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회계 투명성보다 중요한 노무 투명성 / 박사영

입력 2019. 7. 22. 17:36 수정 2019. 7. 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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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고 투명한 공시, 세계 속의 초일류 '자본' 시장을 만들어 나갑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다.

기업의 자본 현황은 공시제도와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으며 특히 금융업종 및 독점거래 방지를 위한 대기업 감독 수단으로 강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자본의 공시가 '주주'와 '예비주주인 투자자'를 위해 존재하듯, 노동의 공시 또한 '노동자'와 '예비노동자인 구직자'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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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영
KT 새노조 자문 노무사

“신속하고 투명한 공시, 세계 속의 초일류 ‘자본’ 시장을 만들어 나갑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다. 국내에서 자본과 회계에 관한 정보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 등을 통하여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그 내용 또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가 수십년 동안 일상적으로 정착해왔다. 기업의 자본 현황은 공시제도와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으며 특히 금융업종 및 독점거래 방지를 위한 대기업 감독 수단으로 강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거짓 공시를 할 경우 강력한 제재금과 벌칙이 따른다. 자본에 대한 공시는 이렇게나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는 데 비해, 노동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개되고 있을까?

필자는 기업 내 회계 기준보다 노무 기준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이 곧 삶의 현장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의 공시가 ‘주주’와 ‘예비주주인 투자자’를 위해 존재하듯, 노동의 공시 또한 ‘노동자’와 ‘예비노동자인 구직자’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현재 인사와 노무에 관한 기준 공시가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다. 국가 단위로서 유일한 노무 공시 제도가 고용정책기본법상 고용형태 현황에 관한 공시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사업주가 고용형태 현황을 거짓 공시하거나 미공시한 것에 대한 불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주가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공시하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원활한 인력 확보를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형태 공시제도에 관한 처벌 조항 입법 등 제도적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형태 공시제도 강화를 위한 처벌 조항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나 그동안의 국회 공전으로 상임위 통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처벌 조항에 대해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동의한 바 있고 자본에 대한 감시에서의 벌칙이 강력한 것에 견주면 서 의원이 제시한 1천만원 이하 과태료로는 처벌 수준이 미약하다는 것으로 검토된 바 있다.

이런 제도적 강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관건은 사업주가 공시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력이 필요하므로 이 행정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그 대안이 바로 외부 노무진단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근로감독관 수, 근로감독 범위의 한계 및 노동청 업무 과부하 등을 고려할 때 민간의 독립된 전문가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업 내 자본에 관한 감사는 민간인인 공인회계사가 수행 중이라는 점에서도 기업 내 노동 현황 확인 또한 민간 외부 전문가가 진단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관련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봤더니 조달청 사례가 있다. 조달청의 ‘우수조달물품지정관리규정’을 보면, 우수조달물품 지정기간 연장 신청 때 정규직 등 신규 채용 비율, 즉 해당 기업 고용형태에 관해 공인노무사가 작성한 의견서를 필수로 제출하게 해서 조달청 업무를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인노무사법’에 따라 노무관리진단 업무는 공인노무사의 독립된 배타적 업무에 해당하여 전문성이 인정되고, 실제 노동현장에서 공인노무사들이 대기업 고용형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확인을 토대로 불법파견 적발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도 대기업의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현안에 대해 공인노무사들이 기여하고 있는바, 고용형태에 관한 공시 내용의 진위 여부 파악을 위해 고용형태에 관해 외부 공인노무사가 작성한 노무관리진단보고서를 함께 공시하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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