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대구 이월드 알바생 다리 절단 사고는 인재?.."피해자 왜 거기 있었는지 몰라"

백경열 기자 2019. 8. 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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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의 인기 놀이기구인 ‘허리케인’에서 박모씨(22)는 평상시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5개월째 이 곳에서 탑승객들이 안전바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검사하는 등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박씨는 별도로 마련된 부스 안에서 놀이기구를 출발시키는 직원과 입구에서 검표 작업을 하는 직원 등과 함께 조를 이뤄 일을 하고 있었다.

119구급대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 놀이기구 허리케인에서 사고를 당한 아르바이트생 박모씨(22)를 구조하고 있다.|대구소방본부 제공

허리케인은 모두 6칸으로 돼 있었고, 1칸에 4명이 탈 수 있다. 총 정원은 24명. 이날 오후 6시50분쯤에 출발하는 열차에는 모두 20명이 탔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박씨는 놀이기구 마지막 칸인 6번째 칸과 뒷바퀴 사이 공간에 서 있었다. 앉을 수는 없지만 사람이 서 있을 정도의 작은 공간이 존재했다. 박씨는 이 공간에 서서 천천히 출발하는 열차와 함께 이동했다. 음악소리는 시끄러웠다.

1분여 뒤. 열차는 모든 코스를 돌고 다시 제자리로 왔다. 하지만 탑승객을 무사히 놀이기구 밖으로 안내해야 할 박씨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놀이기구를 출발시킨 직원은 그제서야 박씨가 레일 아래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열차 출발 직후 약 10m지점에서 다리가 절단되면서 놀이기구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 직원들은 소란스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그가 사고를 당했다는 걸 바로 알지 못했다.

‘대구 이월드 알바생 다리 절단 사고’는 안전 규정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 당시 열차 작동 근무자와 피해자 박씨 등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17일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대구 성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피해자 박씨는 놀이기구 출발 전 탑승객의 안전바 착용을 돕고 확인한 후 열차와 떨어진 곳으로 몸을 피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박씨가 놀이기구 뒷부분 공간에 서 있었던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현장 직원 등은 ‘박씨가 왜 그곳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면서 “다만 열차 뒷부분에 (박씨가) 서 있었던 것을 보고도 열차를 출발시킨 운행 직원 등의 책임은 일단 인정된다고 보고, 현장 직원과 박씨 등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놀이공원의 특성상 탑승자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목적 등으로 현장 직원들이 박씨와 같은 행위를 일종의 ‘관행’처럼 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허리케인의 경우, 놀이기구 뒤쪽에 근무자가 서 있다가 속도가 붙기 직전에 열차 밖으로 뛰어내리는 식이다. 이에 경찰은 다른 시간대 근무자와 전직 종사자 등을 상대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허리케인을 관리하는 이월드 측 매니저를 상대로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월드 측은 놀이기구 3개 당 1명의 안전관리 매니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검사는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검사 관련 서류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직원 대상 안전교육 등 형식적인 부분은 누락된 게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놀이기구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오는 20일쯤 감식을 통해 다른 유형의 위험 가능성이 존재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아르바이트생 박씨는 사고 직후 119구급대에 의해 대구 달서구의 수부외과 및 미세수술 분야 전문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하지만 이날 밤 늦게 절단된 오른 다리를 접합하는 수술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박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부분 정강이 쪽이 잘려나간 상태이며, 사고 직후 뼈까지 부러졌을 정도로 신경이 많이 손상됐다. 병원 측은 잘려나간 다리를 보관하면서 재수술 등의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월드는 박씨가 입원한 병원에 직원을 대기시켜 상황을 살피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놀이공원 측은 현재 도의적인 차원에서 박씨가 부담하게 될 병원 비용을 대신 내겠다는 입장이나, 사고가 난 놀이기구의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회복 중인 박씨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게 지금 상황으로는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진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 “피해자의 과실 가능성도 있어 조심스럽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사고 현장 근무자와 이월드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규정을 지켰는지 여부와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 사항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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