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왜 중동의 화약고로 뛰어들었나?
외신들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 입장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 해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꼽고 있다. 물론 당초 아베 총리는 미국과 이란 간 경제·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된 중동 지역에서 양국을 중재하며 일본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고 이를 자신의 정치적 지렛대로 삼겠다는 노림수도 상당 부분 포함됐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전후 외교 총결산’의 일환으로 강조했던 러시아와의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협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한국의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해 7월 참의원(상원)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상승세가 둔화된 상태다. 최근 NHK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성과에 기대감을 갖는다는 응답은 15% 정도에 그쳤지만, 그가 중재자로서 획기적 성과를 올린다면 지지율 반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한때 원유 수입량의 40% 이상을 이란에서 들여온 일본은 현재 미국의 대이란 제재 동참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원유 수송선의 80% 이상이 이란과 가까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일본의 에너지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에너지 정책의 생명선인 페르시아만 출입구가 봉쇄되면 일본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은 이란 내에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제2의 닛쇼마루’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아베 총리가 이란에 대해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을 전달하고 올 뿐이라면 중개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동 지역 안정을 위해 일본은 어떠한 일이라도 해야 했다는 것이다.
닛쇼마루는 이란이 석유 시설 국유화 조치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있던 1953년 일본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재 방침을 어기고 이란의 원유를 수입할 때 원유를 실었던 일본 유조선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당시 중동 지역으로 부터의 원유 공급이 단절되는 공포를 겪은 이후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 감소와, 석유 이외의 에너지 생태계 전환과 에너지 절약 등으로 에너지 정책이 바꼈다고 설명했다.
1973년 당시 원유에 대한 중동 지역 의존도는 78%였지만 이후 일본의 이러한 에너지 정책 등의 영향으로 그 비중이 줄어 들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과 이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일본의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다시 급격하게 높아졌다. 지난 2017년 기준 원유의 중동 의존율은 87%까지 확대됐다.
신문은 또 “15일부터 나가노현에서 주요 20개국(G20) 에너지·환경 장관 회의가 열린다”며 “회의의 주제는 탈 탄소와 대체 에너지에 대한 혁신이 주요 주제가 되겠지만 대량의 화석 연료를 소비하는 일본에게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동지역 원유 공급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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