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앙대 '페미니즘 대자보' 훼손 남학생들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

허진무 기자 2019. 8. 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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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학생 3명이 지난 5월31일 중앙대 학내 게시판에서 페미니즘 모임 ‘반’의 대자보를 떼어가고 있다. ‘반’ 페이스북 캡처

중앙대학교 학내 페미니즘 모임의 대자보를 떼어간 남학생들이 경찰 수사를 받은 끝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학교 측의 허가를 받지 않은 대자보가 연극 홍보에 방해돼 떼어냈다는 동기를 경찰이 참작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모임의 대자보를 찢은 여학생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중앙대 반성폭력·반성매매모임 ‘반’의 대자보를 훼손해 재물손괴 혐의를 받던 남학생 3명을 지난달 24일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월30일 반이 연 ‘중앙대 페미니스트 총궐기’ 행사 후 교내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10여장을 31일 새벽 떼어낸 혐의를 받았다. 당시 교내 폐쇄회로(CC)TV에 이들이 대자보들을 뜯어서 손에 들고 학교 밖으로 들고 가는 장면이 잡혔다. 반은 이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페이스북에 “특수절도범을 공개수배한다”고 적었다.

경찰은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CCTV 영상을 분석해 지난달 이들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거했지만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냈다. 중앙대의 한 연극 동아리 소속인 남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반이 게시한 미허가 대자보들 때문에 연극 홍보 게시물이 보이지 않아 떼어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남학생 동아리의 홍보물은 학교 측의 게시 허가를 받았지만 반의 대자보들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 게시판을 관리하는 학교 측도 남학생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측의 허가를 받지 않은 대자보들 때문에 허가를 받은 남학생들의 연극 홍보가 방해를 받았다는 동기를 고려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며 “대자보를 찢지 않고 떼어내기만 해 사회 통념상 재물손괴 혐의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반의 대자보를 훼손한 뒤 대학생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에 자랑한 여학생도 지난 6월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이 학생은 지난 5월 교내 법학관 지하 1층에 붙어 있던 반의 출범 대자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를 받았다. 여학생의 남자친구가 서로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과 구겨진 대자보 사진을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여학생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내가 중앙대 반페미 문화에 선을 그었다. 같은 여자인데 찢었다고 잔 다르크 취급받을 것 같다. 글 올려 페미들 발작하면 웃기겠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들을 압수수색해 남자친구의 e메일 주소를 확인한 후 여학생의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여학생은 “이미 약간 찢어져 있던 대자보가 보기 싫어서 만지다가 아무 생각 없이 찢어 버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경찰은 지난달 이 여학생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밝혔지만 이날 불기소 의견 송치라고 정정해 알려왔다. 경찰 관계자는 “대자보가 이미 찢어져 있던 상황이라 여학생이 크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힘든 데다 학생 신분임을 고려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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