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강정] 사고 후에도 관리 여전..'이월드 알바생' 근무일지 입수

고정현, 강민우, 정다은 기자 2019. 8. 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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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 CSI : 고강정

<앵커>

일주일 전 대구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다리를 잃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놀이기구의 관리와 운용 모두 아르바이트 직원끼리 도맡고 있었고 안전 교육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생긴 명백한 인재였는데 그 위험한 근무가 어느 정도였는지, 또 다른 놀이공원 실태는 어떤지 사회부 고정현·강민우·정다은 세 기자가 팀을 이뤄서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6일, 롤러코스터 '허리케인'을 관리하던 22살 아르바이트 직원 박 모 씨가 다리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승객들의 안전바를 내려준 뒤 객차가 서서히 출발할 때 맨 뒤에 서 있다가 승강장 앞쪽에 뛰어내리려고 했던 것인데 그만 못 내리고 레일 아래 풀숲에 떨어지면서 다리가 끼였던 겁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아르바이트 직원들만 있었고 박 씨의 위험한 근무 방식은 사실상 관행이었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입니다.

[정다은 기자 : 저기 보이는 빨간 레일이 '허리케인'이라는 롤러코스터인데요. 얼마 전에 저기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강민우 기자 : 사고 롤러코스터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개는 지금 계속 운행 중인데, 저곳에는 다른 문제가 없는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정현 기자 : 그럼 두 사람은 계속 이월드 안에서 남아서 실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취재를 해보고 나는 바깥에 나가서 경찰서 같은데 가서 수사 상황을 파악해볼게.]

사고가 난 지 닷새가 지났는데 이월드는 소형 카메라에도 민감했습니다.

[이월드 직원 : 이월드 자체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기자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어서. 별로 좋게 안 보일 거거든요.]

반면 운용 실태는 바뀐 게 없었습니다.

롤러코스터 승강장에 여전히 CCTV는 없었고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이 승객들 안전점검과 운행을 맡았습니다.

사실상 아르바이트 직원이 운용한다고 봐도 무방한 겁니다.

스브스 CSI 고강정팀이 확보한 지난 8개월 치 이월드 근무일지와 놀이기구 운용일지입니다.

아르바이트생 한두 명이 거의 모든 놀이기구를 담당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지난 3월 시급 8,350원의 최저임금을 받기로 하고 입사한 박 씨도 하루 뒤 바로 놀이기구를 맡았습니다.

교육생 신분으로 출근 첫날부터 '바이킹'을 혼자서 담당한 겁니다.

[박 씨 지인 : '바이킹'을 했다고 하길래 설마 얘가 옆에서 뭐 하는 거를 보는 정도였겠지…그런데 물어보니까 바로 그냥 투입되고….]

그나마 이른바 알바 직원들의 운용마저 '땜질식'으로 이뤄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월드 前 직원 : 너무 더워서 제가 하는 기구 (운용을) 못 해서 '부메랑'이라는 기구가 있는데 그쪽으로 (투입됐어요.) 그날그날 따라서 유동적으로 (투입됐어요.)]

사고 당일에도 '허리케인'을 운용한 알바 직원만 4번 바뀌었고 박 씨 역시 그날 다른 놀이기구를 운행하다 '허리케인'으로 옮긴 뒤 사고를 당했습니다.

교육 역시 알바 직원의 몫이었습니다.

[박 씨 지인 : 모든 기계 조작은 그날 가서 자기가 담당하는 그 기계 알바 한테 배웠다고 했어요. 안전교육도 뭐, 한 듯 만 듯했고….]

다른 놀이동산의 실태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영남권 놀이동산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한 직원은 '이월드'가 오히려 양호하다고 말합니다.

[영남권 놀이동산 前 직원 : 롤러코스터 360도 도는 게 있습니다. 키 제한이 130cm인데 120cm까지도 '괜찮다' 그냥 태워라. 손님들이 (직접) 안전바 내리고 근무자는 그냥 쓱 훑어보고.]

서울의 한 놀이동산에서도 알바 직원 혼자서 검표부터 안전관리, 운행 등 놀이기구의 모든 것을 관리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놀이 시설은 안전바 착용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놀이기구를 작동시켰습니다.

[현장음 : 여기 안전바 확인도 안 해주네요.]

[놀이시설 운영자 : 그때그때 탑승 인원에 따라서 (아르바이트생을) 늘렸다, 줄였다. (그럼 당일 알바도 뽑으세요?) 그렇죠, 그렇죠. 아침에 이제 나오면 교육을 시키고.]

이월드는 지난 2월 정기점검에서 28개 놀이기구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법에 규정한 점검 범위가 놀이기구나 시설 점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원 관리나 안전교육 실시 여부 등도 살펴보도록 법규를 고치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진우/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 기계설비 상태 위주로만 점검이 이뤄지다 보니까 그저 운영하는 측면에서의 여러 가지 매뉴얼이라든지 교육 그런 부분들은 거의 방치되었다.]

놀이공원의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인력 관리 행태는 직원뿐 아니라 관람객까지 위협합니다.

지난 7년 동안 정부에 보고된 워터파크 등 놀이공원 중대사고는 82건, 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설민환·김용우, 영상편집 : 박지인)       

고정현, 강민우, 정다은 기자d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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