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버스 충돌' 당산 노들길은 악마의 구간.."평소 사고 잦은 곳"

이후연 2019. 7. 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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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로-당산역 우회전 급내리막길
"평소에도 차사고 잦아..위험 구간"
21일 오후 1시쯤 서울 노들로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내리막길 구간을 버스 한 대가 지나고 있다. 이후연 기자
“끼릭…끼리릭….”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1일 오후 12시 50분쯤 노들로에서 서울 당산역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차량들에게선 연신 타이어 마찰음이 들렸다. 노들로를 달리던 차가 우회전하며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따라오던 뒤차가 급정차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노들로를 지날 때의 속도를 유지하며 급경사와 커브 구간을 빠르게 지나는 차들보다 이편이 훨씬 더 안전해 보였다. 노들로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직전 구간은 40도 정도의 급격한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차량들은 말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위태롭게 우회전 구간을 통과했다.

이 구간은 전날(20일) 오전 시내버스 사고로 인해 운전자 1명이 사망하고 승객 7명이 부상을 입은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오전 5시 30분쯤 김포에서 여의도로 향하던 시내버스가 이 구간에서 우회전을 하던 중 고가 기둥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 최모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승객 7명은 타박상 등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우회전 구간을 들어서던 중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해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버스 블랙박스를 회수해 조사할 것이고, 차량 결함이나 운전자 상태 등이 어떤지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일 오전 5시 30분쯤 시내버스가 고가 도로 기둥을 들이박은 사고 지점. 노들로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지점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 1명이 사망하고 승객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네이버지도]
당산 노들길은 교통사고 다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2014년에는 도로에 살얼음이 끼는 ‘블랙아이스’ 현상으로 하루에 4번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고가 도로에 2층 버스가 끼는 사고도 있었다.

전날 시내버스 충돌 사고의 정확한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예고된 사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급경사에 급커브 구간이 있는 도로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해당 구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지역 주민 김지운씨는 “노들로에서 당산역 쪽으로 우회전하는 버스들을 볼 때 ‘위태위태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며 “특히 비가 오는 날은 더 그렇다”고 말했다.

인근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도 “워낙 평소에도 크고 작은 차 사고가 잦은 곳”이라며 “경사 구간을 좀 더 완만히 하거나 급경사라는 확실한 표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해당 구간을 평소에도 수시로 다니는 한 시내버스 기사는 “새벽 시간에는 차가 많이 없으니 노들로를 꽤 빠르게 달리는데 당산역 방향으로 진입하며 속도 줄이는 걸 깜빡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특히 버스는 차량 자체 무게가 있으니까 내리막길에서 속도가 더 잘 붙는다”고 말했다. 한 택시 운전기사도 “이 구간은 우회전해야 하는 쪽이 수풀도 있고 난간도 있어서 경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은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밞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사고 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영등포구의회 운영위원장인 김길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민원과 사고 원인을 반영해 해당 구간에 대한 필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또 해당 구간에 대한 버스 운전기사들의 안전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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