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김광현은 '류현진의 길'을 걷고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2019. 7. 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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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 이석우 기자

프로야구 SK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31)은 토종 선발투수 중 단연 돋보이는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22일 현재 20경기에서 11승3패, 평균자책 2.66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중 평균자책 2점대 투수는 김광현이 유일하다.

올 시즌 전반기는 김광현이 선발투수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한 시기였다. 염경엽 SK 감독은 “올해는 광현이가 많은 도전을 한 해다. 구종을 늘리기 위해 시즌 초부터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사실상 ‘투 피치’ 투수였고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커브, 투심 패스트볼성 스플리터 등 그간 거의 사용하지 않던 공을 더 많이 던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주무기 슬라이더를 던질 때도 힘으로만 던지기보다 완급을 조절하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김광현이 던진 공의 86.3%가 직구(43.4%)와 슬라이더(42.9%)였다. 커브(9.2%)와 싱커(2.5%), 체인지업(2.1%)도 활용하긴 했지만 한 자릿수 비율에 그쳤다. 올해는 직구(39.2%)와 슬라이더(35.2%)의 비중이 각 40% 아래로 내려갔고, 스플리터(15%)와 커브(10%)가 늘었다.

지난 4월4일 문학 롯데전의 구종 구사율을 보면 김광현이 시즌 초반 경기에서 여러 구종을 실험해봤음을 엿볼 수 있다. 이 경기에서 김광현은 슬라이더 비중을 26.1%로 줄이고, 스플리터를 29.3%까지 늘렸다. 6월13일 수원 KT전에선 스플리터(37.6%)를 가장 많이 던졌고 직구(33%), 슬라이더(19.3%), 커브(10.1%) 순으로 활용했다.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중 4가지 이상의 구종을 각각 두 자릿수 비율로 던지는 투수는 김광현과 차우찬(LG)뿐이다.

선발이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안다는 것은 타자와 승부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이상적인 사례다. 류현진은 한두 가지 구종에 치우치지 않고 5가지 공을 고르게, 원하는 곳에 정확히 던질 줄 아는 능력 덕분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가 됐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은 올 시즌 직구(29.8%)와 체인지업(26.9%)을 주로 던지면서 커터(19.9%)와 싱커(12.4%), 커브(11%)도 두 자릿수 비율로 활용했다.

시즌 초반 김광현은 12년간 고수해왔던 등판 준비 루틴을 바꾸려는 시도도 했다. 종전까지 김광현은 경기 개시 30분 전부터 몸을 풀었으나 시즌 초반엔 이 시간을 5분 늦췄다.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들처럼, ‘몸 풀기가 끝난 때부터 경기 개시까지의 휴식 시간을 10분 이하로 줄이는 게 좋겠다’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새로운 습관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자신의 본래 루틴으로 되돌아가긴 했지만, 김광현이 더 나은 것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염경엽 감독은 “선발로서 한 시즌 15승을 해보는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자신의 루틴을 만들고 컨디션을 스스로 파악해 좋은 것은 하고 좋지 않은 것은 피하도록 노력해야 (김광현처럼 인정 받는) 15승 투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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