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불 붙은 '日 미투'..'꽃을 든 시위' 확산

고현승 입력 2019. 6. 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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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미투운동이 전세계적으로 거셌지만, 그동안 일본에서는 유독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는데요.

최근 일본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잇따른 무죄 판결에 분노한 여성들이 꽃을 들고 나선, 이른바 '플라워 데모'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쿄 고현승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꽃 한송이를 손에 꼭 쥔 여성, 머리에 꽃을 꼽거나 꽃다발을 가슴에 품은 여성, 3백여명이 꽃을 든 일본의 꽃 시위, '플라워 데모'입니다.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은 울먹이며 피해 경험을 쏟아냅니다.

[집회 참가자] "노래방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들어와서 불을 끄고… 성폭력인지도 모르는 채로 세월이 흘렀습니다."

일본판 '미투 운동'인 '플라워 데모'는 벌써 3번째로, 이번엔 도쿄와 오사카 등 9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습니다.

시작은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됐습니다.

술자리 후 성폭행, 친아버지의 성폭행 등 잇딴 성범죄 재판에서 '저항 불능 상태인지 몰랐다' '강한 지배종속 관계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한달 동안, 후쿠오카, 시즈오카, 나고야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스기다/'플라워 데모' 주최 단체] "가해자의 목소리에 굉장히 초점을 맞춘 판결을 내려서, 이거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서 목소리를 내게 됐습니다."

시위는 이제 법률 문제를 넘어, 일본이 성평등 수준에서 149개 나라 중 110위에 불과하다는 이른바 '젠더문제', 즉 근본적인 성평등 문제로 연결되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오시마 후미코/집회 참가자] "성폭력, 성차별에 대해 딱히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기 보다, 정말로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 조사에서 여성 13명 중 1명은 '원치않는 성관계'를 경험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일본에서 '미투 운동'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야마모토 준/성폭력피해자 모임 대표] "('미투') 얘기를 꺼낸 사람이 두들겨맞는 것 같은 상황에서는 역시 좀처럼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은 일본 전역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불합리한 법 조항을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도 나서고 있어, 일본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됩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고현승 기자 (countach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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