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역의 대가' 91세 大山 김석진 "앞날은 모르고 사는 편이 낫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19. 6. 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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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에 대중 공개강연 나서 "한국 운명, 협력과 경청에 달려"
"지난 3월에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뻔했습니다. 다행히 코뼈만 부러지고 다른 곳은 괜찮았습니다. 제가 그때 죽었으면 '평생 주역 공부했다면서 자기 운명도 몰랐구먼' 이런 이야기 듣지 않았겠어요? 인생이 실패로 끝날 뻔했어요(웃음)."

주역(周易)의 대가로 꼽히는 대산(大山)김석진(91) 선생이 오는 29일 서울 답십리 겨레얼살리기 연수회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갖는다. 홍역학회(회장 이찬구) 주관 행사다. 그의 대중 공개 강연은 2000년 이후 19년 만이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평생 살아온 대전을 떠나 서울 큰아들 집으로 옮긴 후 서울 청중과 만나기로 한 것.

30여년간 주역을 가르쳐온 대산 김석진 선생은 “앞날은 모르고 사는 게 낫다”며 웃었다. /이진한 기자

충남 논산이 고향인 대산 선생은 19세에 당대의 한학자 이달(李達·1889~ 1958) 선생 문하에 들어가 13년간 한학 공부를 했다. 생계를 잇기 위해 한때 한약방을 꾸리면서도 주역 연구를 계속했고, 1985년 흥사단 강당에서 시작한 주역 강좌는 큰 인기를 모았다. 제주까지 전국을 누볐고 연인원 7000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호(號)를 지어준 이도 3000명에 이른다. 그는 "사람의 사주를 살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잘될 수 있는 부분을 북돋우는 뜻을 두 글자 호에 담아 짓는다"며 "30년이 지나 '지어준 호대로 살아왔다'는 분들을 만날 때 기쁘다"고 했다.

24일 만난 대산은 고령에도 주역과 강의 이야기가 나오면 힘이 솟았다. 주제는 '치둔입정(治屯立鼎)', '어려운 운명[屯]을 몸과 마음을 다해 혁신해 좋은 결과[鼎]로 바꾼다'는 뜻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운명이라 했다. 특히 '솥 정(鼎)' 자를 강조했다. "옛날 솥은 발이 3개, 귀가 2개입니다. 발 3개는 협력과 균형을, 귀 2개는 경청을 가리킵니다. 또 밥을 지으려면 깨끗이 씻어서 쌀을 안쳐야 하고요. 정치가 이와 같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협력·협치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평생을 주역과 함께 살아온 그이지만 '주역을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 어느 쪽이 나은가'란 질문에 주저 없이 "모르고 사는 게 좋다"고 했다. "주역은 미래 예측학입니다. 그런데 미래를 알수록 걱정도 많아지거든요. 제 자식들(3남1녀)에겐 주역 안 가르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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