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짐승의 발현, 아쉬운 결말 [무비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질척한 갯벌에 13조각으로 토막 나 버려진 시체.
미친 듯이 범인을 잡고 싶은 두 형사가 있다.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잖아. 그게 언제 나타나는지가 문제일 뿐이지." 이 대사는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제작 스튜디오앤뉴)를 관통하는 주제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이를 쫓는 형사 두 명의 비틀린 욕망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잠식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질척한 갯벌에 13조각으로 토막 나 버려진 시체. 미친 듯이 범인을 잡고 싶은 두 형사가 있다. 그러나 각각의 욕망이 발현되는 지점과 방식이 달랐다. 이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영화 '비스트'다.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잖아. 그게 언제 나타나는지가 문제일 뿐이지." 이 대사는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제작 스튜디오앤뉴)를 관통하는 주제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이를 쫓는 형사 두 명의 비틀린 욕망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잠식한다. 한수(이성민)는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범인들에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동물적인 직감으로 냄새를 맡고 범인을 지독하게 좇는 천성의 인물이다. 반면 민태(유재명)는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한수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기존의 범죄 수사물은 이들이 사건을 중심에 두고 현실적인 구조와 서사를 따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테다. 하지만 '비스트'는 이같은 서사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과감히 생략된 채 인물이 중심이 돼 그 내면의 복합적인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의 행위,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는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며 불안과 긴장을 유발한다. 인물이 느끼는 공포, 감정, 심리를 진하게 응축해 풀어내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 폭주하게 만든다.
영화는 모든 인물의 감정을 계속해서 극단으로 내몬다. 일그러진 정의를 가진 한수는 이를 정당화하려 하고 바로잡으려 하지만 계속해서 곤경에 처하고 처참한 비극에 휘말린다. 민태는 2인자로서 느끼는 좌절과 분노, 이를 넘은 폭주와 욕망을 드러내지만 그 끝은 지독한 허무에 도달한다.
이밖에도 가장 이상적이고 객관적으로 여겨진 미영도 결국은 본질을 회피하고 떠나버리거나, 유일하게 손 털고 떠나고 싶단 꿈을 꾸지만 결코 이룰 수 없는 춘배 등. 극 중 모든 인물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내면의 짐승이 튀어나오고 종국엔 파국을 맞는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짐승 같은 본성을 시종일관 집요하게 파고들며 허무와 두려움의 파고를 남긴다.

과연 누가 진짜 '괴물'인지,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완성된 영화 '비스트'다.
하지만 인물 중심의 서사로 정교하고 묵직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사건 중심으로 전환되며, 너무도 뻔한 장르물의 전형으로 회귀한다. 종국에 다다른 후 갑자기 분주하게 활개 치는 범인의 행위가 비현실적이고 이질적인 탓이다. 앞서 이전의 불친절한 서사도 감안하며 인물에 집중했던 관객들의 흐름을 무너뜨리는 꼴이다.
푸른빛 색감, 독특한 배경 흐림 효과 등으로 전해지는 클래식한 미장센. 극 전반을 휘감고 있는 듯한 혼탁한 안개와 원경으로 바라본 허무하고 차가운 도심의 모습으로 완성된 독특한 분위기와 초조한 심리를 극대화한 드라이한 느낌의 음악들까지. 극 중반에 이르기까지 과감하고 색다른 장르물의 탄생을 예고했지만, 용두사미가 된 결말이 아쉽다.
다만, 결말 부분 이성민이 제 안의 괴물을 자각하고 울부짖는 통한의 연기는 영영 회자될 명장면임엔 틀림없다. 6월 26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