 가족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하나 이제는 센서가 부착된 전자의수가 개발돼 독립생활이 가능하다. 인체와 유사하게 작동, 컵을 쥐었다 놓았다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장을 한 장씩 넘길 수도 있다. 손가락을 줬다 폈다 할 수 있는데다 손목을 회전하고 꺾을수도 있어 자연 손과 흡사하다. 일반의수를 착용하고는 불가능한 운전도 가능하다. 형태 또한 실제 손과 구분이 안 될 만큼 정교하게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외관상 장애를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는 스포츠 의족 개발도 활발하다. 스노보드 의족을 비롯해 볼링 의족, 러닝머신 의족, 골프 의족, 등산용 의족, 방수용 수영의족도 있다. 장애인들도 이제는 다양한 스포츠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절단장애인들이 보장구 지원에 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고 들었는데.
“장애인들은 몸에 맞는 최적의 보장구를 바란다. 의족과 그 의족이 닿는 환부가 잘 맞지 않으면 통증은 물론 불편함은 말로 할 수 없다. 맞지 않는 의족을 착용한 채 5000보를 걸으면 5000번의 통증을 느낀다. 그래서 품질이 좋은 최고의 보장구를 원한다. 하나 정부의 보장구 지원은 40%는 보조하고 60%는 본인이 부담하는 정도다. 최고의 제품을 하고 싶은데 국가의 지원기준은 일반제품 수준이다. 좀 더 좋은 의족을 해주면 비장애인과 거의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돼서 좋은 의족을 못하다 보니 안타깝다. 영국의 경우 장애인 보조기구를 국가가 평생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프랑스는 보장구 수리비까지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정부에서 이런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절단장애인을 위한 재활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게 꿈이다. 이들이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치료와 재활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병원을 말한다. 얼마 전에도 안타깝게 대구 이월드 알바생이 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됐다는 뉴스를 봤다. 언제, 어디서나 불의의 사고나 각종 질환으로 절단장애인이 생겨난다. 절단장애인들이 언제나 방문해 몸의 장애는 물론 마음의 장애, 심리치료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장애재단 이사장으로 해야 할 역할도 다하겠다. 25만 절단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문제는 무엇보다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날에만 많이 찾던데 평소에도 많이 취재해서 보도해달라.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나.”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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