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대학가 촛불에..정치집회 몰아가는 네티즌

김유신 2019. 8. 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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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서
'촛불아닌 토착왜구집회' 주장
"학생증 검사까지 했는데..
외부단체의 구호 문제삼아"
순수성 폄훼 의혹 제기에 분개
조국비판 청년에 '수꼴' 비하
방송사앵커 조롱발언도 논란
28일 서울대 2차·부산대 집회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학생 500여 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 모씨(28)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 23일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 모씨(28)의 고려대 입학과 서울대 장학금 수령 등에 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이를 두고 '정치적 집회'라고 몰아세우는 글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차쇼핑몰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엔 24일 '오늘 고려대 촛불집회 구경 갔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박근혜 석방 구호도 나오고 문재인 하야 구호도 나왔다"며 "이건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촛불집회로 보기 힘들다. 그냥 토착왜구 집회라고 보시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25일 현재 추천 1846개를 받고, 댓글이 451개 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도 24일 '고려대는 자유한국당과 연계된 집회에 대한 의혹에 대해 조사하기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 등에 올라온 23일 고려대 집회 영상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정치세력의 개입을 원천 배제하고, 조씨의 입학 과정에 대한 학교 측의 철저한 진상규명만을 요구했다. 영상에서 학생들은 "진상규명 촉구한다. 입학처는 각성하라", "정치 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학교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서 주최자 고려대 경영학과 12학번 오정근 씨는 "두 차례에 걸쳐 집회 주최자가 있었지만 정치색과 관련한 비판 등이 제기돼 물러나고 제가 세 번째 주최자로 집회를 이어받게 됐다"며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순수한 고려대 학생들의 모임이라는 의의를 살리기 위해 후원금을 받지 않았고 당일 제공한 마스크와 팸플릿은 학우들의 지원과 집행부의 사비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집회가 주목을 받자 보수 유튜버들과 강용석 전 의원 등이 학교를 찾았지만 집회에 함께 참석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집회에 참석했던 고려대 졸업생 정 모씨(30)는 "집회가 열린 중앙광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생증을 보여주고 학교 학생인지 여부를 집행부로부터 확인받아야 했다"며 "정치색을 띤 시위자들이 행사 주변부에 모여 있긴 했지만 이들이 학생들의 촛불집회에 함께 섞인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국정농단 당시 이석기 전 의원 석방과 같은 구호가 일부 나왔지만 이를 촛불민심 전체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몇몇 과격한 목소리가 섞여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순수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표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글에 대한 학생들의 비난도 거세다. 고려대 학생들의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의 촛불집회를 정치집회로 규정하는 주장에 대해 "집행부와 집회 참여자들이 정치색과 거리를 두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가짜뉴스로 욕을 먹는 현실이 억울하고 분하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해야 한다"는 비판 의견 등이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28일 부산대에서 집회가 예고된 데 이어 같은 날 서울대에서도 2차 집회가 결정되면서 집회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한 방송사 앵커가 조국 후보자 규탄 집회에서 연설한 학생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 앵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수구꼴통의 줄임말) 마이크를 잡게 되지는 않았을 수도"라는 글을 올리면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앵커는 "기성세대 시각으로 진영 논리에 갇혀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경솔한 표현 역시 아프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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