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앵글·색감·왜곡 담으려 英서 유명 렌즈 다 테스트했죠"

김우형(50·사진) 촬영감독은 국내 최고의 촬영감독 중 한 명이다. ‘1987’, ‘암살’ 등 김 감독이 앵글을 잡은 영화만 봐도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국 BBC와 미국 AMC의 6부작 TV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 감독판’을 찍었다. 김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2일 경기 부천시 부천아트벙커B39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마스터 클래스 강연에서 ‘리틀 드러머 걸’ 촬영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이 작품으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TV크래프트 어워즈(BAFTA)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촬영·조명상을 받은 그는 “제가 찍은 것을 보면 늘 불편한데,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철저한 사전 준비로 탄생한 ‘푸른빛’ 색감
영국 BBC의 16대 9 화면 비율, 81회차, 영국·그리스·체코 로케이션. 김 감독에게 주어진 조건이었다. 나머지는 자유였다. 다만 온전한 자유는 아니었다. 박 감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했다.

김 감독은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1983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6-제다이의 귀환’ 제작에 처음 쓰인 렌즈를 선택했다. 1930년대에 쿠크란 회사가 만든 일반 렌즈를 영국의 한 촬영감독이 애너모픽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애너모픽(anamorphic)은 표준보다 좌우를 넓힌 와이드스크린을 위해 고안된 렌즈다. 이 렌즈를 쓰면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화면 맨 좌측이나 맨 우측에 담긴 천장의 코너가 사선이 아니라 화면과 거의 평행하게 보인다.
“그런 좌우의 왜곡을 어떻게든 화면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6대 9란 화면비를 어느 한쪽 끝에서 추출하거나 촬영 중 움직이는 방법 등을 테스트하기 시작했어요. 파나비전 직원 분이 ‘상 받겠네’ 하시더라고요. 농담이었는데 받았습니다. 하하. 또 로케이션이 많을수록 촬영감독들에게는 색감을 달리하는 유혹이 있는데, 박 감독이 하지 못하게 해 관통하는 걸 찾아야 했어요. 박 감독이 좋아하는 푸른색에서 찾으려 노력했죠.”
로케이션헌팅도 중요하다. 그는 “헌팅을 가서 있을 법한 앵글들의 사진을 최대한 찍는다”며 “그래야 나중에 제작부에서 ‘창밖으로 뭐가 보이지 않을까’ 얘기하면 정확히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틀 드러머 걸’의 푸르스름하면서도 독특한 화면은 김 감독의 철저한 사전 준비로 탄생했다.
◆“카메라 뒤는 난장판… 감독의 좋은 파트너 돼야”
총 6시간 분량인 이 드라마의 81회란 촬영 회차는 빠듯했다. 거의 모든 장면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준비해야 했다.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여주인공 찰리가 걸어가는 모습은 센터의 설계 도면을 그려 찰리와 카메라의 동선을 각각 표시했다. 김 감독이 그린 콘티대로 촬영이 이뤄졌다. 그리스 정부로부터 아테네의 유적지 아크로폴리스에서의 밤 촬영 허가를 처음 받아 냈다. 김 감독은 또 떨림이 적은 스테디 캠을 많이 사용해 상하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특유의 화면을 구현했다.
드라마 초반에 나오는 자동차 주행 장면은 그리스와 체코에서 레커차를 빌려 가며 찍었다. 예산상 문제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수 없었기 때문.
“레커차가 심하게 흔들렸는데 그걸 잡으려 하지 않았어요. 차가 빨라 보이고 좋더라고요. 카메라 앞은 언제나 평화롭고 조용하고 아름답죠. 카메라 뒤는 정신없습니다. 난장판이죠.”
촬영감독은 메가폰을 잡는 감독의 좋은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김 감독이 지난 20년간 한국영화계에서 명성을 쌓아 온 건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주어진 조건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끌어내는 직업의식 때문이었다.
부천=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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