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장처럼 '전략물자 北 반출' 가능성 있나?

일본이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두 개입니다. 하나는 '한국과의 신뢰관계 훼손', 다른 하나는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밝힌 '신뢰 문제'는 강제 징용 판결 관련임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로 제시한 수출 관련 사안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최근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북한과 관련됐다는 주장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은 "수출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용도로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자민당 간부는 "특정 시기에 한국 기업에서 에칭가스 관련 물품의 대량 발주가 급증했는데, 군사 전용 물품이 북한에 전달됐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주장대로 한국에 수출된 전략물자가 북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산업계 "북으로 반출된 적도 없고, 반출도 불가능"
일본은 수출 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 이른바 '에칭가스'가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습니다. 에칭 가스는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며, 웨이퍼를 세척하거나 회로를 새기는데 이용됩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을 제한한 3종 물질은 한국도 전략 물자로 관리하고 있는 물질들"이라면서 "해당 물질을 국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최종 도달 국가와 목적을 기재하여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수출업체에게 서약서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해당 물질들이 북한에 갔거나 간 걸로 의심되는 사안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전략물자의 북한 이동과 관련해 한국에 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면서 "일본이 무슨 근거로 반출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에칭 가스를 비롯한 독성 화학물질의 전용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주문한 양이 창고로 들어오고, 주문량과 입고량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과학계 "에칭가스로 화학무기 제조는 비효율적"
도쿄신문에 따르면 '고순소 불화수소' 즉 에칭가스는 맹독성 사린가스나 신경작용제인 VX 같은 화학무기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박인준 한국 화학연구원 박사는 "불소화합물을 화학무기로 쓰기 위해서는 양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불소화합물을 이용한 화학무기는 2차 대전 이후엔 거의 쓰이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기로 쓰는 독가스는 대부분 인이나 염소화합물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에칭 가스는 화학물질 특성상 오래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 즉시 소진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학계는 반출된 에칭가스로 북한이 화학무기를 만드는 건 가격 대비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도 지원'도 미국과 협의…"대북제재 위반 없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8일)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해서는 국제 사회와 긴밀한 협조하에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6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모든 남북 협력은 단 한 건의 위반 사례도 없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남북이 철도 연결에 합의하고 착공을 했지만, 건설 자재 하나하나가 반입될 때 대북 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있어서 아직까지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진행된 대북 인도지원조차 도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수시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56개국에 이르는 대북제재 위반 국가의 기업들을 공개했지만, 한국은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폴란드의 경우 금융 분야 등에서 대북제재를 위반한 기업이 적발됐는데, 일본은 폴란드는 여전히 '화이트리스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日, '대북 제재' 위반에 대한 명확한 근거 밝혀야!"
일본은 주장을 하면서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안을 이유로 근거를 끝까지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일 '초계기 갈등' 때에도 일본은 보안을 이유로 자신들이 공격받았다고 하는 근거를 끝내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일본의 주장대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면 이는 일본의 안보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향해 일본이 제기한 사례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말을 꺼낸 일본은 반드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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