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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하나로, 일본산 제품 판매 논란에 곤혹

경기취재본부 서상준 기자 2019. 7. 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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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하나로유통 수원점, 수입산 코너 절반가량 일본산 제품
시민 "이 시점에서 일본 제품 판매, 국민 정서 어긋나는 행동"
시사저널 취재 후, 일본산 제품 매장에서 철수키로

(시사저널=경기취재본부 서상준 기자)

국내 농산물을 판매·유통해야 할 농협이 일본산 등 수입산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농산물 판매를 지향하는 농협이 되레 국민의 정서와 맞지 않게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농협하나로마트 수원점. ⓒ시사저널 서상준

23일 시사저널이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농협하나로유통을 현장점검한 결과, 과자 및 주류 판매 코너에는 수입산 제품이 즐비해 있었다. 특히 수입산 코너의 절반 가량은 일본산 맥주와 라면, 과자 등으로 진열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 농업생산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체다. 특히 농축산물 판매 경로를 확대해 농가 소득 증대와 생산비 절감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도 농협하나로마트의 이같은 행태는 농협의 당초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당장 돈벌이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 수원점 수입코너에 일본제품이 진열된 모습. ⓒ시사저널 서상준

농협하나로유통 수원점 매장을 찾은 시민 김 아무개씨(58.수원시 구운동)는 "우리 농산물이나 국산 제품만을 판매하는 줄만 알고 있었는데 농협에서 수입산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며 "더욱이 이 시점(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일본산 맥주나 가공품을 판매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시민 역시 "그동안 (일본산 제품 판매)몰랐던 사실이었다"면서도 "농협에서 일본 제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정신 나간 일"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나갔다.

이에 대해 농협하나로클럽 측은 농수산물은 국산 제품만을 쓴다며 우선 해명하기에 바빴다. 수원점 관계자는 "충분히 (일본과의 무역 전쟁 등)현재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일본 제품을)판매하면 안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건 농수산물은 국내산만 판매하고 있다고 장담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협 측의 주장과 다르게 동태전, 코다리, 가자미 등 일부 수산물은 러시아산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농협하나로마트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농협이)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다만 "일본 제품 판매에 대해서는 철저히 확인해 볼 것"이라고 했다. 

농협하나로마트 측은 시사저널 취재가 시작되자, 23일부터 일본 맥주 등을 시작으로 일본산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농협은 해마다 국정감사에서도 수입농산물 판매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농협은 지난해 전국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수입농산물 취급 근절 철저'라는 문구가 담긴 공문을 하달 했다. 하지만 농협하나로마트 수원점에는 '소귀에 경읽기'에 다름 없었던 셈이다.

반면, 농협하나로마트 서울 창동점의 경우 최근 대형마트 최초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창동점에서는 생필품과 잡화, 식품 등 130개 이상의 일본 품목을 판매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에 따르면, 마트협회 200여곳 회원사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최근 들어서면서 3000곳 이상이 동참하고 있다. 2만 곳 이상의 슈퍼마켓이 가입한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판매중단을 선언한 후 회원참여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매운동의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불매운동의 주체가 특정 소비자단체가 아닌 자발적으로 동참한 개개인들로 이뤄져서다.

리얼미터가 지난 18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54.6%가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노재팬' 같은 불매 리스트 사이트를 열어 일본 상품과 대체품 현황을 공유하는 등 불매운동을 체계화하고 있다. 매번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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