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 확대.. IT기기 잘 못 다루는 노인들 불편 가중 [심층기획]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온라인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디지털화하면서 고령층이 소외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는 젊은 층과 달리 정보통신(IT)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송금 등의 간단한 업무를 보는 것조차 어렵다. 금융기관은 고령층 중에서도 은퇴자산이 많은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에 집중하고 있어 일반 고객을 포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취재진은 지난 5일과 7일 서울 시내 은행 여러 곳을 방문해 60∼80대 이용객 10여명을 인터뷰했다. 대부분의 노년층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을 모르거나 활용하기 어려워 은행을 찾아 업무를 보느라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종로구의 한 은행 지점으로 들어온 A(82·여)씨는 한참 기다린 끝에 통장에서 27만원을 찾을 수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앉아있는 A씨를 돕기 위해 청원경찰이 전표를 대신 작성해줬지만 창구에서 돈을 찾기까지 20분이 걸렸다. A씨는 “무거운 휴대전화는 잘 안 들고 다닌다”며 “할 일도 없는데 그냥 일 있으면 은행에 와서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의 비율은 일반은행이 56.6%였다. 하지만 60대의 이용률은 18.7%, 70대 이상은 6.3%로 떨어졌다. ‘○○페이’로 통칭되는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률은 평균 29.6%였지만 60대는 4.1%, 70대 이상은 1.7%가 이용하는 데 그쳤다.


잔돈을 바꾸려고 종로구 한 은행 지점에 들른 60대 남성은 “여기서 20년을 살았는데 몇 년 새 이쪽 골목에 있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사라져버렸다”며 “더 멀리 있는 은행을 가야 하는 데다 예전에는 여러 은행으로 가던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려서 20분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디지털 교육을 받고 싶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상당수 고령층은 스마트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할 정도로 활용 의지가 있지만 금융앱은 사용하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입출금 확인 용도로만 은행 앱을 활용한다는 정모(68)씨는 “계좌이체 하는 법을 자녀에게 한 번 배우긴 했으나 어려워서 금방 까먹었다”며 “1년에 한두 번 보는 자식에게 사용법을 물어보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혼자서 터득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령인구가 늘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고령층 대상 금융서비스는 ‘은퇴 비즈니스’에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은행, 증권, 보험사들은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부동산, 증여, 절세 등 은퇴자 맞춤형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연금자산을 관리하는 조직을 강화하거나 격상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케이뱅크와 삼성증권, 라이나전성기재단 등에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횟수는 제한적이다.
이광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금융권의 비대면 확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지만 실제 금융접근이 제한되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들은 점점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으로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소용·이희진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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