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몸 낙타머리 및 외항선 토기, 부부무덤'..아라가야 해상세력 유물 1만점 쏟아졌다
[경향신문]

무역선까지 건조하고 5세기 해상무역을 주도한 아라가야 지방세력 부부묘인가. 경남 창원 현동에서 670기 가량의 아라가야 최대 규모의 고분군과 1만점이 넘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거제-마산간 국도’ 건설 구간을 발굴 중인 삼한문화재연구원은 5세기 전반기 아라가야 시기의 부부묘 등 나무덧널무덤, 돌덧널무덤과 배 모양 및 오리·낙타 모양의 상형토기 등이 출토됐다고 4일 밝혔다.

국도 건설 공사 구간에서 확인된 유구는 청동기 시대 수혈(구덩이) 주거지 40기와 가야시대 수혈주거지 15기, 나무덧널무덤(목곽묘) 622기, 돌덧널무덤(석곽묘) 35기, 널무덤(토광묘) 17기, 기타유구 200여기 등이었다.

발굴단은 “이 가운데 나란히 조성된 대형고분인 839호와 940호는 부부묘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840호 고분(길이 860㎝ 너비 396㎝)에는 철촉 19점을 비롯해 말재갈 및 철검과 함께 미늘갑옷편 등 피장자가 남성일 가능성이 짙은 유물들이 나왔다. 바로 옆에 조성된 839호(길이 772㎝, 너비 396㎝)에서는 구슬 72점과 방추차(가락바퀴·실을 뽑을 때 사용하는 도구) 3점, 도자(조각칼) 2점 등이 출토됐다. 무덤주인공이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발굴단은 “두 무덤은 도굴로 심하게 훼손됐지만 이번에 출토된 유물만으로도 당대 최고위층 부부묘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윤천수 삼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부장은 “창원 현동은 아라가야의 중심기역인 함안과는 다소 떨어져있는 지역”이라면서 “아라가야의 왕릉급 무덤이라기 보다는 현동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아라가야 지방세력의 수장 부부무덤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모두 1만여점이 쏟아진 유물 가운데는 387호 무덤에서 출토된 배모양(舟形) 토기와 오리몸체에 낙타얼굴을 표현한 듯한 오리·낙타형토기가 눈에 띈다. 길이 29.2㎝, 높이 18.3㎝의 크기이며 배면에 조밀한 톱니바퀴가 새겨진 배모양 토기는 피장자의 머리쪽의 덩이쇠 다발 윗면에서 한쪽이 기운 상태로 확인됐다. 기존에 출토된 쪽배형식의 배모양 토기와 달리 판재를 조립한 준구조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준구조선은 통나무배에서 구조선으로 발전하는 중간단계의 선박을 뜻한다. 이번에 출토된 배모양 토기는 기존에 출토된 바닥이 얕고 집신 형태의 토기와 사뭇 다르다. 최근 아라가야의 중심지인 함안 말이산에서 발견된 토기와도 다르다. 함안 출토 배모양토기는 흘수(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 부분이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출토된 토기는 왜선과 같이 노를 고정하는 고리가 없는 범선(돛단배)의 형태이다. 연구원측은 “이 배는 먼 바다, 즉 국제항로를 오가는 외항선용일 가능성이 짙다”고 해석했다. 이 외항선배를 ‘미니어처’ 토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355호 무덤에서 출토된 오리몸체에 낙타머리(추정) 형태가 결합된 토기 또한 이색적이다. 삼국시대 초기부터 제작된 오리 모양 토기와 달리 오리(조류)와 낙타(포유류)를 함께 표현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낙타는 중국이나 중동 지방에서 흔히 보이는 동물이다. 하지만 낙타 얼굴이 맞는지는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양하석 삼한문화재연구원 부원장은 “기본적으로는 오리형 토기가 맞지만 얼굴부분에 부리가 없다”면서 “여러 동물을 비교해본 결과 낙타와 가장 흡사하다”고 밝혔다.
출토된 유물가운데는 당대 철기 제품의 재료이면서 화폐로도 통용된 덩이쇠(철정)가 눈에 띈다. 덩이쇠는 금관가야 영역인 김해 지역 출토품보다 가볍고, 작게 제작된 특징이 있다.

이와함께 대장간에서 담금질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모루(금속판 등을 올려놓고 두드리거나 정질할 때 사용하는 받침)와 쇠끌, 망치, 집게 등 단야구도 보였다. 특히 배를 만들 때 최적화된 도구인 어깨 넓은 쇠도끼(유건철부) 수십점과 100여점의 끌은 이곳에서 무역선 같은 외항선을 건조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철찌꺼기도 확인됐다. 덩이쇠를 철기생산의 재료로 썼을 수도 있고, 작고 가볍게 제작해서 교역의 대가로 주고받은 화폐로도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아라가야의 전형적인 유물인 불꽃무늬투창굽다리 접시와 통형굽다리접시, 컵모양 토기 등 토기류와 미늘갑옷과 복발형(그릇을 업어놓은 듯한 모양) 투구와 목가리개, 둥근고리칼 등의 유물이 나왔다.

발굴단은 “외항선용 배모양 토기와 ‘오리반 낙타반’ 모양의 토기, 작고 가볍게 제작된 덩이쇠 등은 국제교류의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해석했다. 양하석 부원장은 “창원 현동에 살았던 이들은 아라가야의 문화상을 공유하면서 제철 생산을 기반으로 한 대외공급 등 해상 관련 지방 세력으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중국 사서인 <삼국지> ‘위서·동이전’에는 “(진한·변한에서) 철이 났고(國出鐵), 한(韓·마한)과 ‘예(濊)’, 왜(倭)가 모두 이곳의 철을 가져갔고, 또 2군(낙랑·대방군)에도 공급했다”는 기사가 있다. 발굴단은 “현재의 마산과 김해의 항구가 진한과 변한에서 생산된 좋은 품질의 철을 예와 낙랑, 왜 등에 공급한 창구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라가야는 전기와 후기를 통틀어 가야연맹체의 중심국으로 위상을 떨친 것으로 해석된다.

4세기 말까지는 구야국(금관가야)와 함께 전기 가야연맹의 양대세력으로, 5세기 후반부터는 대가야를 중심으로 재편된 후기 가야연맹체에서는 남서부 중심세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확인된 유적의 연대는 금관가야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정(기원후 400년)으로 세력을 잃어갔던 5세기 무렵으로 편년된다. 따라서 아라가야의 영역이던 창원 현동에서는 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지방세력이 번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외항선까지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짐작된다.
발굴단은 “발굴 영역이 국도의 시작지점인 램프 지역과 겹친다”면서 “도로가 조성될 구간은 어쩔 수 없지만 램프 구역의 유구는 복토해서 보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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