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담보"..임정의 비밀 자금줄
[앵커]
임시정부의 자금줄로 알려진 백산무역주식회사는 백산 안희제 선생과 경주 '최부잣집'의 종손 최준 선생이 함께 만든 회사입니다.
그런데 최부잣집이 지금 돈으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독립운동 자금을 백산을 통해 지원했음을 보여주는 다량의 사료가 KBS 탐사보도부 취재로 처음 드러났습니다.
이세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부잣집의 고택, 창고에 있는 오래된 함에서 다량의 옛 문서가 발견됐습니다.
[최창호/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 이사 : "한 번 열어볼 기회가 있어서 보니까 종이가 꽉꽉 첩첩이 쌓여있어서... 집안으로서는 제일 보물 같은 걸 끄집어 찾은 거죠."]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분석해 보니 최부잣집이 독립운동자금을 댔다는 것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사료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근저당계약서'로 백산무역회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문서들인데, 금액이 당시 35만 원, 현재가치로 2백억 원에 달합니다.
뒷부분에는 수십 쪽에 걸쳐 저당 잡힌 최부잣집 재산 내역이 나옵니다.
경주와 울산 지역의 논과 밭이 785필지로 2백2십만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최부잣집 재산의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세열/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 : "(최준 선생은) 백산무역주식회사의 그 자금이 전부 독립운동 자금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에 전 재산을 담보로..."]
상해에서 활동하던 일제 밀정이 보고한 문서입니다.
"독립을 믿고 모여든 자가 천 명에 달한다"며, "최준의 남동생인 최완은 현금 2만 원을 갖고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일제의 감시와 핍박 속에서 백산무역회사는 결국 파산했고, 최부잣집의 재산도 모두 압류됐습니다.
[최염/故 최준 선생 손자 : "할아버지가 개인적으로 보증한 것 때문에 우리 할아버지 재산 9,500석이 전부 압류됩니다. 완전히 망한 거죠. (백산무역회사를) 살려야만 계속 (임시정부에) 돈을 보낼 수 있는 루트가 있으니까..."]
100년 전 보여준 최부잣집의 희생정신, 정의로운 부자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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