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청구권 협정 깨져서 분노할 만 하다고 보도한 한국언론?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7월 13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日도 청구권 협정 깨져서 분노할 만 하다고 보도한 한국 언론?"
1) 한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이죠, 미디어 비평.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2) 한 경제학자가 이것은, 제2의 임진왜란이다...라고 표현했던데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시작된 이번 사안이 경제를 넘어 정치, 외교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한주 이 이슈가 뜨거웠습니다. 국내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김언경 사무처장>
우선 국내언론들은 완전히 일본 쪽에 책임 소재를 두고 있습니다. 경제보복이 시작된 7월 1일부터 4일까지 신문사들의 사설 제목과 주요 내용을 비교해 보면, 일단 모든 언론들이 일본 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금지선을 넘는 망동이다", 동아일보는 "자충수" 조선일보는 "부당하고 치졸한 조치" 중앙일보는 "옹졸하다" 한겨레는 "졸렬한 보복 조치"등으로 표현했는데요, 그런데 조중동과 경제지들은 동시에 우리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한국 정부 역시 아베 정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상응해 한일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한국 정부는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할 사태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중앙일보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과연 우리 정부는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조선일보가 양비론을 제대로 보여줬는데요. 7월 4일자 조선일보 사설란에 위 아래로 각각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을 나란히 실었습니다.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무능이자 무책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그에 비해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의 논리가 약간 이상합니다.
3) 주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어떤 논린가요?
<김언경 사무처장>
우선 일본을 "세계 국가별 호감도 조사에서 일본은 늘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런 호평을 받는 것은 규범을 지키는 국민, 국가라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일본도 알고 보니 무도한 경제 보복을 일삼는 중국과 다를 것 없는 수준이다."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이어서, "과거 한일청구권 협정문에 '양국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이 합의를 깼다고 일본이 분노할 수는 있다."라고 주장을 합니다. 즉, 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조선일보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조선일보는 이번 일본 경제보복 관련 보도 곳곳에서 청구권 협정에 대한 시각을 다양하게 드러냅니다.
4) 이 외에도 칼럼 등을 통해 계속해서 다루고 있나본데, 소개해주시면요?
<김언경 사무처장>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인데요,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칼럼이기 때문에 사실상 조선일보의 시각이 드러나는 칼럼입니다. 이 칼럼에서 임민혁 논설위원은 "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달러, 장기 저리 2억달러 상당의 물자'를 받았다. 이 돈은 포항제철‧경부고속도로 등의 밑천이 됐다"고 경제발전에 '일본 덕'을 봤다고 강조하면서, "청구권 협정에는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보상도 명시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 보상도 명시돼 있다면서 든 근거들을 보면, 이게 사실 청구권협정 본문에 있는 내용이 아니라 2005년 한일협정 외교문서를 일부 공개할 때 나온 내용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일 청구권협정에는 일본 측이 제공한 금액이 어떤 명목인지는 나와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대해 해석이 분분한 것인데, 2005년 당시 일본 측은 스스로 이 금액에 대해 '개인보상금'이 아니라 '경협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로 개인청구권이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현 시점에서는 사실 의미가 없는데요,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 측, 그리고 국제법 학자들의 입장이 갈리는 지점은 외교 협정으로 개인청구권 자체가 소멸될 수 있느냐/없느냐거든요. 그러니까 백번 양보해서 조선일보 말대로 그게 개인보상금이었어도, 법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5) 칼럼 제목을 보니 '청구권과 사법 농단'인데요, 청구권과 사법 농단…이게 어떻게 이어지는 것입니까?
<김언경 사무처장>
사실 이 부분이 조선일보가 칼럼에서 하고 싶었던 말인 듯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경제보복을 불러온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은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관의 사법 농단과도 연관이 있는데요,
우선 이 판결이 나온 것은 박근혜 정부보다 전인 2012년, 이명박 정부 때였습니다. 이때 대법원이 바로 확정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2심 법원으로 파기환송을 시켜서 문제가 시작됐는데요, 일본 기업이 파기환송심에서 지고 난 후 대법원에 다시 상고를 한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은 이 판결을 이유 없이 5년이나 끌었는데, 나중에 정권이 바뀐 뒤 조사를 해보니 강제징용 판결이 법원행정처의 사법 거래 대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그런데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사법 농단을 '의견 교환'이라고 표현합니다. 조선일보는 우선 김능환 대법관의 2012년 판결로 인해서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의견을 교환했는데 현 정부가 이를 '재판 거래' '사법 농단'으로 낙인을 찍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 놓고 얼마 전 한 판사가 '전 정부 대법원이 강제징용 사건 판결을 미룬 것이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어 준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언급했죠.
정리해 보면, 이 주장은 사법부와 정부가 삼권분립을 깨고서라도 '의견 교환'을 해서 일본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5년 동안 국민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해도 된다는 것 아닙니까? 특히 조선일보가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임명했을 뿐인데 사법부를 장악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일본과 전임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려다 보니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보입니다.
일본 야후 재팬,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이 보는 포털이라고 해요. 거기 들어가 보면, 이번 사안을 다루는 기사가 많이 올라와있는데, 한국 언론 중에서 특히 조선일보를 인용한 기사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태경 의원이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두고, 좌우 합작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던데요. 국가적 문제에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는 얘기인데요.
객관적인 논조도 중요할테지만, 조선일보 어느 나라 언론인지요.
6)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죠. 이달 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이 있었습니다. 조리원 등이 대거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들의 파업으로 '급식대란'이 우러된다...이런 기사가 주로 보도됐는데요?
<김언경 사무처장>
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초중고 학생들 급식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또는 학생들이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총파업이 시작됐다 끝났다 정도의 상황을 설명하는 기사들이 있었고요. 하지만 왜 기본급이 문제인지, 교육 공무직은 또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김양원>
네, 학교 비정규직들의 요구는 기본급 인상, 그리고 교육공무직화 였죠?
<김언경>
네, 두 가지 요구 중 첫 번째, 기본급 6.24% 인상이라는 요구를 내건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정임금제가 있습니다. 공정임금제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들의 8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것인데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공정임금제처럼, 자신들의 기본급을 교내 공무원 중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공무원의 80% 수준을 받도록 올려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9급 공무원의 70% 수준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교육공무직 법제화는 자신들의 직종에도 법적인 이름을 붙여달라는 요구입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엔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로 교사와 행정 공무원만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자체에 따라 교육공무직이나 학교회계직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초중등교육법에 교육공무직을 넣어주던지, 아니면 교육공무직법을 만들어서 고용 불안을 없애고 다른 노동자들과 차별받고 있는 부분을 없애달라는 것이 이분들의 요구입니다.
실제로 교육공무직법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2016년에 발의했던 적이 있는데요. 이 법률안은 기존 교직원들의 이해관계와 얽혀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거센 반발로 폐기됐습니다.
7) 학교 내 노동자들 사이에도 클라스가 있었군요. 교사와 교사가 아닌 분들.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들이 있었던 거군요?
<김언경 사무처장>
학교 비정규직이 그동안 양산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계속 변하는데, 한 번도 운용 체계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의무 급식이 실시되면 조리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영어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면 영어 강사를, '학교 체육 활성화'를 강조하면 스포츠 강사를 비정규직으로 늘리는 식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각 시‧도 교육청별로 필요에 따라 직원을 채용하다보니 교육공무직 직종의 수가 다양하고 형태도 모두 다른 상태인 거죠. 당연히 이들의 임금 수준, 노동 환경에 대한 숙고와 논의가 없었던 거고요.
사실 2012년 이후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은 다섯 차례나 있었습니다. 그만큼 복잡한 사안이에요.
근데 그럼 파업하고 뭐가 바뀌었느냐 보면요. 2012년엔 교통비와 자녀 학비 보조 수당, 2014년엔 근속 수당, 2016년엔 상여금, 2017년 또 다시 근속 수당 등 이런 수당이나 상여금 같은 것들만 신설하거나 조금씩 조정했어요.
기본급이 인상된 적 없단 거죠. 게다가 교육공무직이 법 안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선 수당이 있고 다른 지역에선 없고, 그러니 파업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시민들 눈엔 보이는 겁니다.
8) 교육 시스템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장인력의 신규 수요는 계속 발생하는데, 이걸 주먹구구식으로 채용하고 있었던 거군요. 필요성은 알겠는데, 교육당국에선 아무래도 비용을 문제삼지 않을까요?
<김언경 사무처장>
일단 교육당국은 임금 인상이라는 비용이 걱정되는 거고요. 그런데 또 막상 비용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아까 제가 말씀드릴 때 교사들과의 갈등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굉장히 힘들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 비정규직은 공채가 아닌 방식으로도 들어오고 하는데, 이것을들 다 같은 조건으로, 같은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채용되는 것이 맞느냐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어요. 저는 비용과 처우, 모든 것에 대해서 일단은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밥을 해주는 선생님이고, 체육을 가르쳐주고, 영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인데요. 지금 사회의 직급에 따라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차별 대우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숙고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9) 정작 보도해야 할 본질과 기본을 찾아내서 보도하는 것, 그것이 정론일 것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둘러싼 한일갈등'과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을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의 보도 내용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연경 사무처장>
감사합니다.
11) 지금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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