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임신 여성 고통부터 외면 말아야..임신여성 고통과 차별 낱낱히 기록한 '임신 일기'

이영경 기자 2019. 7. 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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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송해나의 <나는 아기캐리어가 아닙니다>는 임신으로 인한 여성의 신체적 변화와 고통, 사회적 무지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했던 장소는 지하철이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기 위한 송해나의 싸움에 가까운 노력은 ‘임산부 이동권’이란 말마저 떠올리게 한다. 문예출판사 제공

이제껏 이런 ‘임신 일기’는 없었다. 태아와 교감하고, 태아를 위해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태교 일기’는 있었지만, 임신이 여성에게 끼치는 신체적 변화와 고통, 그리고 이에 대해서 무지한 사회와 제도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글은 드물었다. ‘임신일기’는 일기라기 보다는 고통으로 내지르는 비명에 가깝다. ‘엄마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시원하게 질러보지 못했던 비명소리.

송해나(필명)는 지난해 1월 트위터 계정 ‘임신일기(@pregdiary_ND)’를 개설했다. 임신 이후 벌어진 신체적 변화와 사회적 차별 등을 여성의 시점에서 생생하게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고 팔로어는 1만5000명에 달했다. 그 기록을 엮어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문예출판사)를 펴냈다. 송해나를 지난 5일 인천의 부평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부평역으로 가는 전철 안, 임산부 배려석이 보였지만 비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중년 남성이 별다른 의식 없이 임산부 배려석에 가서 앉았다. ‘흔한 한국 지하철 풍경’이다. 송해나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임산부 이동권’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다. 지하철은 한국의 임산부에 대한 대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공공장소에서, 임산부는 있어도 없는 듯 대우하고, 그렇게 존재하길 요구받는다.

-‘임신일기’는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대해 사회와 제도가 얼마나 무관심하고 배려가 없는지를 공론화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임신일기’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신 3주때 ‘임신이다. 나는 이제부터 걸어다니는 걱정덩어리다’라는 트윗을 처음 작성했어요. 임신 초기에 이야기하지않고 견디기 어려워 기록을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너무 기이한 기록을 본 듯한 반응을 보였어요. 상상했던 임신의 모습과 많이 달랐던 거죠. 어느정도 기록을 하다보니 임신을 경험했거나 임신중인 구독자들이 늘어났고 ‘기록을 시작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받았어요. 지지와 응원 때문에 일기를 끝까지 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임신일기’를 보면 ‘무지는 악’이란 말이 떠올라요. 구토하고 실신한 얘기를 듣고도 “입덧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남성 직장 동료, 임신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딸에게 “배 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해”라고 말하는 아버지…본인도 ‘속아서 한 임신’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가 치밀하고 정교하게 은폐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르기 때문에 존중하지 못하는게 아닐까요. 미국에서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하고 출산한 친구가 있어요. 친구와 신체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감했는데, ‘임신일기’ 계정에 미국에선 임산부가 직장에서 힘들어하면 쉬라고 하고 마트에서도 줄을 서지 않도록 배려해준다는 댓글을 달았어요. 임신이 육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거구나, 신체적 어려움은 그 친구도 감당하고 있지만 그 짐들을 사회가 함께 지는 거란 걸 깨달았어요.”

-관심과 호응과 함께 악플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배속의 아이를 모욕하는 글부터 숱한 악플을 받았어요. 어떤 사람들은 자궁을 갖고 태어난 여자라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으면 안된다고 말하죠. 국가가 저출생이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인다면 임신 여성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되고 촘촘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임신·출산·양육 중에 여성에게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에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9월 아이를 출산하셨어요. 출산과정을 “내가 끝내느냐, 내가 끝나느냐의 싸움”이라 묘사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어떤가요.

“너무 예뻐요. 신생아를 낳았을 때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크고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서 행복함을 느껴요. 이건 양육의 공백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최근 책 출간 때문에 교열을 보기 위해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고, 남편이 퇴근 후에 육아를 전담하고 있어요. 양육자에 대한 공동체의 서포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신 이후 남편이 회식에 불참하고 정시에 퇴근하면서 동기들 가운데 유일하게 승진에 누락됐다고 했습니다.

“ 저는 남자들에게 회식이나 야근이 불가피한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남편과 아내의 개인간 문제로 존재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양육에 동참하려고 하면 배제되는 상황은 기업문화나 제도로 강력하게 제한해야 해요. 사회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함께 가야하는 거죠. 남편은 결국 본인이 역량이 있으니 승진했습니다.”

-‘임신 경험은 저마다 다르고, 여성들의 서사는 납작하지 않다’고 강조했어요.

“개인 기록이다 보나 임산부의 대표로 보지 않길 원했어요. 사회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어떤 모습과 상황에 처하는지의 한 사례로 읽히길 바랐어요. 여성들의 서사는 다양하고 모성도 마찬가지예요. 모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작은 존재와 관계맺고 교재하면서 생겨나는게 모성이 아닐까 생각해요. 모성신화가 허구라고 얘기하기 위해 모성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모성애는 개별적일 수 있는데 아기 낳은 여성을 ‘맘충’ 혹은 ‘비정한 엄마’로 이분화해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임신하면 몸이 취약해지고 아픈 데도 많잖아요. 그런데도 의학은 ‘태아’의 건강을 염두에 둘 뿐 ‘산모’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기를 낳는 여성이 모두 겪는 일이라고 없는 목소리 취급하는 것 같아요. 어느날 코에 알러지가 생겨 약국에 갔는데 항히스타민제를 주지 않았어요. 숨을 입으로 쉬자 기관지염에 걸렸어요. 열이 너무 올라 응급실에 갔더니 해열제는 안된다며 얼음팩만 줬어요. 그런데 고열이 계속되자 태아에게 해롭다며 항생제와 해열제를 주더라고요. 5분이 지나자 멀쩡해졌어요. 아이에게 해로우니 약을 주지 않다가, 아이에게 해롭다고 약을 주고, 아이를 낳는 주체인 여성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어요. 단유 과정에서도 자꾸 우울한 생각만 들어 찾아봤더니 ‘단유 우울증’에 대한 영어 논문이 있더라고요. 한국어 웹엔 단유 방법에 대한 글만 가득했습니다. 언제까지 여성에게 관심없는 임신 출산 프로세스를 발견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신과 출산으로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촘촘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어요.

“나라에서 만들어놓은 제도는 모두 이용했어요. 임신기간 근로단축 제도도 이용했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도 썼죠. 업무량은 전혀 줄지 않아 입덧으로 힘든 가운데 쉴 틈없이 일해야 했습니다. 주변엔 제도 근처에도 못 가는 여성들이 많아요.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혼자서 고군분투를 해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제도에 맞춰서 이뤄집니다. 그러니 제도를 촘촘하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복직을 앞둔 송해나의 앞에는 길고도 지난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양육 친화적이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직장에 복직해 양육과 일을 병행해 나가는 것, 또 딸을 잘 키워내는 일이다. 송해나는 딸을 낳고 출생신고서에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성별·인종·외모 등 아이가 선택하지 않은 것 때문에 차별받지 않길 바라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 결국 승리하는 삶을 살게 될 거란 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여자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임신은 끝났지만, 송해나의 이야기와 싸움은 계속된다. 아이 양육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비공계 개정을 통해 나누고 있고, ‘임신 일기’를 통해서는 아이를 돌보는 여자로서 출산과 몸에 대한 이야기, 양육하는 여성들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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