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작은 파스타집이 부른 나비효과.. "결식아동 무료" 착한 동맹 떴다

김승현 기자 2019. 7. 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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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파스타 식당 사장이 올린 "아이들에게 공짜 식사" 글에.. 자영업자들 "우리도 돕고 싶다"
식당·학원·미용실 등 30여곳 '선한 영향력' 모임 만들어

17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포켓볼클럽 '컬러오브머니'. 당구대 8개가 놓인 매장에는 방학을 맞은 중·고등학생들이 포켓볼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점주 곽동준(41)씨가 매장 밖으로 걸어나가더니 '선한 영향력'이란 글씨가 인쇄된 보라색 스티커를 출입문에 붙였다. 곽씨는 "이제부터 매장에서 결식아동과 청소년은 포켓볼 게임이 매일 2시간씩 무료"라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취미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협조를 얻어 결식아동에게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포켓볼 수업도 열 예정이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진짜파스타'에서 사장 오인태씨가 '선한 영향력'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선한 영향력'은 전국 자영업자들이 결식 아동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장련성 기자

'선한 영향력'은 전국의 결식아동·청소년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 '진짜파스타'를 운영하는 오인태(34)씨가 이달 1일 "결식아동들에게 파스타와 피자 등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가게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려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게 계기였다. 전국에서 오씨 가게로 "나도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자영업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곽씨도 그중 하나였다. 곽씨는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가 없이 아이들을 맞이하는 오 사장님 이야기에 마음이 찡했다"며 "가게에서 포켓볼을 치는 애들을 보면서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는 아이들은 어디 가서 뭘 하고 놀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곽씨는 오씨에게 뜻이 맞는 자영업자들을 모아 보자고 제안했고, 오씨가 가게 소셜미디어 계정에 '음식점에 국한되지 않아도 좋으니 결식아동 아이들에게 좋은 이모·삼촌이 되어주실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적어 올렸다. 10여 일 만에 전국에서 식당, 학원, 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30여 명이 동참했다. 단체 이름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자'는 뜻을 담아 지었다.

대구 달서구의 한 미용실은 결식아동들에게 무료 커트를 서비스하기로 했고, 대전 동구의 볼링장은 결식아동이 급식카드를 보여주면 동반 인원 3인까지 볼링 두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사진관은 증명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기로 했다.

인천 영종도 입시학원장 김모(36)씨는 주말 동안 결식아동들을 대상으로 중학생은 과학, 고등학생은 물리·화학 과목에 한해 무료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학원 문을 열었을 때 인근 보육원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업을 추진하다가 참여 인원 조율 문제로 중단했다"며 "사교육 받기 힘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번 기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원업체 가운데는 주점(酒店)도 있다. 대전 유성구 주점 '별이빛나는밤'이다. 결식 아동·청소년에게 소시지부침과 멸치볶음, 어묵국 등 안주류를 도시락 용기에 담아준다. 점주 임주영(36)씨는 "술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가면 아이들이 창피할 것 같았다"며 "매장에 현수막을 거는 방법도 고민했는데, 아이들이 창피해할까 봐 관뒀다"고 말했다. 임씨는 "오 사장처럼 급식카드를 대체할 'VIP 쿠폰'을 만들어 인근 초등학교에 나눠주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선한 영향력 회원들은 "우리 가게들이 결식아동들에게 쉼터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씨는 "사람들의 시선에 움츠려오던 아이들이 편히 쉬다 가는 공간들이 됐으면 좋겠다"며 "당구장 운영하는 편한 삼촌, 카페 운영하는 친근한 이모 한 명 생겼다고 생각해주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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