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지자체 공유 '이음터'를 아시나요 [개발에 묻힌 학습권]

경태영·최미랑 기자 2019. 7.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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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학교 부지에 화성시 예산 투자
ㆍ학생·주민 이용 복합시설 ‘실험’
ㆍ과밀지역 상생 대안 될 수 있어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중앙초등학교(동탄4동)에 가면 ‘동탄중앙이음터’(사진)가, 다원중학교(동탄5동)에는 ‘다원이음터’라는 복합 건물이 있다. 이 건물들은 학교가 부지를 제공하고, 지자체가 돈을 들여 지은 것으로 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동탄중앙이음터’는 경기도교육청이 동탄중앙초등학교 운동장 부지를 화성시에 제공하고, 화성시가 214억원의 사업비를 들인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이다. 동탄중앙초 학생들은 학교와 붙어 있는 시립운동장을 학교운동장처럼 사용한다. 2016년 9월 문을 연 동탄중앙이음터 건물 1층에는 시립어린이집과 마을카페가 있고, 2층에는 동아리실과 공동육아 공간, 3~4층엔 어린이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 열림실 등 도서관이 있다. 5층에는 ICT(정보통신기술) 특화프로그램실과 요리스튜디오 등을 갖춰 지역주민과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탄중앙초 교무부장은 “학교 옆 건물에 도서관이 있어 방과 후에 아이들이 자주 찾고, 도서관에서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씨(35)는 “아침에 아이를 이음터 시립어린이집에 보내고, 같은 건물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 교육을 받는 등 문화·취미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교에도 ‘공유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과 주민들이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움직임이다. 최근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도심 낙후지역에서는 학교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농산어촌에서는 학교 통폐합이 추진됐으나, 학교와 지역의 상생발전 차원에서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구 과밀지역에 학교 신축이 어렵다면 이런 형태의 유연한 공간과 소규모 학교를 만들어 불편을 해소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국내 최초의 학교복합화 시설로 2001년 문을 연 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 금호교육문화관을 방문해 “앞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교육을 넘어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 및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음터 확산·교육문화관·통합학교…지역 특성 맞춘 해법을

공사장 등교 지난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천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교 정문 앞에서는 2021년 입주를 목표로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백경열 기자

대안 모델은… 도서관·소극장·체육관 갖춘 ‘학교 복합시설물’ 주민 인기

경기 화성시는 학교 복합시설물인 ‘동탄중앙이음터’가 주민과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이음터’를 7곳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9월 동탄5동 다원중학교 옆에 230억원을 들여 지상 4층짜리 ‘다원이음터’를 열었다. 이곳은 도서관과 소극장, 체육관과 공연장 시설을 갖췄다. 오는 9월에는 송산그린시티 세솔동 송린중학교 옆에 ‘송린이음터’가 문을 연다. 동탄7동 목동초등학교 옆에서도 ‘동탄목동이음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화성시의 학교시설 복합화가 성공을 거두자 다른 지자체들도 벤치마킹에 나섰다. 용인시는 2021년 3월 개교 예정인 ‘남사고등학교’(가칭) 부지 내에 지상 3층 규모의 학교시설 복합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청소년 이용시설과 실내체육관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4월 용인시청에서 백군기 용인시장을 만나 “학교시설을 최대한 지역사회와 함께 활용해 활용도를 높이면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광주시의회와 하남시의회도 지난해 11월 동탄중앙이음터와 다원이음터를 찾아 학교 복합화 시설을 둘러봤다. 현장답사에 참여했던 광주시의회 방세환 부의장은 “복합화 시설은 시에서 별도의 부지매입 비용 없이 학교시설 부지를 활용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대규모 시설비와 운영관리비를 시에서 부담해야 하는 만큼 지역주민 다수가 원하는 시설을 조성하고 학교수업 용도와 주민이용 용도가 적절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과 도, 도의회,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경기도 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는 지난 4월 열린 ‘경기도교육발전협의회’에서 “학교가 학생과 지역주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열린 학교를 지향한다”는 데 합의했다.

국내 최초의 학교 복합화 시설로 2001년 문을 연 서울 성동구 금호초 금호교육문화관은 성동구가 22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3층, 지상 6층으로 건축했다. 문화관은 실내체육관과 문화센터, 수영장, 주차장 등을 갖췄다. 학교에서는 실내체육관, 주차장 및 문화센터를 수업시간 중 무상으로 사용하고, 주민들은 돈을 내고 헬스장, 피아노실 등 문화센터를 이용하며, 관리는 성동구청 도시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또 다른 모델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운영되는 통합학교도 제시되고 있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올해 경기도 학교에 대한 심사에서 새로운 학교 설립 모델로 초·중 통합학교 한 곳을 승인했다. 평택 소사벌4초·중은 학급 규모를 축소해 통합학교로 운영되며 중투위에 통합설립계획을 보고하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성남 대장유치원·대장초·대장중은 초·중 통합학교와 유·초·중 시설 연계를 조건부로 승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청과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봉운 경기대 교수(교직학부)는 “학교는 한 번 신설하면 폐지하기 어려워 신축에 신중해야 한다”며 “저출생 시대의 학교는 아이들만 오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도 두루 이용하는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하도록 다시 설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영장과 도서관,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의 운영은 방과 후에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복합화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신설을 보다 유연하게 검토하자는 주장도 있다. 한국행정학회는 서울시의회 의뢰로 지난해 12월 펴낸 ‘지역 기반 초등학교 신설과 과밀학급 해소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도심의 과밀학급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으로 학생 수 300명 이하의 작은 학교를 짓는 것을 제안했다. 도심 내에 이미 존재하는 공원 등 녹지 인근에 작은 학교를 만들면 운동장 부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학생 수 600명 이상, 학교 부지 3000㎡ 이상이 되어야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데, 학생 수가 300명 이하인 경우 운동장을 인접 지역 공원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자는 제안이다.

연구진은 아울러 과밀학급은 학생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한 ‘학생유발률’이 틀리는 데서 발생하는데, 이 오차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커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도시계획과 학교 신설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경태영·최미랑 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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