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원전 핵심기술, 美·UAE에 통째 유출"

임정재 2019. 6. 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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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에 걸쳐 완성한 한국형 원자력발전 기술이 해외로 줄줄 새고 있다.

2017년 6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지 겨우 2년 만에 원전산업 붕괴와 인력 유출에 이어 수조원 가치의 원자력 지식재산권마저 도미노처럼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UAE가 한국 차지가 당연시되던 70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정비용역을 국제 경쟁 입찰에 부친 것도 기술 유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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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경수로 설계 자료 등 / 국정원, 한수원 前 간부 수사 / 정부 '탈원전 선언' 2년 만에 / 산업붕괴·인력·기술 유출 심각

40여년에 걸쳐 완성한 한국형 원자력발전 기술이 해외로 줄줄 새고 있다. 2017년 6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지 겨우 2년 만에 원전산업 붕괴와 인력 유출에 이어 수조원 가치의 원자력 지식재산권마저 도미노처럼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원전 업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최근 한국형 경수로(APR-1400)의 핵심 기술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에 통째로 넘어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유출에는 외국 원전산업체로 이직한 한국수력원자력(KHNP) 출신 전문인력은 물론 민간 기업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도 유출 과정에서 드러난 원전 기술보호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계 기관 감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전력 제공
유출된 기술은 경수로 설계와 관련된 핵심 자료와 원전 적정운영 진단 프로그램인 ‘냅스’(NAPS) 소프트웨어 등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모두 넘어갔다면 주제어반(메인 컨트롤 스위치보드·원전 가동을 통제하는 주력 제어시스템) 제작설계도 등 세부 자료만 20만건이 넘는다. 지난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안전성 인증을 획득하는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APR-1400의 밑천이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제어반 설계도나 냅스 등은 한국형 경수로의 핵심 기술일 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에 악용될 소지가 커 해외에 제공하려면 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모두 국제적 거래가 제한된 전략물자 중에서도 무기 개발에 이용 가능한 ‘전용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전직 KHNP 간부는 이런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내에서 원전 관련 설계작업 중 취득한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APR-1400을 건설 중인 UAE의 바라카 원전으로 이직하면서 불법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 기업은 원전 시뮬레이터 개발 과정에서 협력사인 미국 업체에 사전허가를 받지 않고 핵심기술을 제공했다가 노출한 의혹을 사고 있다.
원전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탈원전의 여파로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벌어진 예고된 참사”라며 “국내 원전산업이 꽃피워야 할 시기에 전문인력이나 기업들이 오히려 외국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이들이 습득한 기술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UAE가 한국 차지가 당연시되던 70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정비용역을 국제 경쟁 입찰에 부친 것도 기술 유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정용훈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는 “바라카 원전에는 미국과 프랑스 등 경쟁국 출신 엔지니어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이들에게 우리 기술이 노출됐다면 원전 운영이나 사후정비를 우리만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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