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의붓아들 의문사..타살이냐 과실이냐
숨진 아이 심폐소생술 흔적 없어..친부 진술 신빙성도 의문
(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의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관련해 아이가 숨지기 전 부부의 행적과 현재 남편 진술의 신빙성 등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 치밀한 계획?…아이 숨지기 전 고유정 행적
지난 3월2일 고유정이 사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 게시글에 기념행사를 제안하는 댓글이 달렸다.
영유아와 초·중·고 자녀를 둔 분들이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자고 한 댓글 작성자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라며 솜사탕 이벤트도 제안했다.
이 댓글은 고유정이 적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동과 호를 조합해 만든 댓글 작성 아이디가 고유정의 주거지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댓글은 2일 자정쯤 작성됐고, 10시간 뒤인 이날 오전 10시쯤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A군(만 4세·2014년생)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정이 댓글을 직접 작성했다고 가정하면 A군에 대한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이라는 게 대다수 여론이다.
고유정이 전 남편을 무참히 살해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작한 만큼 아이의 죽음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A군의 죽음을 둘러싼 고유정의 현재 남편 B씨(37)의 진술에 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되면서 한편으로 또 다른 의구심을 낳고 있다.
B씨는 '고씨가 아들을 살해한 것 같다'고 주장하며 최근 제주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자신의 아들이 숨진 지 3개월이 훨씬 지난 뒤늦은 신고였다.
◇ '최대 7분' 흔적 없는 심폐소생술에 갑론을박
언론 인터뷰에서 B씨는 "당시 아이는 엎드린 상태였고 얼굴 주변에 피가 묻어있었다"며 "잠에서 깼을 때 다리가 아이 배 위에 있었다고 하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직업이 소방관임을 밝히며 "희망이 없는 걸 알면서도 119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출동 기록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오전 10시10분 신고를 받고 7분 뒤인 오전 10시17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 아이 몸에서는 시반(사후 피부에 생기는 현상)과 사후강직(굳음)이 나타난 상태였다.
출동했던 구급대원은 '현장 도착했을 때 B씨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보면 당시 B씨는 최대 7분까지 심폐소생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A군의 부검에서는 심폐소생술과 관련한 별다른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강한 흉부 압박이 반복되는 심폐소생술의 특성상 대상자에게서 늑골(갈비뼈) 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심폐소생술 시행자와 대상, 압박 강도 등에 따라 이후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흔적 유무만으로 시행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심폐소생술을 할 때 12개월 미만은 영아, 12개월에서 7세 사이를 소아, 그 이상을 성인으로 분류하고 7세 이하는 주로 한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깊고 세고 빠르게 한다는 심폐소생술의 기본 전제로 볼 때 몇 분 동안 심폐소생술이 이뤄졌다면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 B씨에 대한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온 점 역시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 어떤 결론 나올까…경찰 수사에 쏠린 눈
A군 사망 사건을 두고 각종 의혹과 추측이 쏟아지면서 관심은 경찰 수사 결과에 집중돼 있다.
현재 경찰은 A군의 사인에 대해 고의적 외력(타살)이나 의도되지 않은 외력(과실 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고씨 부부의 휴대전화와 PC 등 디지털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또 A군의 부검 소견에 대한 의학적 자문을 구하는 등 사망 원인 확인을 위해 다방면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사인과 사망 경위를 확인하는데 심폐소생술 유무가 핵심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사 중인 내용 중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면서 "명확한 결론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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