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국정원 민간사찰이라니, 민주화시대 맞나
[경향신문] 국가정보원이 2014년 9월부터 이달까지 돈을 주고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사람을 정보원 삼아 수십명의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5년 가까이 그의 보고서에 담긴 사람들은 과거 같은 학생운동조직에 있었던 교수·변호사·기자·노무사·영업사원·농민·시민단체 인사였다. 사찰 정황과 증거 물품도 함께 제시됐다. 사실로 밝혀지면, 민간인 사찰을 끊었다는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다짐과 약속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다.
국정원에서 ‘김대표’로 불렸다는 정보원의 폭로는 구체적이다. 그는 언론에 “운동권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알려주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국정원 경기지부 공안2팀의 ‘사업’ 제안을 받고 응했다고 밝혔다. 매달 기본급 200만원, 보고서 작성 때나 시민단체에서 간부 승격 시 50만~300만원의 성과급까지 줬다고 했다. 녹음 장비가 숨겨진 가방을 국정원이 줬다며 직접 공개했고, 시민단체 활동가와 같이 살라고 얻어준 방엔 ‘몰래카메라’도 설치됐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민간인을 매수해 정보를 수집한 명백한 범죄행위다. 국정원은 자발적 협조자를 증거수집에 활용한 것은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보원은 “국정원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어도 우리 할 일은 한다’고 독려했고, 그만두려 할 때마다 돈으로 회유했다”고 반박했다. 정보원이 검찰에 고발할 뜻을 비쳤으니 시시비비를 분명히 밝히고, 사실이라면 돌출행동인지, 어디까지 보고·지시가 이뤄졌는지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보기관의 ‘사찰 DNA’는 시민들의 불신이 깊다. 그 악몽이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에서 튀어나온 충격은 더 말할 게 없다. 국정원도, 국회 정보위도 진상조사에 머뭇거림이 없어야 한다. 국정원이 2년 전 국내 정보수집 부서를 폐지했지만, ‘보안정보’를 명분 삼는 정보수집이 부활할 소지는 상존했다. 그 분기점이 될 국정원 개혁법안들은 2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국회·사법 통제 장치 논의도 다시 고삐를 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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