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7% 대 97.5%
[한겨레2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놓고 찬반 지지층 결집…
세 쟁점에 대한 질문
8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과 정부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7명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것은 사실상 예고된 순서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주간 조 후보자를 향해 제기된 여러 의혹과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두 편으로 갈려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조 후보자는 사법 개혁의 적임자다. 확실하게 드러난 위법 사항이 없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없다”는 주장과 “사모펀드 투자와 후보자 딸의 대학 입시 등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충분히 낙마 사유가 있다”는 주장이 맞부딪치며 조 후보자의 거취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총선이나 대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현 정부의 여당 핵심 지지층과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의 핵심 지지층이 결집했다.
사라진 인사청문회 질문
여당과 핵심 지지층은 “‘적폐 세력’이 조 후보자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흔들고 있다”며 결집하고, 보수 야당과 지지층은 ‘진보의 위선’ ‘내로남불’ 등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20~30대와 중도층 여론은 후보자 딸을 둘러싼 ‘교육 불평등 논란’에 흔들리고 있기도 하다.
8월29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8월28일 502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를 보면,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여론은 ‘반대’(매우 반대 47.0%, 반대하는 편 7.5%) 응답이 54.5%, ‘찬성’(매우 찬성 26.3%, 찬성하는 편 12.9%) 응답이 39.2%로 나타났다. 대통령 핵심 지지층에서는 (조 후보자에 대한) 찬성이 95.7%, 핵심 반대층에서는 반대가 97.5%로 뚜렷하게 갈렸다. 여기에 검찰이 8월27일 조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하면서 ‘참전’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무위원 후보자를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처음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조 후보자를 두고 찬반 진영이 전쟁을 불사하고, 검찰이 개입하는 상황까지 이르다보니 ‘투표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검증하는 인사 청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이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여야, 양쪽 지지자들이 선명하게 찬반 논리를 내세우면서 ‘촛불 혁명’ 이후 우리 사회가 느슨하게라도 합의한 공감대마저 무너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인사청문위원들 사이에 청문회 대응 참고 자료 성격으로 공유된 60여 쪽 분량의 ‘질문과 응답’(Q&A) 문건을 보면, 조 후보자가 받는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돼 다음과 같은 주장이 담겨 있다. “공직자윤리법 등 관계 법령을 아무리 뒤져봐도 공무원들이 사모펀드를 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다. 공무원은 투자 자체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인가? 오히려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투자 지원과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공무원들이 어느 회사에 투자한지도 모르고 투자할 수 있는 ‘블라인드 사모펀드’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권장해야 할 판이다. (중략) 법에 저촉되지 않는, 기업 투자에 도움이 되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인데 무슨 잘못이 있는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8월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모펀드 투자는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다. 여유 있는 사람이 투자하는 것에 대해선 권장해야 우리나라가 부동산 망국병에 안 걸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 후보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불법이 아니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부임하면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배우자 명의의 주식을 처분했고, 배우자와 자녀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에 10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조 후보자 쪽 말대로 블라인드 펀드는 운용사가 자금을 확보한 뒤 자체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어느 회사에 투자하는지 알 수 없다. 사모펀드는 현재 보편화된 투자 상품이기도 하다.
① 공무원 사모펀드 투자는 권장할 일인가
문제는 공직자윤리법에서 고위 공직자의 직접 주식 보유(3천만원 이상)를 제한하고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것은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나 그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정보로 부당한 이익을 거두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즉, ‘이해충돌’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블라인드 펀드처럼 투자자와 운용자 사이를 엄격히 분리하는 ‘방화벽’이 있다면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을 보면 조 후보자의 5촌 조카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에 관여했고, 조 후보자의 처남 가족도 같은 펀드에 투자해 해당 펀드 투자자 전원이 조 후보자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 후보자의 5촌 조카가 코링크PE의 실소유자라는 정황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와 운용사의 방화벽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에 모인 돈이 투자된 업체가 2017년 8월 이후 관급 공사 177건을 수주했다는 조달청 자료(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까지 공개되며 민정수석 지위를 이용한 영향력 행사 여부에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검찰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부분도 이 대목인데,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당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수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무원의 사모펀드 투자는 정말 권장할 일일까?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자 위법성 여부는 검찰 수사와 인사청문회를 통해 밝힐 문제지만, 이후 고위 공직자의 사모펀드 투자와 이해충돌 여부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극단적인 예로 부처 장관이 투자한 블라인드 펀드가 해당 부처와 관련 있는 기업에 투자될 경우 이해충돌 논란이 또다시 제기될 수 있다. 인사청문 실무 경험이 많은 한 여당 보좌관은 “고위 공직자가 사모펀드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시장에 고위 공직자가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유한국당에서 고위 공직자의 펀드 보유를 제한하는 입법을 준비 중인데, 제한의 적절성 여부나 그 범위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② 딸 교육 ‘기회는 균등, 과정은 공정’했나
조 후보자 딸의 ‘대입 특혜 의혹’과 ‘장학금 특혜’ 논란은 조 후보자 쪽과 관련 인사들의 해명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위법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대입 특혜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단은 “고교 재학 중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 논문 덕분에 대학 또는 대학원에 부정 입학을 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대응하고, 실제 아직 관련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 논문 1저자 논란의 경우 대한병리학회에서 조사 중이다. 장학금 특혜 논란은 각 대학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부산대학교 외부 장학재단인 소천장학회의 경우 기존 원칙을 바꿔 조 후보자의 딸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위법 여부와 상관없이 조 후보자의 딸 특혜 의혹에 반응하는 여론이 증폭된 이유는 두 가지다. 과거 기득권의 특혜를 강하게 비판했던 조 후보자의 각종 발언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로 옮겨붙었다. 또 촛불 혁명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구호와 맞닿은 교육 문제에 민감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조 후보자의 딸이 거쳐갔던 서울대·고려대·부산대 등에서 재학생들은 촛불 집회를 열며 조 후보자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20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성’ 이슈와 닿아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대입을 위해 ‘쌓은 스펙’이 부모의 인맥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누구나 노력하고 시도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회” “특혜가 아닌 보편적 기회”라고 대응하며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질문과 응답’(Q&A) 자료도 과거 입학사정관제로 치른 입시에서 조 후보자 딸과 유사 사례가 많고, 당시 보수언론에서 논문 작성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전략으로 추천했다는 것을 들며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조 후보자의 딸은 ‘평범한 금수저’라는 논리인데, 촛불 이후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의 여론과 충돌하고 있다. 8월2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20대의 여론은 반대 62.1%, 찬성 29.1%였다.
③ 인사청문회 전 검찰 개입은 온당한가
조 후보자에 대한 여야 대치가 극렬해질수록 입법기관으로서 국회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8월29일 현재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딸을 비롯해 가족들의 청문회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데, 여당은 “후보자 검증이라는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가리고 가족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야당의 가족 증인 채택 요구에 “가족은 이제 그만 놔줬으면 좋겠다”고 항변했고, 이명박 정부에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가족 증인 출석 요구를 당시 여당이 막았다.
고위 공직자의 후보자와 연관된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가족을 검증 대상에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현재 조 후보자 가족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며 일부 언론의 흥미 위주 보도가 나오고, 조 후보자 가족 자택 앞에서 일부 인사들이 유튜브 방송을 하는 상황은 후보자의 자질과 상관없이 ‘망신주기’가 될 수 있다. 과거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미국처럼 인사청문회를 도덕성 검증(비공개)과 정책·자질 검증(공개)으로 이원화하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먼저 다뤄야 할 사안을 무조건 사법부로 가져간 것도 ‘정치의 사법화’라는 측면에서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 8월29일 현재 조 후보자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고발된 사건은 12건이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나 보수단체의 고소·고발도 있지만, 절반은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고발했다. 보수 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 뒤 조 후보자가 수사 대상이라며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는 게 일반이었는데 이번에 관행이 깨진 것이다.
결국 야당은 사법기관에 검증 책임을 미루고, 여당은 제기되는 의혹에 명확한 해명보다 조 후보자의 엄호에 치우치며 인사청문회 검증이라는 ‘정치 과정’에 검찰이 개입하는 길을 열어주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 개혁에 불편한 태도를 보이는 검찰 편에서는 결과적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비위 의혹과 관련된 자료 확보라는 ‘꽃놀이패’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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