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오로지 보상권?..넉 달 전 취임사 망각한 회장 이대호와 선수협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9. 7.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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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지난 3월 선수협 회장에 취임해 기자회견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호(롯데)는 지난 3월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약 2년 동안 공석이던 회장직을 맡은 이대호는 “전체 선수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사안들을 결정하겠다”며 “특히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나 2군 선수를 위한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도입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선수협은 그동안 수많은 진통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언제나 이기주의에 대한 비난을 받았다.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상생을 도모하기보다는 선수들의 이익,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일부 선수들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몇 억원씩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보다 훨씬 그 숫자가 많은 저연봉·2군 선수들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선수협이기에 새 회장이 내놓은 취임사는 매우 상징적이었다.

이대호가 이끄는 선수협은 취임 넉 달 만에 움직이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 FA 제도 개선을 그 첫 작업으로 택했다. 그러나 회장 이대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취임 당시의 발언과는 완전히 다르다.

선수협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거쳐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FA 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을 건넸다. KBO가 받은 제안서에는 지난해 KBO가 내밀었던 4년 80억원 상한제를 수용하는 반대급부로 보상제도 폐지와 함께 FA 자격 취득 기간 축소, 최저연봉 인상 등 기존에 논의해오던 사안 역시 포함됐다. 그러나 이 사실이 전해지자 회장인 이대호는 크게 반발했다. “우리가 제시한 조건은 보상제도 폐지가 유일하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선수협은 이번 이사회를 개최하기 전 각 구단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FA 상한제 수용은 선수협이 양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카드다. 이와 맞바꿀 카드로 무엇을 내미느냐에 대해 10개 구단 선수들의 의견을 모을 당시에는 FA 자격 취득 기간 축소, 최저연봉 인상,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 확대 등이 논의됐다. FA 선수들과 함께 저연봉 선수들의 이익도 챙길 수 있는 사안들이 함께 논의됐고 대부분 선수단이 찬성했다. 그러나 정작 이대호가 주도한 이사회는 FA 보상 제도 폐지를 유일한 카드로 정했다는 것이다. 선수협 이사회 결과라며 KBO가 전달받은 제안서에는 다른 안건들이 포함돼있으나 회장인 이대호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보상제도 폐지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수협 내부 조직의 소통 문제가 정면으로 드러난 이번 사태에서 더욱 큰 문제는 회장 이대호를 필두로 선수협 중심의 눈높이가 여전히 편협하다는 점이다. 매년 일정기간 1군에서 8~9년을 채워야 자격이 되는 FA 요건을 충족하는 선수는 많아야 연간 20여명 정도다. 현재 이대호의 주장은 2군에서 낮은 연봉을 받고 그늘에서 뛰는 선수들을 챙기겠다던 취임사와는 결이 너무도 다르다. 취임 뒤 첫 작업으로 택한 FA 제도 개선 논의는 선수협이 저연봉·2군 선수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FA 상한제 수용이라는 커다란 희생을 감수하겠다면 최대한 여러 카드를 놓고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회장 이대호는 오로지 보상권만이 유일한 협상카드라는 희한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프로야구에는 현재 육성선수 포함 806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이 중 정식선수로 등록된 선수는 611명이고, 그 중 1군에서 뛰는 선수는 절반도 안 된다. 오로지 보상권만이 협상 조건이라는 선수협회장 이대호의 주장은 1군에 못 가는 대다수의 선수들은 현재 선수협이 추진하는 결과물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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