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르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들' [해외축구 스페셜]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2019. 7. 19. 08: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발칸의 마라도나’로 불렸던 게오르게 하지의 아들 이아니스 하지. 이아니스는 지난 6월 21세 이하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하며 루마니아를 4강으로 이끌어 주목받았다. UEFA 홈페이지 제공

‘like father, like son.’

영국 언론에서 2세 축구 선수를 소개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우리말로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나 ‘부전자전’에 해당한다.

대를 이어 축구 선수의 길을 걷는 경우는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한 두 명도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르로이 사네, 아스널 골잡이 오바메양, 레스터시티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 바이에른 뮌헨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 피오렌티나 공격수 지오반니 시메오네 등이 모두 부전자전을 입증하는 선수들이다. 이들만큼은 유명하진 않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게오르게 하지의 아들 이아니스

게오르게 하지는 1980년대와 90년대 루마니아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 최고의 스타였다. 하지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루마니아를 사상 첫 8강으로 이끌었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라는 최고의 구단에서 활약했다. ‘발칸의 마라도나’라는 수식어가 그의 클래스를 잘 보여준다. 아직도 거리를 지날 때면 수많은 팬들이 사인과 사진 찍기를 요청할 정도로 루마니아에선 최고의 영웅이다. 루마니아에서 게오르게가 아닌 또 다른 하지가 주목받은 것은 지난 6월 열린 21세 이하 유럽선수권대회에서였다. 루마니아는 크로아티아를 4-1로, 필 포든과 제임스 매디슨, 아론 완 비사카 등 호화멤버가 포진해 우승후보로 꼽히던 잉글랜드를 4-2로 완파하며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독일에 2-4로 져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루마니아의 선전은 유럽 축구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루마니아 돌풍의 주역이 바로 게오르게의 아들 이아니스(21)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아니스는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전 4경기에 출장해 2골1도움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아니스는 1998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갈라타사라이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축구 선수의 길을 걸은 이아니스는 2016년 피오렌티나가 200만 유로(약 26억원)를 지불하고 영입할 정도로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18개월 만에 다시 루마니아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감독이자 회장, 구단주로 있는 비토룰 콘스탄차에서 이아니스는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2017~18시즌 리그 14경기서 6골4도움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엔 주장 완장까지 차고 31경기에 출장해 10골6도움을 올리며 팀을 리그 3위로 이끌었다. 82개의 스루 패스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왼발의 달인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이아니스는 두 발을 잘 쓴다. 아버지가 1m72의 크지 않은 탄탄한 체구였다면 이아니스는 1m80으로 키가 더 크고, 더 날씬하다. 게오르게는 “이아니스는 나처럼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지단을 더 닮았다”고 말했다.

이아니스는 아버지가 ‘발칸의 마라도나’로 불린 것처럼 ‘루마니아의 네이마르’로 불린다. 루마니아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아니스는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를 전후해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아버지는 많은 축구 경기를 봐 왔고, 상대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때때로 경기 요령을 알려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호나우지뉴의 아들 주앙 멘데스가 지난 5월 나이키와 후원 계약에 서명하고 있다.호나우지뉴 인스타그램 캡처

■호나우지뉴의 아들 주앙 멘데스

호나우지뉴는 축구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에겐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다. 예측을 불허하는 창의적인 플레이, 다양한 기술, 드리블 능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테크니션이었다. 2005년엔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 선수로 공인받기도 했다. 그의 이름 앞에 따라다닌 ‘외계인’이라는 수식어가 그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이런 아버지를 뒀다면 입이 간지러울 법도 하지만 호나우지뉴의 14살 아들 주앙 멘데스는 달랐다. 지난해 크루제이루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 아버지가 그 유명한 호나우지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아버지의 덕을 보지 않고, 혼자 힘으로 기량을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멘데스는 아버지의 후광 없이도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고, 지난 4월에는 크루제이루와 정식 계약도 맺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멘데스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충분치 않지만 잠재력만큼은 충분한 것 같다. 아마릴도 호베리우 크루제이루 유소년 담당 국장은 “체격조건이 좋고, 스피드와 결정력에 기술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멘데스는 현재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14살인데 벌써 키가 1m78이나 된다.

나이키가 멘데스와 후원 계약을 맺은 것도 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이키는 호나우지뉴의 전성기 때 후원 업체였는데 2대에 걸쳐서 인연을 이어가는 셈이다. 호나우지뉴는 지난 5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들이 나이키 계약에 서명하는 사진을 올리며 이런 캡션을 달았다. ‘나이키 가족의 최신 멤버.’

할아버지 체사레 말디니, 아버지 파올로에 이어 3대째 AC밀란 1군을 노리고 있는 다니엘 말디니. 다른 가족들과 달리 공격수로 ‘말디니 피가 흐르는 카카’라는 평가도 있다.AC밀란 유스 섹터 트위터 제공

■체사레 말디니의 손자, 파올로의 아들 다니엘

‘말디니’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가문이다. 파올로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왼쪽 백이었고, 파올로의 아버지 체사레는 1960년대 AC밀란의 첫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부자가 3번을 달고, 밀란 주장으로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 것도 공통점.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파올로를 영입하려고 했을 때 체사레가 “할아버지도 밀란, 아버지도 밀란, 나도 밀란, 내 아들도 밀란”이라며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말디니 가문의 밀란 사랑은 남다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밀란 1군의 꿈을 키우고 있는 선수가 바로 파올로의 둘째 아들 다니엘(18)이다. 다니엘의 형인 크리스티안도 밀란 유스에서 뛰었지만 1군에 올라가지 못하고 이적했다. 밀란 프리마베라(20세 이하) 소속인 다니엘은 다른 가족들과 달리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왼쪽 윙과 오른쪽 윙, 공격형 미드필더,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소화 가능하다. 빠르고 슈팅력이 좋다. 본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선수들에 앞서 상황을 보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말디니의 피가 흐르는 카카’라는 평가도 받는다. 18세 이하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활약했고, 지난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10골1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9일 발표된 AC밀란의 프리시즌 29명 명단에 포함돼 다음 시즌 1군 진입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아버지가 밀란의 기술이사로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은 다니엘에게 큰 힘이다. 다니엘은 “늘 아버지로부터 도움과 조언을 받는다”며 “들뜨지 말고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나 늘 겸손하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다니엘의 꿈? 아마 짐작할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밀란 1군에 들어가는 게 꿈입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