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통해 세상읽기] 切磋琢磨(절차탁마)
누구나 "꼭 그랬어야 했나"
후회할 만한 상황 마주하게 돼
인생 전반 들여다봐야 성숙한 삶
조금 안다고 우쭐 말고 내면 닦길
최근 일어나는 몇몇 일을 봐도 후회할 만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한국과 미국 정상의 통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 정국이 경색되고 외교관계의 신뢰도가 논란에 오르고 있다. 현재 이에 대해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상의 통화 내용을 두고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회람한다거나 공무원이 정당인과 구체적 대화를 나누는 게 정당한지 따져볼 일이다. 정상의 통화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은 상식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외국, 특종을 내고 싶은 기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정상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눴을까 궁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내용이 알려지면 나중에 비밀이 해제돼 알려졌을 때보다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고 알고 싶더라도 인내하는 것이다.
운동 경기가 일찍 승부가 갈리기도 하고 근소한 차이를 보이다가 마지막에 역전으로 승부가 날 수가 있다. 최근에도 프로야구의 한 선수가 1대2로 뒤지던 경기를 9회 말에 안타 한 방으로 뒤집었다. 당시 투수는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 중 한 명이고 타자는 백전노장이라 역전의 승부는 더더욱 주목받았다. 팬들이 흥미진진한 경기를 복기하는 등 승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해당 선수는 음주운전으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하룻밤 사이에 20년 가까이 활약해온 선수로서의 인생이 갑자기 증발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남의 일이라고 쉽게 왈가왈부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니라 일에 초점을 두고 꼭 그렇게 했어야 했을까라고 후회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사람은 결코 한 번에 완전해지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뭔가를 조금 알게 됐다 또는 잘하게 됐다고 우쭐할 수 있지만 여전히 모자란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주위 사람에게 향기를 풍기는 성숙한 삶을 살려면 인생의 한순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이즈음에 이르면 학문이나 덕행을 갈고닦는 것을 비유하는 절차탁마(切磋琢磨)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절차탁마의 출처는 시경 중 위나라의 민요 ‘기수의 물굽이’이다. 이 말은 원래 네 글자가 아니라 ‘자르는 듯 거칠게 가는 듯, 쪼는 듯 곱게 다듬는 듯’이라는 뜻의 ‘여절여차(如切如磋), 여탁여마(如琢如磨)’의 여덟 글자를 줄인 것이다. 절차탁마의 해석을 두고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절차탁마의 작업 대상이 뼈·뿔·상아·옥돌로 각각 달라도 갈고닦아 빛나는 작품을 만든다고 풀이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작업 방식이 처음에 거칠다가 점점 정교해진다는 쪽이다. 시란 꼭 어떻게 해석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을 리가 없다. 인생살이와 관련해 보면 전자보다 후자가 더 울림이 크다. 사람은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날뛰는 천둥벌거숭이로 생활하다가 교육을 통해 조금씩 세련되고 결국 자신의 지혜를 바탕으로 성숙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절차탁마는 사람이 조금씩 나아지다 삶에서 편해지고 여유를 갖는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절차탁마를 통해 나의 삶에서 무엇을 절하고 무엇을 차하고 무엇을 탁하고 무엇을 마할지 돌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훌륭한 공예작품으로 빚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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