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안에서 만난 니체-도스토옙스키.. 삶이 새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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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또 이 꼴 나면 안 된다! 정신 인제 차렸제?" 출소일은 얄궂게도 개천절이었다.
"1집 때는 이 기분 못 느껴봤잖아요. 감옥에 있어서. 밖에서는 '앨범이 터졌다, 난리가 났다'는데 안에서 본 건 창살뿐."
"그 안에서 두 눈으로 본 건 결국 창살뿐이었고, 글자보다 센 것은 실제 경험이었기에."
2년 반 동안 랩 가사를 벼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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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은 아무 생각 없이 집밥 먹었어요. 밥만 먹어도 행복이데요.”
24일 만난 이센스는 공장에서 갓 나온 2집 ‘이방인’(22일 발매) CD를 들고 감개무량해 했다. 무려 4년 만의 앨범이다. “1집 때는 이 기분 못 느껴봤잖아요. 감옥에 있어서. 밖에서는 ‘앨범이 터졌다, 난리가 났다’는데 안에서 본 건 창살뿐.”
누군가는 언급을 꺼릴, 다른 이는 엄지부터 들 이름. 이센스. 그는 2015년 마약류관리법위반으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대마를 흡입한 연예인은 많지만 1년 이상 실형을 산 이는 많지 않다. 스토리는 더 나아간다. 이센스는 2015년 8월, 1집 ‘The Anecdote’로 힙합계를 평정했다. 가요사 최초의 옥중 앨범. 투옥을 예상하지 못하고 완성해둔 작업물을 고심 끝에 음반사가 내놓은 것이다. 아이돌 음반 같은 속도로 팔렸다.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했다. 무대를 종횡하던 래퍼, 창살 안에서 책과 만났다.
“백 권쯤 읽은 것 같아요.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알랭 드 보통), 니체의 잠언집…. 닥치는 대로요. 인터넷 검색을 못 하니까 책날개에 있는 목록을 보고 다음 책을 찾아 읽었죠.”
인상적인 글귀들을 녹색 공책에 열심히 적었다. 독서로 “예술과 삶을 새로 보게 됐다”고 했다. 압권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왠지 이건 꼭 감옥에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마지막 줄이 세게 와 박혔어요. 어떤 생각과 변증론에서 벗어나 실제로 살기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기억해요. 진짜로 나의 삶이란 뭐였나, 돌아보게 됐죠. ‘밥벌이의 지겨움’(김훈)의 강렬한 단문들은 와, 그냥 힙합이데요.”
출소하자 스스로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카뮈의 ‘이방인’과는 좀 다른.
“1년 반 만인데도 세상이 좀 달리 보이데요.”
새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해 보자는 생각에 2017년 초부터 앨범 제작에 착수했다. 옥에서 적어둔 노트는 접어뒀다. 랩 가사를 새로 썼다.
“그 안에서 두 눈으로 본 건 결국 창살뿐이었고, 글자보다 센 것은 실제 경험이었기에.”

신작 속에서 ‘저 유명한 이센스’는 살아 있다. 어두운 악곡 위로 냉소, 염세, 자학, 과시를 오가는 랩, 절묘하게 엇박을 타는 플로(flow·랩의 리듬 흐름)가 여전히 발군. 전달력과 서사가 뛰어나 일기장 한 권을 훔쳐 읽는 느낌이다. 복역 경력이 미국 갱스터 래퍼들 같다며 행여나 되레 동경을 느낄 일부 힙합 팬을 향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한테 인정받으며 멋진 게 진짜죠. 저는 그냥 사람이 무너졌던 거고. 주변에 거짓말하고 법을 어긴 거고. 결과를 한번 겪어봤잖아요.”
이센스는 좋은 앨범을 계속 내며 한 걸음씩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2년 반 동안 랩 가사를 벼린 이유다.
“랩을 잘하려면 다른 사람보다 자기를 먼저 봐야 해요. 랩에 레슨은 필요 없어요. 창작자의 마음은 (가슴팍을 치며) 여기서 시작돼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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