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서울대생 딸 꾸짖은 어느 아버지의 편지 '눈길'

김태훈 2019. 8. 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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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생들 스스로 '대체 장학금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가운데 20여년 전 어느 서울대생의 부친이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이 새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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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학점 받을 줄 알았는데 장학금.. 교수와 합작품" / 1996년 10월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에 실려 화제 / 조국 딸, 장학금 관련 '모럴해저드' 논란으로 곤욕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생들 스스로 ‘대체 장학금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가운데 20여년 전 어느 서울대생의 부친이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이 새삼 눈길을 끈다.

25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꼭 23년 전인 1996년 10월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주로 보는 ‘대학신문’에 ‘96학번, 내 딸의 학우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서울대 96학번 신입생 딸을 둔 한 아버지가 딸한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글은 당시 우리 사회 기성세대가 서울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솔한 메시지를 담아 화제가 됐다.

이 편지는 ‘대학신문’ 게재 이후 동아일보가 1996년 10월6일자 신문 1면에 ‘고교 때 빛나던 내 딸 왜 이렇게 됐나’라는 제목의 톱 기사로 실어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졌다.

아버지는 딸이 고교 시절 치열한 입시 공부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한 뒤로는 정작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도 턱하니 장학금을 받아 오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편지에 적었다.

‘어느 서울대생의 아버지’가 공부도 안 하고 장학금을 탄 자기 딸을 꾸짖는 내용으로 쓴 편지 내용을 게재한 동아일보 1996년 10월6일자 1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내가 경험한 괜찮은 나라 괜찮은 대학생들 중 내 딸처럼 공부하지 않는 학생은 없었다. 그러나 내 딸은 지난 학기에 F학점은커녕 버젓이 장학금을 타 나를 놀라게 했다. 아 그랬구나. 너희들의 배회와 탕진은 너희 교수님들과의 합작품이었던 것이구나.” (‘96학번, 내 딸의 학우들에게’ 중에서)

조 후보자 딸 조모씨는 2014년도에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했다. 12명 모집에 46명이 지원해 약 4대1의 치열한 경쟁률이었으나 이를 뚫었다. 그런데 첫 학기 조씨는 남들보다 적은 딱 한 과목만 수강했다. 2학기 시작 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합격 통지서를 받고선 바로 휴학계를 냈다. 그럼에도 두 학기에 걸쳐 동창회(관악회) 장학금 총 8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일요일인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 “대체 교수들이 장학금 지급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장학금 지급 심사를 허술하게 한 교수도 이번 논란의 ‘공모자’라는 것이다. 23년 전 96학번 딸의 아버지가 “너희(학생)들의 배회와 탕진은 너희 교수님들과의 합작품”이라고 꼬집은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

‘96학번 딸 아버지’는 서울대생들 특유의 선민의식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더 근심스러운 것은 내 아이가 어느덧 그 눈빛에 담아가고 있는 선택된 자로서의 오만이다. 아직 어린 내 아이가 자신이 획득하거나 성취하지 않은, 타고난 약간의 재능쯤을 공리적 목적을 위한 무기나 수단으로 삼으려 하다니. … 줄기찬 배회와 탕진. 그것은 너희들이 썩어빠졌다고 지탄하여 마지않는, 또 사실 지탄받아 마땅한 어른들의 몫이 되어야만 하지 않겠니.” (‘96학번, 내 딸의 학우들에게’ 중에서)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홍종호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대학원생들한테 “더 당당히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해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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