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종로 출마'를 택할까

2019. 6. 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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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는 '정치 1번지' 상징성
당내에서 '종로행' 요구 나와
"지역구 승부 '올인'할 수 없다" 주장도
내년 총선 앞두고 벌써부터 '후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원외 대표’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의석’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원내 입성 목표는 세웠지만, 지역구 출마냐, 비례대표냐 형태를 놓고 당 안팎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고심이 깊어 가고 있다.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것은 ‘종로 출마설’이다.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불리우는 종로는 지금은 국회와 청사가 종로를 벗어나며 옛 명성을 역사로 남겼지만, 정치적 상징성만은 여전하다. 숱한 거물들이 탄생한 종로는 ‘돌풍’이 불어오는 첫머리같은 곳이었다. 1985년, 당시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신민당을 창당한 김영삼 대통령은 ‘불리한 여건 속에 총재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망신’이라는 우려를 무릅쓰고 이민우 당시 당 총재를 종로에 투입하면서 ‘신민당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선거로 신민당은 전두환 정권에 맞선 제1야당의 기반을 굳혔다. 1996년 총선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매치’가 벌어졌다. 당시 선거에선 이 전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재보선이 치러지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첫 의원직을 얻어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을 비롯해, 종로를 터전삼았던 전직대통령만 3명. 야권의 바람을 타고 큰 꿈을 꾸는 황교안 대표의 지역구로는 더할나위 없는 ‘승부처’인 셈이다. 김세연 의원이 지역구 출마지로 종로가 “정공법”이라고 평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다만 거물들이 부딪치는 만큼, 상흔의 역사도 서려 있다. 2008년에는 손학규가, 2012년에는 홍사덕이, 2016년에는 오세훈 등이 종로 입성에 실패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 내에선 황 대표의 ‘지역구 출마설’ 자체에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지역구냐를 넘어, 지역구 출마 자체가 황 대표와 당의 행보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황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총지휘를 맡아야 하는 제1야당 대표가 전국 각지의 승부처를 버려두고 자신의 지역구 승부에 ‘올인’할 수는 없다”면서 “박빙으로 이긴다 해도 얻을 게 없고, 그렇다고 공천권을 쥔 대표가 종로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에 ‘안전한’ 지역에 자신을 낙점하는 것도 어려우니 현재로선 비례대표가 가장 정석인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과거 안정적인 보수 당선 지역으로 꼽혔던 수도권 지역마저 압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은 ‘비례대표설’에 힘을 싣고 있다.

비례대표로 출마할 경우 ‘후순위 배수진 출사표’를 던지는 것도 지역구 출마 못잖은 ‘승부수’가 될 것으로 꼽히고 있지만, 당 내에선 “안정적인 원내 입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배수진론은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전국구 비례대표 11번으로 등록했던 사례에서 기인한 것이다. 당시 야권 단일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탄생했고, 갈라진 야권을 향한 분노가 비등한 상황에서 총선까지 실패한다면 정치적 위기가 올 수 있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비례번호 뒷번호를 받아 배수진을 치고 선거에 나섰으며, 평화민주당은 70석을 얻어 제1야당이 되었다. 이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등을 포함해 야권은 총 174석에 이르는 사상 최초의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했다. 다만, 10여년 뒤인 1996년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또다시 던졌던 ‘비례대표 14번’ 승부수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황 대표는 어디까지 배수의 진을 칠 수 있을까. 영남권의 다른 의원은 “원내 대표와 원외 대표의 존재감은 완전히 다르다. 황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원내에 입성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비례대표 순번도 고심해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례대표 배수진론’도 “반드시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 원내 입성을 1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삼았다가 ‘역풍’에 휘말렸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비례대표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당 내 분위기지만, 대놓고 앞 순위를 받는 것이 국민적 감정에 어떻게 작용할 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선주자다운 선택을 하면 그에 따라 유권자들이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라며 “여권의 험지나, 가장 강력한 민주당 후보가 나오는 곳에 자기를 던져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정석이고, 자유한국당 후보들에게도 함께 해보자는 메시지로 전달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상황상 황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고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도전장을 던질 줄 아는 기성)정치인이 아닌 황 대표가 전국 선거운동 명분으로 선대위원장, 비례대표라는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상호 정치평론가도 “유력 대선주자이니만큼 여권도 맞서서 총력전을 펼칠텐데, (황 대표가) 도박을 하도록 측근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통합’ 변수를 황 대표의 지역구 출마 선결 요건으로 꼽았다. “나름대로 보수 통합이 되는 경우 종로에서도 승산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대구경북 중심의 신당 등이 탄생할 경우엔 특히 지역구에 출마하기는 힘들어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대표 쪽의 고심이 길어지는 것은 앞으로의 당 공천 문제도 맞물려 있는 데 기인한다. 황 대표가 중심이 돼 이끄는 인적 혁신의 폭이 커질수록 보수 정치의 원심력이 작용하고 이탈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종로 등 ‘험지 출마’의 선봉에 서거나, ‘비례대표 배수진’ 등을 던지면서 총선을 지켜낸다면 혁신의 폭을 지키고 당 내 리더십을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사실상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되는 셈이다. 한 의원은 “총선의 승리를 앞장서 이끌어야 하지만, 대권도 꿈꾸는 황 대표의 입장에서 딜레마”라며 “이번 총선 거취 결정이 사실상 보수 정치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유경 장나래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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