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구역질' 덕인가.. 베스트셀러 오른 '반일 종족주의'

김주영 2019. 8. 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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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광복절 주간에 온·오프라인서 '1위'
“구역질 나는 내용의 책” vs “지금껏 몰랐던 사실들에 눈을 뜨게 해줬다”.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논란 이후 사회 곳곳에서 친일·반일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책 ‘반일 종족주의’를 두고 이처럼 극명히 엇갈리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베스트셀러 순위 최상위권에 자리하자 논란이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광복절 주간에…베스트셀러 최상위권 기록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 최근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랐다. 미래사 제공
17일 국내 최대 규모 서점인 교보문고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8월 둘째 주(8월7일∼13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1위를 기록했다. 전주 8위였다가 단숨에 7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구매자 성별은 남성이 73.8%, 여성이 26.2%,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와 40대 순이었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이 책은 지난주에 이어 2주째 1위를 차지했다. 알라딘에서는 주간 베스트 집계 2위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일 출간된 지 일주일만에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된 것이다.
 
한·일 경제 갈등으로 반일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반일 종족주의’란 책을 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자료사진
이 전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함께 쓴 반일 종족주의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이 책의 출판사 소개를 보면 국내의 반일 여론을 “아무런 사실적 근거 없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샤머니즘적 세계관의,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 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로 규정하며 “이 종족주의의 기원, 형성, 확산, 맹위의 전 과정을 국민에게 고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계하기 위한 바른 역사서”라고 적혀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 등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격앙된 상황을 정면 비판한 셈이다.
 
논란의 ‘반일 종족주의’를 겨냥해 “구역질 나는 내용의 책”이라고 비판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료사진
반일 종족주의 출간 직후부터 학계는 물론 각계에서 비판이 터져나왔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구역질 나는 내용의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저자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 전 교수를 “이전부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같은 주장을 펼쳐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책이 승승장구하게 만든 한 요인으로도 꼽힌다. 구매자 성별과 연령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태극기 집회’로 상징되는 집단 구성원들의 지지를 업고 불티나게 팔렸다.
 
◆“친일” vs “읽어는 봤냐” 반응 양 극단 달려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까지 나서서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각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왜 이 책을 보수 유튜버가 띄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심한 두통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보수 유튜버로 활동 중인 강용석 변호사는 이와 관련, 홍 전 대표에게 “우파 행세 그만하고 정치판을 떠나라”고 했다. 반면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이 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한국당에 징계를 요구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유튜브 채널 ‘이승만TV’에서 자신의 책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독자들의 반응도 양 극단을 달린다. “전형적인 친일 인사들의 시각”이라거나 “국민 정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책을 읽어보면 근거가 충실하고 논리적인데 무작정 친일로 모는 게 문제”라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라는 등 반박도 있다. 이 전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이승만TV’를 통해 “평생 비정치적으로 연구실을 지켜온 사람을 친일파로 매도했다”며 “근대화 역사의 비극성과 복잡성, 자주성, 식민지성을 고뇌하고 이해하는 지식인이라면 이 책을 두고 그렇게 천박한 욕설을 퍼부을 수 없다”고 한 뒤 조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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