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씨 의붓아들 돌연사 수사..'심폐소생술 실시 여부' 주객전도

임장규 2019. 6. 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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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과수 심폐소생술 흔적 없어" 언론 답변
공식입장 오인..고씨 현 남편 "경찰이 거짓 발표"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woo1223@newsis.com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의 의붓아들(4) 의문사에 대한 진실 공방이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가 나온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뒤늦은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가 새로운 논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후 심폐소생술은 사망 원인과 범죄 혐의를 찾는 데 있어 수사 대상이 아님에도 느닷없이 그 실시 여부가 진실 공방으로 번지며 주객을 전도하는 모습이다.

논란은 16일 언론 취재 과정에서 불거졌다.현직 소방관인 고씨의 현 남편 A(37)씨가 자신의 아들에 대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경찰이 "국립과학연구원 부검 결과에서 심폐소생술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일부 언론의 질문에 답한 것이 공식 발표처럼 비친 것이다.

경찰은 이날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A씨가 실제 심폐소생술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국과수 부검에서는 심폐소생술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갈비뼈 골절이나 강한 흉부 압박 등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즉각 반박했다. 당시 구급일지까지 언론에 제공하며 "지난 3월2일 오전 10시께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아이는 성인보다 약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고, 뼈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며 "피하출혈이 없고,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초동수사의 미흡함을 덮기 위해 나를 과실치사로 몰고 가려고 한다"며 "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신빙성이 없다는 식의 발표를 하고 있다"고 경찰 대처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 논란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없지 않다. 일단 경찰은 A씨의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를 부정하지 않았다. 심폐소생술 흔적이 있었냐는 일부 언론의 취재에 "국과수 부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한 것이 마치 A씨의 심폐소생술 실시를 부정하는 것처럼 오도됐다.

국과수 부검 정밀결과도 이미 5월1일 나온 거여서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가 수사의 새로운 단서로 떠오른 것도 아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A씨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B군이 숨진 뒤 경찰 조사에서 "아들에게 사후강직과 시반(사망 후 피부에 생기는 반점)이 나타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본질이 아닌 심폐소생술 여부가 갑자기 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 심폐소생술 흔적이 안 나왔다는 것 뿐이지, A씨의 심폐소생술을 부정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B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졌다.

당시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던 고씨는 남편의 비명을 듣고 거실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 고씨는 경찰에서 "감기에 걸려 다른 방에서 잠을 잤는데, 남편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아이를 둘러업고 나와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B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B군을 함께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고씨의 현 남편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외상이나 장기 손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B군은 제주도에서부터 감기약을 복용해왔으나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도 A씨와 B군 모두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당시 고씨는 국과수 감정을 거부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A씨와 고씨를 각각 3차례, 1차례 참고인 조사했다.A씨의 동의를 얻어 진행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는 A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나왔다.

A씨는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지난 13일 제주지검에 고씨를 자신의 아들에 대한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오는 25일께 형사들을 제주로 보내 고씨를 재조사할 방침이다. 고씨는 A씨의 고소로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피고소인) 신분으로 전환됐다.

제주지검은 A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한 뒤 청주상당경찰서에 그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각종 추측을 낳고 있는 고씨 의붓아들 변사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imgiz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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