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 잘 쓰면 금쪽같은 자원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그런데 커피, 과연 플라스틱컵만 문제일까요?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은 15만t을 웃돌았습니다. 5년 전에 비해 38.5%나 늘어난 양입니다.

우리나라 폐기물법상 커피찌꺼기는 생활폐기물과 함께 버려집니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종량제봉투에 담겨 매립·소각되는 것이죠.
문제는 커피찌꺼기가 사용하기에 따라 금쪽 같은 자원이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지난달 26일 찾은 충남 청양군의 한 한우농장에는 소똥냄새 대신 커피향이 풍겨왔습니다.
뭐, 정말 커피를 내릴 때처럼 모카번을 떠올리게 하는 향긋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축사 특유의 악취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수분조절제로서 역할을 다한 찌꺼기는 농장 한쪽에서 숙성과정을 거칩니다. 별도의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고, 한 달 보름간 축분을 실컷 받았으니 가만히 놔둬도 뜨끈뜨끈 열감이 느껴질 정도로 저절로 발효가 됩니다. 톱밥 대용 찌꺼기에서 퇴비로 변신하는 거죠.


이종진 송파구청 자원순환과 재활용사업팀장은 커피찌꺼기 재활용이 ‘일석삼조, 일석사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축사가 있으면 냄새 난다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커피찌꺼기가 탈취효과가 있다고 하잖아요? 혹시 톱밥 대신 찌꺼기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죠.”

이 밖에도 커피찌꺼기를 활용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커피전문점 중에서는 스타벅스가 대표적입니다.

이 퇴비는 평택, 이천, 보성, 하동, 제주도 농가에 제공되고, 여기서 재배한 농산물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푸드상품의 재료로 다시 사용됩니다.
환경재단도 지난해 말 현대제철, 한국생산성본부와 함께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식생모듈을 만들기도 합니다. 식생모듈은 공원이나 대로에 세워진 커다란 나무심는 상자를 말합니다. 커피찌꺼기로 만든 모듈은 강도도 강하고, 원래 찌꺼기의 색깔이 진하기 때문에 나무 느낌을 내려고 일부러 색을 칠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 그럼 이쯤에서 의문이 듭니다. 아니 커피찌꺼기가 이렇게 쓸모가 많으면 왜 그냥 버리는 거지?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대형 프랜차이즈는 매장에서 사용된 일회용컵을 수거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니 이를 활용할 수 있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커피찌꺼기만 갖고는 사업모델이 안 나온다”며 “1년 전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이 강화돼 기존 수거업체들이 (수거량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커피찌꺼기와 묶어 수거 체계를 만들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어 “일회용컵뿐 아니라 찌꺼기도 재활용 시스템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커피박 식생모듈을 개발한 이호철 포이엔 대표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커피를 내리고 나면 자원화할 수 있는 좋은 성분이 찌꺼기에 많이 남아 있는데 그대로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까워요. 비료나 합성목재 대용품 등 활용될 곳이 굉장히 많은데 제도적으로 재활용을 좀 뒷받침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주부 박하은(38·여)씨는 신혼 때 선물받은 캡슐커피 머신을 몇번 쓰고는 찬장에 그냥 보관 중이다. 캡슐 성분인 알루미늄이 환경에 매우 안 좋다는 기사를 본 이후부터다. 그는 “캡슐커피에 비하면 번거롭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덜할 것 같아 이제는 커피머신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환경단체 중에는 캡슐커피를 1회용 플라스틱컵 못잖은 환경파괴 주범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커피콩을 재배해 캡슐이나 분말 형태로 제조해 최종 잔재물을 버릴 때까지 모든 과정을 평가하는 ‘생애주기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를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미 정보기술전문지 ‘와이어드’에 따르면 알프레드 힐 영국 바스대 교수(화학공학)가 커피 생산 모든 과정을 평가한 결과 환경 영향이 가장 적은 것은 인스턴트 커피로 나타났다. 이어 캡슐커피가 뒤를 이었고, 필터·드립커피는 그다음,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방식은 환경에 부담을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스웨덴왕립공대(KTH) 연구진도 캡슐커피가 5.7g의 커피를 사용하는 데 비해 필터커피는 7g을 쓴다며 작은 차이지만, 연간 전세계적으로 수십억잔의 커피가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캡슐을 만들기 위한 알루미늄 추출과정까지 다 따져도 그렇다는 것이다.
환경평가 수행기업 콴티스는 2015년 커피 생애주기 평가에서 드립커피는 이산화탄소 196g, 캡슐커피는 198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혔다. 드립커피의 영향이 적은 것 같지만 보고서는 ‘한잔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커피나 물이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쓰였을 때’라는 전제와 함께 “현실적으로 드립커피는 이러한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낭비되는 커피량에 따라 배출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캡슐커피업체는 캡슐 회수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수 자체도 번거롭지만, 불순물이 묻은 포장재는 재활용이 어려운 것처럼 커피 캡슐 역시 사용 후 남은 커피찌꺼기를 제거하고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청양=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억 전액 현금’ 제니, 팀내 재산 1위 아니었다! 블랙핑크 진짜 실세 따로 있다
- “스타벅스 빌딩까지 다 던졌다” 하정우, 7월 결혼설 앞두고 터진 ‘100억원’ 잭팟
- “100억 빌딩보다 ‘아버지의 배’가 먼저”… 박신혜·박서진·자이언티가 돈을 쓰는 법
- “1년 내내 노란 옷 한 벌만” 정상훈, 14번 이사 끝에 ‘74억’ 건물주
- 침묵 깬 김길리, 빙상계 ‘발칵’ 뒤집은 ‘최민정 양보’ 루머에 직접 입 열었다
- “통장에 1600만원 찍혀도 컵라면 불렸다” 박형식, ‘식탐’ 소년의 눈물겨운 억대 보상
- “비데 공장 알바서 45억 성북동 주택으로”… 유해진, 30년 ‘독기’가 만든 자수성가
- “매일 1만보 걸었는데 심장이”…50대의 후회, ‘속도’가 생사 갈랐다
- “부모님 빚 갚고 싶었다”… ‘자낳괴’ 장성규가 청담동 100억 건물주 된 비결
- “방배동 1만 평·3000억 가문”…이준혁·이진욱, 집안 배경 숨긴 ‘진짜 왕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