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실패한 실험? 나비 입 지닌 풀잠자리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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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년 전 침엽수를 누르고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 번성하자 곤충들도 바빠졌다.
'파라독소시시라' 속의 이 풀잠자리는 이제까지 입에 달린 빨대로 다른 곤충의 딱딱한 껍질이나 개구리의 피부를 꿰뚫었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3차원 모델을 정밀조사한 결과 꽃꿀을 빠는 대롱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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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호박 화석서 발견..꽃꿀 빨기 위한 적응, 설계 '부실'로 멸종

1억년 전 침엽수를 누르고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 번성하자 곤충들도 바빠졌다. 꽃이 제공하는 꽃꿀을 빨아먹기 편하게 입 구조를 바꾸는 적응을 서둘렀다.
풀잠자리의 조상도 씹는 입 대신 나비처럼 대롱을 매달았다. 그러나 부실한 빨대 설계 탓에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거대한 변혁기, 곤충이 벌인 진화 실험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례가 호박 화석 분석으로 밝혀졌다.

알렉산더 크라모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고생물학자 등 러시아 과학자들은 과학저널 ‘백악기 연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미얀마 북부 후쾅 계곡에서 발굴된 9900만년 전 호박 화석에 든 풀잠자리 목의 새로운 곤충 4종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파라독소시시라’ 속의 이 풀잠자리는 이제까지 입에 달린 빨대로 다른 곤충의 딱딱한 껍질이나 개구리의 피부를 꿰뚫었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3차원 모델을 정밀조사한 결과 꽃꿀을 빠는 대롱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저자인 크라모프는 “이 곤충들은 백악기 초 번성하던 꽃식물에 대응해 곤충들이 꽃꿀을 먹을 수 있도록 하려던 자연의 실패한 시도”라며 “이들은 꽃꿀을 먹는 벌, 파리 등 다른 경쟁자들의 영리하게 설계된 입과의 경쟁에서 밀렸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은 1억2000만년 전 백악기 초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겉씨식물을 밀어내고 지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현재 소나무·은행나무·소철 등 겉씨식물은 전 세계에 1000종인데 견줘 속씨식물은 30만 종에 이른다.
바람이 아니라 곤충의 매개로 꽃가루받이하는 꽃식물의 등장은 곤충에게 커다란 위기이자 기회였다. 연구자들은 “지금의 미얀마 북부에서 나뭇진이 곤충을 간직한 채 굳은 시기는 속씨식물의 분화가 한창 진행하던 시기로, 식물의 변화에 곤충이 어떻게 대응했나를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아직 나비가 등장하지 않았던 중생대 때 가장 중요한 꽃가루받이 곤충은 풀잠자리 종류였다. 예를 들어, ‘쥐라기 나비’란 별명의 칼리그라마티대 풀잠자리는 날개의 눈 모양 무늬와 긴 대롱 입이 영락없는 나비 모습이었다.

이번에 연구 대상인 파라독소시시라 풀잠자리는 칼리그라마티대 풀잠자리보다 훨씬 작은 형태로 빨대의 길이가 0.62∼0.93㎜였다.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이 풀잠자리의 빨대는 모기의 침처럼 다른 동물을 꿰뚫기엔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그 근거로 “칼집처럼 빨대 주변을 지탱하는 지지대가 없고 빨대 끝에 억센 털이 달려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결국 꽃꿀을 빠는 대롱 형태였지만 얼개가 허술했다. 연구자들은 “두 개의 빨대가 헐겁게 연결된 형태여서 구멍 난 빨대처럼 압력 차로 흡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꽃부리가 얕은 꽃에서만 꽃꿀을 먹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근육의 힘으로 꽃꿀을 펌프질하는 밀봉된 대롱을 지닌 다른 곤충과 경쟁에서 이길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그렇지만 이 풀잠자리도 멸종하기 전 8000만년 동안 수많은 종으로 분화했다.
현재 살아남은 풀잠자리 종류는 성체 때 씹는 입으로 진딧물, 진드기 등을 잡아먹는다. 연구자들은 ”풀잠자리와 달리 벌은 ‘진화의 막다른 골목’에 막히지 않고 성공을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벌은 관통과 흡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입 구조로 꽃꿀 흡입은 물론 포식과 흡혈도 가능해, 고생대 페름기부터 현재까지 2억8000만년 동안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hramov, A.V., Yan, E., Kopylov, D.S., Nature's failed experiment: longproboscid Neuroptera (Sisyridae: Paradoxosisyrinae) from Upper Cretaceous amber of northern Myanmar, Cretaceous Research, https://doi.org/10.1016/j.cretres.2019.07.0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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