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라라의 라틴인사이트]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섬, 콜롬비아 '산타크루즈 델 이슬로떼'

남미 콜롬비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섬이 있다. 바로 ‘산타 크루즈 델 이슬로떼 Santa Cruz del Islote’이다. 섬의 크기는 약 3,000평으로 축구장 1.5배 크기의 면적에 1,200명 이상의 인구가 산다. 그에 비해 가옥 수는 100개 남짓 밖에 되지 않아 한 집에 평균 10명 이상의 식구가 닭과 강아지, 거북이 등 애완동물까지 부양하며 살아간다. 집마다 대문이 존재하긴 하지만 문이 닫혀 있는 집은 없다. 섬 전체가 하나의 대가족처럼 서로의 생활을 경계 없이 넘나든다. ‘이슬로떼 Islote’는 스페인어로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을 뜻한다. 그러니 분명 이 섬에도 처음부터 사람이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곳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150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배가 좌초되어 떠내려온 한 어부가 우연히 이 섬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모기가 없어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그 후 가족들과 함께 이주해 대대손손 뿌리를 내리고 잘 살았다고 한다. 그 시초가 가족 단위의 이주였다는 것은 현재도 이 섬에 존재하는 성씨가 단 6개뿐이라는 것으로 증명된다. (고작 모기 때문에 이런 불모지에 정착했다는 것이 우스울 수 있지만 카리브 맹그로브 습지는 모기, 샌드플라이 등 온갖 무는 것들의 천국이다. 물리는 순간 극강의 가려움을 선사하는 이들은 숙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의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육지에서 모터보트로 50분가량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카리브 망망대해의 섬이지만 이곳에는 학교, 보건소, 운동장, 마트, 식당, 아쿠아리움, 무려 네일샵까지 존재한다.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기본권을 영위할 수 있는 대개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으나 물 부족은 심각하다. “금보다 물이 더 귀하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식수를 비롯한 모든 생활용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육지로부터 물을 가져오는 길뿐이라 2주에 한번 해군들이 섬으로 물을 배달한다. 그나마도 풍족한 양은 아니기에 물을 아끼는 습관은 그들 생활 속에 베어 있다. 물론 없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다. 현대인들에게 물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인터넷 아닌가. 대해 한가운데서 인터넷 또한 터질 리가 없는데, 섬을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도민들은 정작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섬에는 밝은 기운이 넘쳐났다. 신나게 공을 차고 놀다 땀이 나면 바로 에메랄드빛 투명 바다로 풍덩 뛰어드는 아이들의 표정은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한다. 흥겹다 못해 견디기 힘들 만큼 시끄러운 음악을 하루 종일 울려 대는 곳. 그곳에서 일하는 시간 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의 밝은 얼굴에서 궁핍의 그늘은 찾기 힘들었다. 돌아가는 배를 타러 나서는 길 나는 배웅을 나온 현지 친구에게 끝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마지막 물음표를 던졌다. 왜 당신들은 물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온갖 결핍이 넘치는 이 섬을 왜 떠나지 않았냐고.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논리적이었다. “도시에 나가면 내가 가난하다고 느껴.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 여유가 있는 이곳이 난 편해.” 그들이 가진 것들을 돌아보지 못한 체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대리 불만을 느끼며 함부로 불행을 예측한 나는 순간 무안을 느꼈다. 모두가 쫓는 것을 쫓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그들이 가진 행복의 키가 아닐까? 설령 그곳이 카리브 바다 한가운데면 어떠랴 내가 그로 만족한다면 말이다.
[국선아(끌라라) 중남미 지역학 박사과정/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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