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9수 끝에 늦깎이 검사..좌천 후 화려한 복귀, 박근혜·MB와 양승태 등 구속 이끈 '강골 검투사'

윤지원 기자 2019. 6. 1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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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ㆍ“사람에 충성 안해” 발언 유명
ㆍ수사기관 방향·제도에 해박…상사와 마찰 ‘독단적’ 평가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의 위세는 검찰 내부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권을 이용해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 등 어록을 남기며 ‘강골검사’ 이미지를 검찰 바깥에도 굳혔다. 이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겸비했다. 역대 가장 막강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꼽힌다.

윤 지검장은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대학 동기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16기),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15기) 등이 줄줄이 검사 생활을 시작할 때 사법시험 2차에서 잇달아 낙방했다. 9수 끝에 1991년 합격통지를 받고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2년 잠시 공직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당시 태평양에서 근무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직접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지검장은 변호사 생활을 1년 만에 접고 이듬해 검찰에 복귀해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앙수사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별수사 요직을 거쳤다.

윤 지검장에게는 ‘특수통’ ‘선 굵은 검사’란 말이 붙는다. 정치색을 가리지 않고 수사에 전념한 이력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는 당시 실세 박희원 경찰청 정보국장을 구속했고 노무현 정부 땐 안희정 충남지사, 고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했다.

가시밭길은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팀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법무부 반대에 가로막혔다. 2013년 10월 직무배제됐다. 며칠 뒤 열린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그는 상관의 지시가 위법하다고 공개 항명하며 “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2014년 대구고검, 2016년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윤 지검장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에 발탁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김기춘·조윤선 등 ‘박근혜 청와대’ 실세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줄줄이 구속했다.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검찰은 특검 수사를 동력 삼아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적폐청산 상징’이 된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에서 전임자보다 사법연수원 5기 후배를 발탁한 파격 인사였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하며 ‘적폐청산’ 수사에 속도를 더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국정원·국군기무사령부의 정치개입을 주도한 인사들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연루 고위 법관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내부에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검사 인사까지 직접 챙기는 그를 두고 “독단적”이라는 평이 있다. 상명하복·검사동일체 원칙 문화 등이 남은 검찰 조직에서 윗선과의 불협화음 등을 두고 ‘너무 튄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 지검장과 특수수사를 함께한 모 전직 검사는 “수사만 하는 특수통과 달리 윤 지검장은 수사기관이 나아갈 방향, 제도 등에 해박하다”면서도 “윤 지검장 임명으로 검찰 위상이 더 강해질 텐데 검찰권력을 분산하는 개혁에 맞는 인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아랫사람 말을 경청하는 대신 윗사람 말을 안 듣는다”며 청와대나 법무부와 마찰을 빚으리라고 내다본다.

윤 지검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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