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유리창 충돌 막는 '5X10 규칙' 아시나요
시민, 기업, 정부가 택할 대책은 무엇일까
▶조류 충돌 이전 글 보기: 유리창에 부딪힌 새의 흔적, 핏자국으로 남았다면…


언론 지면에는 복잡한 내용을 다 설명하기는 어려워 나름 제한된 방법만 소개했습니다. 다만, 발생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방안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설치된 구조물 유리를 떼어 낼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 인식의 출발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새들에게 여기 투명창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새들이 지나갈 수 있는 틈은 없다는 우리의 뜻을 전달해야 합니다. 바로 그 기준이 ‘5×10 규칙’입니다.
위·아래로 5㎝ 또는 좌우로 10㎝ 이내 간격으로 무늬를 넣으면 됩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보다 작은 공간은 새들이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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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은 조류 친화 건물
새롭게 짓는 건축물은 유리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유리를 효과적으로 가리면 됩니다. 계획단계에서 조류 친화적 건축으로 만드는 것이 건축 디자인적 요소가 되겠지요. 깍두기 형식을 벗어나 예술적 요소를 넣는 것이 건축미라는 측면에서도 멋집니다.
세상에는 유리가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건축물은 많습니다. 최근 문을 연 전태일 기념관도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미적 요소를 고려한 전면 파사드(façade)에는 충돌을 줄일 수 있는 열사의 편지글이 도드라져 있습니다.
이런 양식의 건축 디자인도 충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2017년 준공한 용산역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로 상당히 조류 친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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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지 않고도 아름답다
만약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면 충돌 예방 효과가 있는 유리를 사용합니다. 경험상 건물은 반사성이 주요 문제고, 방음벽은 투명성이 문제입니다. 유리의 반사성을 깰 수 있는 에칭 유리나 프리트 문양(frit) 등을 세라믹 인쇄한 유리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되도록 반사가 주로 일어나는 바깥면에 이 무늬를 넣어야 효과가 뛰어납니다. 접합강화유리는 유리 내부에 실크스크린이나 세라믹 인쇄를 하여 원하는 문양을 넣을 수 있습니다.
5×10의 규칙에 따라 다양한 문양을 선택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가급적 두 가지 색상이 들어간 문양을 교차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보통 검정과 주황색의 배합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색유리나 유리 블록을 사용하여 건물을 꾸밀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능적으로 자외선 반사 무늬 유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가격이 다소 고가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외부 버티컬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외부 버티컬을 열면 거의 10㎝ 간격의 가로 선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또한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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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금류 스티커 아무 효과 없어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면, 어쩔 수 없이 유리에 뭔가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스티커가 될 수도 있고, 필름, 스프레이나 아크릴 물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10㎝ 간격으로 낙하산 줄(뻣뻣해서 잘 꼬이지 않습니다)을 매달 수도 있고, 유리창 앞에 굵은 그물을 매달 수도 있습니다. 이 모두는 예산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경우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것은 내구성입니다.






그럼 아파트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아파트는 소음 관련한 투명방음벽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층 거주민의 조망권과 소음 차단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죠. 다만 충돌을 저감할 수 있는 무늬 유리로 방음벽을 만든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각 층의 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4층까지의 저층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층 유리는 반드시 저감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고층의 경우 개인이 유리 바깥면에 뭔가 조처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때 수직 블라인드 등이 도움됩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나마 집에서 손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죠.
이 밖에도 유리 난간이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출입구와 같은 인공 유리구조물도 문제가 됩니다. 완전한 투명성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예술적 요소를 강조해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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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죽이는 ‘녹색 건축’?
나아가 법제화도 필요합니다. 적어도 공공건축물은 다른 생명을 없애는 방법으로 지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법률에 인공구조물의 조류 친화적 건축 방향에 대해 명기하여, 의무화해야 합니다.
지방 정부는 선제적 조례 제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해야 합니다. 이미 북미 상당 국가와 주 정부에서는 의무 및 권고 규정을 각각 발표하고 있습니다.
녹색 건축 인증에도 꼭 넣어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녹색 건축이라는 것이 단지 에너지 보존과 재활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기 위함이라면 반드시 살펴봐야 할 항목이 조류 친화적 건축물일 것입니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의 리드(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는 미국의 대표적 친환경 건물 인증제도로서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이 제도에서도 야생조류 충돌방지를 평가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지요.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증진일 것입니다. 지역 사회에서 유통될 수 있는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여 우리 지역의 문제를 알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규모 건축회사가 이를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미 설치된 방음벽이라도 저감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은 사회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회사의 이익을 담보로 사회의 공공재를 해칠 수 없을뿐더러, 희생자는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자연환경의 구성체인 것입니다.

시민참여 모니터링도 중요합니다.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를 통해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저 혼자서 죽은 새들을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충돌 문제도 정말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우리 삶의 주변에서 생기는 일을 기록 분석하고 지역 사회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국가 홀로 모든 문제를 만든 것도 아니며, 이러한 문제를 잉태한 대가로 이윤을 얻은 대상은 마땅히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 이윤에는 어쨌든 새들의 목숨값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분의 참여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사진 김영준/ 수의사,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장 ecovet@ni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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