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리포트]빅뱅으로 시작한 우주, 종말이 있을까

서동준 기자 2019. 7.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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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종말 3가지 가설, 동결-분해-수축
(왼쪽부터) 우주동결-우주분해-우주수축을 시각화한 모습. 과학동아 7월호 제공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별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듯, 태양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과학자들은 밤하늘에서 탄생의 순간을 맞는 별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별까지 다양한 별들을 관측하며, 태양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사라질지 추정해왔다.

태양은 질량이 작은 3세대 별인 덕분에 수명이 길다. 46억 년 전에 탄생했으나,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우주에 존재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지구에 생명체가 존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태양은 가지고 있던 수소를 거의 다 태우고 나면, 남아있는 연료를 태우면서 더 뜨거워진다. 10억 년 후 태양이 지금보다 11% 더 밝아지면 지구 표면은 가열돼 모든 육상 생명체는 전멸할 것이다. 바닷물은 차츰 증발해 바닥을 드러내 고, 결국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절멸하게 된다.

수십억 년 뒤 태양은 적색거성과 백색왜성으로 진화하며 태양을 이루고 있는 절반 이상의 물질을 우주에 흩뿌리고, 이 물질들은 다시 우주에 태어날 별의 재료가 될 것이다.

이런 ‘평화로운’ 시나리오 대신 갑작스런 사고로 태양이 사라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태양이 우리은하를 공전하다가 은하 중심부로 향할 수도 있고, 아니면 튕겨져 나갈 수도 있으며, 은하 원반의 위아래로 진동하다가 원반면에 있는 가스들에 이끌려 은하를 공전하는 궤도가 바뀔 수도 있다.

한 단계만 더 넓혀보면 우리은하의 존재도 영원을 장담할 수 없다. 우리은하에 이웃한 안드로메다 은하는 초속 120km로 우리은하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 이 속도면 약 45억 년 뒤 우리은하와 충돌할 것이다. 두 은하가 만나면 결국 하나의 은하로 합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천체들은 이렇게 끝이 있기 마련인데, 과연 우주도 그 끝이 있을까. 우주는 빅뱅 이후 계속 팽창했다. 팽창하는 속도는 오르내렸지만 지속적으로 팽창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우주의 온도는 빅뱅 직후 1032K에서 현재 2.7K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현재 우주는 팽창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속팽창을 하며 모든 입자들이 얼어붙는 0K(절대영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팽창을 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우주가 수축할 수도 있다. 이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는 바로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우주에는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이 단 5%뿐이다. 나머지는 약 27%의 암흑물질과 68%의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의미에서 암흑(dark)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쓰일 뿐, 우주에서는 정반대의 작용을 한다. 암흑물질은 우리가 아는 보통의 물질처럼 중력을 갖고 있어서 물질 간에 서로 끌어당긴다. 반대로 암흑에너지는 척력을 통해 물질들을 밀어낸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할지 수축할지는 이 둘, 그 중에서도 특히 암흑에너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리고 크게 세 가지 가설을 얘기한다.

우주종말 가설 ① 동결

1998년 발표된 Ⅰa형 초신성 관측 결과는 우주를 바라보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솔 펄머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 브라이언 슈밋 호주국립대 교수는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보다 초신성이 훨씬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토대로 우주는 가속팽창을 하고 있고, 가속팽창의 원인인 미지의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암흑에너지는 2003년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 확증됐으며, 이로써 2011년 펄머터 교수와 슈밋 교수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암흑에너지는 등장과 동시에 우주의 미래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됐다. 암흑에너지가 지금과 동일한 밀도를 유지하며 우주를 계속 팽창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암흑에너지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암흑에너지의 밀도가 지금과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즉 우주 팽창의 가속화가 지금과 같다면 계산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정도 우주 팽창 속도로 은하가 분해되지는 않는다. 다만 은하 사이의 간격은 점점 벌어진다. 그렇게 2000억 년 쯤 지나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안에는 우리은하와 이웃한 안드로메다 은하, 삼각형자리 은하 정도만 남게 될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별을 만드는 재료가 점점 사라진다. 수소와 헬륨은 별이 탄생할 때 쓰였다가 별의 수명이 다하면 일부만 바깥으로 분출된다. 절반 이상은 별의 재료로 사용되지 못하는 형태로 남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별이 될 수소와 헬륨은 우주 공간에서 점점 줄어든다. 이런 상황을 입증하듯, 지금도 새로운 별의 생성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처럼 새로운 별은 나타나지 않고 기존의 별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우주 공간은 빛이 점점 사라지는 암흑에 잠기게 된다. 결국 우주에는 중성자별과 백생왜성, 블랙홀만 남게 된다. 빛이 점점 줄어들면 우주 온도는 마침내 0K(절대영도)에 다다른다. 

동시에 블랙홀은 남아있던 천체와 가스마저 모두 집어삼키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블랙홀마저 천천히 증발한다. 

이로써 우주의 모든 입자는 우주 공간에 희박하게 남아 사실상 공간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변한다. 우주의 최후에 대한 이런 시나리오를 ‘빅프리즈(Big Freeze)’ 가설이라고 한다.

우주종말 가설 ② 분해

암흑에너지가 지금보다 우주를 더 가득 메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토마스 켑하트 미국 밴더빌트대 물리학과 교수는 2015년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나타내는 ‘프리드만 방정식’을 사용해 그 과정과 결과를 예측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우주가 팽창하면서 암흑에너지가 증가하고, 암흑에너지의 힘이 커지면서 우주가 더 팽창한다. 우주의 종말에 다다라서는 우주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찢길 정도의 속도로 팽창하게 되는데, 이를 ‘빅립(Big Rip)’ 가설이라고 한다.

빅립 가설 속 우주는 당분간 지금과 유사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우주 팽창 가속화는 더욱 심화된다. 200억 년 쯤 뒤가 되면 은하군은 중력의 굴레에서 풀려나기 시작하고, 이때부터 물질의 해체가 급속도로 이뤄진다.

은하군에서 분리된 은하가 암흑에너지에 의해 해체될 때면 종말의 날이 6000만 년 앞으로 다가온다. 지구상에 공룡이 멸종했을 때부터 오늘날까지의 기간과 비슷하다. 종말 석 달 전,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의 행성들도 암흑에너지의 척력에 압도돼 궤도에서 튕겨져 자유롭게 날아간다. 만약 이 난리통에도 생존자가 있다면 그들은 30분 뒤 자신의 행성이 폭발해 무수한 원자들로 해체되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분해된 원자들 역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간이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어서 입자들끼리는 기본 상호작용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원자들은 마지막 10-19초에 쪼개져 버린다. 이제 팽창하는 평탄하고 밋밋한 진공만이 남아 시공간의 개념 자체도 사라진다. 이곳에서 입자들은 영원히 만나지 않고 외롭게 떠다닌다.

우주종말 가설 ③ 수축

암흑에너지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안드레이 린데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부 교수 등은 현재 이론상 암흑에너지의 힘은 줄어들 수 있고, 오히려 그 힘이 척력에서 중력으로 바뀌어 우주를 수축시킬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이것이 ‘빅크런치(Big Crunch)’ 가설이다.
만약 암흑에너지의 힘이 척력에서 중력으로 바뀐다면, 그 뒤의 상황은 단순하다. 빅뱅 이후 진행된 것들이 되감겨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우주 공간이 줄어들면서 은하들도 다시 가까워지고, 공간 내에 물질의 밀도가 높아지면 우주 온도가 다시 올라간다.

수백만 년마다 우주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현재의 1000분의 1 크기가 되면 행성의 생명체는 점점 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온도가 높아진다. 행성의 빙하와 얼음이 모두 녹고,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하늘 전체가 불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불그스름한 색으로, 다음에는 주황색으로 변하면서 온도는 이내 태양 표면의 온도와 맞먹는 수천K까지 치솟는다.

우주의 크기가 현재의 100만 분의 1이 되면 온도가 현재 별 내부의 온도와 맞먹는 수백만K으로 뜨거워져 별은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다. 우주가 지금의 10억분의 1로 줄어들면 온도가 10억K에 이르고, 수십억 년에 걸쳐 별의 내부에서 어렵게 형성된 산소와 철 같은 복잡한 핵이 부서져 양성자와 중성자로 분리된다. 

우주가 지금의 1조분의 1로 줄어들면 온도가 1조K으로 치솟으면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해체돼 쿼크로 바뀐다. 이것이 특이점으로 돌아가기 불과 몇 초 전의 상황이다.

만약 특이점으로 돌아간다면? 그 뒤에 다시 빅뱅이 일어나 새로운 우주가 재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를 ‘빅바운스(Big Bounce)’ 가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의 우주가 최초의 우주가 아니라, 지금까지 빅뱅과 빅크런치를 반복하며 수많은 우주가 열렸다가 닫혔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주가 영영 사라지는 빅립이나 빅프리즈보다는 그나마 희망적인 미래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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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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