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 "한국서 불매운동? 그러다 말겠지 뭐"

강기준 기자 2019. 7. 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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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유니클로 "불매운동 영향 있지만 길게 안간다"
아사히·산토리 등 전체 매출서 韓비중 작아
'금연 선언' 같은 불매운동 냉소도
/사진=뉴스1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단행한지도 8일째를 맞았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두고 불만을 터뜨려온 일본이 지난 4일부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불매운동으로 맞서자는 여론이 일었고, 어느덧 국민의 3분의 2는 일본제품을 불매하겠다는 의사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며칠새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아사히, 삿포로 등 일본 맥주 매출은 이미 20%가량 줄어들었고, 유니클로 등 의류브랜드에도 발길이 뜸해졌다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매운동의 주요 표적이 된 일본기업들의 반응은 잠잠합니다. 대책마련에 돌입했다거나,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일단 지켜보겠다"거나 "불매운동이 길게 안갈 것"이라는 다소 안일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은 건 유니클로 입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11일 실적발표장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불매운동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카자키 타케시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불매 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불매운동이 효과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에 뿌리 내린 것을 조용히 제공해 나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으로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를 이었습니다. 당장은 영향이 조금 있을 수 있지만, 조용히 버티면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입니다. TV도쿄도 이 발언을 두고 "결국 실적 전체에는 미미한 타격만 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 인기인 무인양품도 블룸버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구체적인 대응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무인양품은 앞서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알릴 의무가 없다"면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아사히맥주를 생산하는 아사히그룹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는 짤막한 응답만 내놨습니다. 이밖에 일본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조용히 기다리면 금방 끝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불매운동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을 매출 기여도에서 찾았습니다. 산케이는 블룸버그통신의 자료를 인용해, 유니클로의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머물며, 아사히그룹과 롯데칠성음료과 합작해 한국에서 올리는 매출은 전체의 1% 미만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사히그룹은 연간 매출이 약 2조1200억엔(약 23조원) 정도이며 이중 해외 매출이 지난해 기준 32%를 차지하고 주요 시장은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 등입니다. '아사히 맥주'만 놓고보면 한국의 매출 기여도가 높을 수 있지만, 그룹 전체로 따지면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아사히'하면 흔히 아사히 맥주만 떠올리기 쉽지만 아사히그룹은 엄청나게 많은 주류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럽산 맥주 필스너 우르겔, 페로니, 코젤 등이 있고, 여기에 각종 건강음료 및 식품,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와인샵 '에노테카'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본 기업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매출 2조5172억엔(약 27조3300억원)을 올린 일본 1위 주류업체 산토리홀딩스도 증류주 시장에서는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에 이은 세계 3위 거물입니다. 산토리는 미국의 버번 위스키 '짐 빔' 등을 소유하고 있고, 프랑스 탄산음료 '오랑지나' 등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아사히나 산토리 등 일본 맥주만 안먹는 것 만으로는 이들이 눈 하나 깜짝하게 만들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또 매번 찻잔속 태풍으로 그쳤던 우리의 불매운동 역사를 일본 기업들이 학습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번 불매운동 역시 조금만 참으면 지나갈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JB프레스는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었다"면서 "1965년 한일 회담 시작 이후 독도, 역사 교과서, 위안부, 일본 정치인의 말실수 등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건 '효과가 없었다' 또는 '계속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결국 매년 금연이나 다이어트 선언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극우성향의 네티즌들도 이번 한국의 불매운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며칠새 일본 맥주 등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소식이 일본에도 전해지자 이들은 "판매가 '제로'되는 수준까지 내려가야 진짜 불매운동"이라고 조롱합니다. 일본 일부 언론들은 "한국인들이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올해 시작된 불매운동은 일본이 보는 뻔한 '다이어트 선언'을 넘어 기업들의 콧대를 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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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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