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어렵사리 합의한 국회 정상화, 한국당이 뒤집었다

한영익 2019. 6. 25. 00: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월 임시국회 열어 추경 등 처리"
3당 원내대표 80일 만의 개원 합의
한국당 의총 "얻은 게 없다" 반발
여야 합의 두 시간 만에 추인 불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부로 가까스로 이룬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 합의가 2시간 만에 불발됐다.

당초 이인영(더불어민주당)·나경원(자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한 건 24일 오후 3시30분쯤이었다. 주요 합의 내용은 ① 패스트트랙 법안(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각 당의 안을 존중해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② 추경은 임시회에서 처리하되 재해추경을 우선 심사한다 ③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 특별법(5·18 특별법)과 원안위법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④ 경제원탁토론회를 열되 방식과 내용은 추후 협의한다 등이었다.

하지만 합의문 발표 30분 뒤에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열리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발언에 나선 15명 안팎의 의원은 “주기만 하고 받은 게 없다”며 합의 내용을 조목조목 따졌다. “(합의)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사인하기 전에 의견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심재철), “여당이 온갖 법안을 다 갖고 와서 끼워넣었다”(강석호)며 나경원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에게 쓴소리를 했다.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 “각 당의 안을 존중해”라는 문구를 지적하는 이가 많았다. 주광덕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합의문대로면 결국 5당이 협의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공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결국 (원안대로)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이번 합의가 패스트트랙을 정당화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5·18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뜬금없이 왜 5·18 특별법이 들어갔느냐”(박성중 의원),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고 하면 징역 5년에 처하는 법안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정태옥 의원)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의총 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법안을 원천 무효화하라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총 추인 불발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의 한 중진의원은 “일단 협상을 무효화하기로 했으니 (나경원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는 안 묻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이 2시간 만에 합의문을 뒤엎자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합의와 절충, 타협으로 진행돼야 하는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이자 전면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결국 드러난 자유한국당의 목표, 속내는 국회 정상화 반대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분간 정국에는 냉기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당이 요구하고 있는 추가 협상도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민주당과 야 3당은 6월 국회 일정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만큼 한국당을 빼고서라도 국회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를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경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원회의 위원장 몫이 한국당이라는 점에서 7월 내 추경 처리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